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식 메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있다. 바로 참기름이다. 나물 반찬을 무칠 때도 필요하고 미역국 같은 국에도 들어가며 비빔밥의 마무리도 참기름으로 이뤄진다. 그 고소한 향은 코를 자극해 입맛을 돋울 뿐만 아니라 입안에 가득 퍼지면서 미각을 깨운다. 어디 참기름뿐인가. 들기름, 고추장, 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정통로스터리 ‘방유당’은 이렇게 한식의 풍미를 완성해주는 기름과 장을 신선하게 직접 만들어 식탁에 낸다.
방유당(芳油堂)이란 이름은 한자 그대로 ‘꽃다운 청춘의 기름집’이란 뜻이다. 손민정 대표는 “부모님이 대구에서 청춘을 다 녹여낸 생업이었던 방앗간을 이어보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라며 “우리도 청춘을 다해 부모님의 지난 청춘을 드높여보겠다는 의미를 담아 방유당이란 이름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난 2012년 탄생한 방유당은 정통 방식으로 기름을 제조해 판매하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퓨전 비빔밥을 개발하면서 한식당 ‘방유당 식탁’으로 발전했고, 식당이 방문객들로부터 크게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컨템퍼러리 한식 레스토랑인 ‘방유당 그레이츠판교점’으로 확장하게 됐다. 생산공장(로스터리)은 경기 광주에 있고, 레스토랑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경기 성남 분당구)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식당 한편에서는 방유당의 다양한 제품도 만나볼 수 있다.
방유당 그레이츠판교점은 제철 식재료와 방유당이 직접 만든 기름, 장을 활용한 다양한 한식 메뉴를 파인 다이닝으로 풀어낸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모습이지만 그 맛은 옛 조상들의 따뜻한 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이상학 총괄셰프는 “제가 자라온 시간에서 느꼈던, 따뜻한 정과 풍미가 있는 음식에 대한 경험이 고객분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음식을 만든다”며 “눈, 코가 먼저 즐겁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방유당의 모든 메뉴는 직접 짠 기름과 직접 담근 장에서 출발한다. 이상학 셰프는 “대표님의 어머님께서 늘 담가 주시던 장으로 요리하다 작고하신 뒤인 2019년부터는 어머님이 남겨 주신 장들을 씨앗으로 이용해 매년 직접 장을 담그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과거 우리네 어머님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한식의 기본은 역시 잘 익은 장의 맛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맛을 방유당에서 맛볼 수 있도록 잘 유지·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지난 2월 고추장과 된장을 담갔는데, 시간으로 잘 익혀 고객의 테이블 위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새우&표고튀김범벅, 전주식 약고추장 한우육회, 생들기름 한우 육전, 들기름 돼지고기 묵은지찜 등 메인 메뉴 한가지를 중심으로 가볍게 식사할 수 있는 점심 반상부터 2~5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한상차림, 저녁 정찬, 주안상 요리까지 구성은 다양하다. 물론 대부분은 단품 메뉴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방유당 한상차림(2인)’에는 식전 들기름 두부장과 보리빵, 주 요리 2~5종, 부 요리 1종, 방유당 정통기름 밥상, 후식까지 이른바 ‘요즘 한식(컨템퍼러리 한식)’ 한상이 푸짐하게 제공된다. 또 ‘방유당 저녁 정찬(B)’은 전채 4~5종과 육류 주 요리, 방유당 정통기름 밥상, 후식 코스로 제공된다. 전채와 주 요리와 부 요리 등은 계절에 따라 제철 식재료로 조금씩 변화를 준다.
식전에 제공되는 들기름 두부장과 보리빵은 방유당에서 직접 만든 된장에 1년간 숙성한 두부장에 생 들기름을 곁들여 소스를 만들고, 보리가루로 만든 빵에 버섯과 야채를 곁들여 먹는 ‘마중 요리(전채)’다. 들기름 향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을 수 있다.
방유당의 시그니처 메뉴로는 ‘전주식 약고추장 한우육회’가 꼽힌다. 1+등급 이상의 한우 우둔살을 약고추장에 아카시아 꿀과 참기름을 듬뿍 넣어 만든 전주식 고추장 육회다. 육회에 발사믹 식초, 레몬으로 만든 발사믹 구슬, 단호박 소스, 배, 야채, 노른자 장을 곁들였다. 한국적인 5가지 색을 조화롭게 연출한 점도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들기름 건나물 궁중 떡볶이’ 역시 방유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다. 들기름과 잘 어울리는 재료 중 하나인 떡과 건나물을 활용해 궁중 떡볶이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이 셰프는 “약간 마르게 볶아내어 건나물의 꼬들함과 떡의 말랑말랑함, 소고기의 묵직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들기름으로 일종의 ‘킥’을 준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떡볶이의 떡을 먹을 때는 건나물과 소고기를 한입에 같이 먹는 것을 추천한다.
