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아세안 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의 수출길이 관세장벽에 흔들리면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은 베트남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최대 3%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상태다.
현지 매체인 VN익스프레스는 베트남 통계청(GSO)을 인용해 “미국 관세로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84%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계열사인 리서치회사 BMI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더 비관적인 예상을 내놨다.
이같은 전망의 이유는 베트남에 대한 관세 부과 폭이 예상보다 컸고, 베트남 경제성장의 토대 중 상당 부분이 대미 수출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GDP대비 대미 수출 비중은 20%가 넘는다.
싱가포르 역시 마찬가지다. 연초 국내 GDP 성장률을 2% 포인트 정도로 예상했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다시 재조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렌스 웡 총리는 “현재 무역산업부가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로렌스 웡 총리는 “미국의 관세는 싱가포르 경제, 기업, 근로자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며 “싱가포르가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성장이 꽤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태국에서는 올해 3% 이상으로 전망됐던 GDP 성장률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이후 2%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태국은 최근 관광산업이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어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미 관세 폭탄으로 더 곤경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CIMB 태국은행의 아몬텝 차울라 부사장은 “태국 경제에서 수출이 GDP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이중 20%가 미국으로 향하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관세 문제를 원활히 풀지 못하면 올해 태국 GDP 성장률은 2%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문제는 관광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대미 수출 비중이 적은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관세 부과로 다가올 충격을 걱정하는 모양새는 역력하다. 글로벌 관세 파장에 전 세계 무역량이축소되면 인도네시아도 타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GDP 대비 대미 수출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세안 각국도 다른 글로벌 국가들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과 달리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가 없을 것이라고 발빠르게 천명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 사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아세안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며 상호관세 부과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베트남의 관세를 ‘0’으로 낮추고 싶다”고도 밝혔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성명을 통해 “안보·방위 관련 물자를 포함해 베트남에 수요가 있는 미국산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태국도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내세우며 관세 문제 풀기에 나섰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미국산 에너지, 항공기, 농산물 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태국을 통한 타국 제품의 재수출 억제 방침”을 최근 밝혔다.
필리핀 역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겠다고 나섰고, 캄보디아는 19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약속했다.
문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