역시 방유당 들기름을 활용해 만드는 ‘들기름 전복 알아히요’는 스페인 요리인 감바스 알아히요(올리브유에 마늘과 새우, 페퍼론치노를 함께 끓이듯 볶아낸 요리)를 방유당식으로 재해석한 메뉴다. 올리브유 대신 방유당 생 들기름을, 새우 대신 전복을 사용한 한국식 알아히요인 셈이다. 전복과 마늘은 완도산을 사용한다. 들기름 전복 알아히요는 코스를 통해서만 선보이는 메뉴로 단품 주문은 불가능하다. 자작한 기름과 전복, 잘 익은 편 마늘을 한 숟가락에 담아 먹으면 다채로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방유당에서는 한식 다이닝과 어울리는 주류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방유당의 페어링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음식과의 어울림을 우선적으로 한다. 이 셰프는 “와인과 다른 주류도 있지만 기름진 육전을 먹을 땐 탁주, 매콤한 육회를 먹을 땐 소곡주를 생각한다. 또 담백한 백합탕을 내어 놓을 땐 약주를 생각한다”며 “방유당의 음식이 기름과 찰떡 궁합을 가지기에 묵직하다고 여길 땐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페어링한다. 공식처럼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과 다양하게 시식, 시음하며 알맞은 최상의 맛을 찾아 페어링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방유당의 기름이 특별한 이유는 깨를 직화로 볶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원적외선으로 볶아 타지도, 덜 익지도 않는 최적의 상태로 볶아낸다. 또 압착이 아닌 스크류(짜기) 형태로 착유를 하기 때문에 천천히 기름이 흘러나온다. 이 셰프는 “기름은 온도와 공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최대한 천천히 시간을 들여 그 맛과 향이 그대로 담아낼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 짜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기름과 들기름의 종류도 다양하다. 볶음 향의 강도와 원곡 맛에 따라 요리에 따라 어울리는 맛과 향을 낼 수 있도록 세분화했다. 예컨대 ‘들기름 P1’과 ‘볶은참깨 S1’은 깨 로스팅의 온도와 시간을 최소화해 원곡 본연의 맛에 집중한 제품이고, ‘들기름 P3’은 원곡의 맛과 스모키로 표현되는 고소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참기름 S2’는 마일드한 요즘 식문화에 최적화된 참기름으로, 고추장 양념이 들어가지 않은 요리나 염도가 낮은 샐러드 등에 잘 어울린다. 진하고 고소하게 볶은 ‘참기름 S4’는 생채소 겉절이나 나물무침을 비롯해 다양한 한식의 마지막 ‘킥’으로 제격이다.
최근에는 방유당 참기름과 들기름 제품을 활용한 밀키트 제품인 ‘방유당 들기름 검정쌀 국수’도 새롭게 출시했다. 70년 전통 전주 ‘송철국수’와 협업해 자연 건조로 만든 군산 검은쌀 국수에 방유당 들기름과 들깨가루를 더했다. 방유당 공식 홈페이지(bangyudang.com)에서는 방유당 기름 등 제품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 레시피 정보도 제공한다. 손 대표는 “향후에는 캐주얼 코리안 퀴진 브랜드로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식이 없고 획일화되지 않는 것이 한식의 매력이라 생각해 한식을 하게 됐다는 이상학 셰프는 “다른 음식점과 다르게 방유당이 가고자 하는 길은 명확하다. 그냥 맛있는 음식, 그냥 최고의 음식이 아니다”라며 “방유당의 음식은 우리 전통 기름을 돋보이게 만들고, 우리 전통 기름과 함께 조화로운 음식이다. 그 가고자 하는 길을 명확하게 계속 걸어가는 것이 방유당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장르 컨템퍼러리 한식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내곡로 117 그레이츠판교 지하1층 108호
헤드 셰프 이상학 셰프
영업시간 매일 11:00~22:00(15:00~17:30 브레이크 타임)
가격대 점심 반상 2만 4000~3만 3000원, 한상차림(2인) 11만원, 저녁 정찬 8만 9000~12만 8000원
프라이빗 룸 5개(4인석 3개, 6인석 2개)
전화번호 050-71320-0690
주차 건물 지하주차장 이용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