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골퍼 인싸 여부는 한 골프장 시범라운드 경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 골프계에 나돌았다.
바로 포천시 영중면에 생긴 포천힐마루CC이다. 45홀로 조성된 수도권 단일 규모 최대 대중골프장이다.
2022년 하반기 시범라운드를 거쳐 올해 2월부터 본격 개장에 들어갔다. ㈜동훈이 경남 창녕에 이어 경기북부에 건설한 야심작이다.
골프텔과 리조트 시설까지 들어설 예정으로 힐마루골프앤드리조트포천이 정식 명칭인데 간단하게 포천힐마루CC라고 부른다. 서울 강남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갈아타면 막히지 않고 곧장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구리-포천 고속도로 효과를 톡톡히 본다.
45홀 대규모 골프장으로 페어웨이를 서양 잔디와 한국 잔디를 반반씩 섞은 중지로 조성했다. 대부분 골퍼가 선호하는 잔디다. 그린피는 주중과 주말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카트피와 캐디피는 여느 골프장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골프장에 들어서면 기다란 곡선을 그린 우아한 클럽하우스가 골퍼들을 반긴다. 광활한 데다 높은 층고로 시원하게 탁 트인 내부공간이 여유롭다.
코스는 시그니처1·2, 션샤인, 네스트, 브리즈 5개로 각각 9홀로 구성됐다. 일각에선 시그니처가 회원제 코스로 알려졌는데 모두 대중제 코스로 운영된다.
시그니처 코스는 1그린인데 나머지 27홀은 2그린이다. 큰 그린 가운데에 에이프런이 있다. 그린 스피드는 빠른 편이고 넓고 물결 흐르듯 2중 3중 구겨진 언듈레이션으로 조성돼 어렵지만 무척 흥미롭다.
대부분 코스 한쪽은 OB(Out of bounds), 다른 한쪽은 페널티 구역(해저드)이어서 방향성이 요구된다. 페어웨이가 비교적 평탄하고 넓은 산악형 코스여서 장타자에게 유리하다. 한마디로 장타와 교타(정교한 샷)를 겸해야 좋은 스코어를 보장받는다.
스마트 스코어를 사용하는 구장이다. 그린에 꽂히는 핀 색깔은 앞핀 빨강, 중핀 노랑, 백핀은 파랑이며 거리목은 미터 단위이다. OB와 페널티 말뚝이 촘촘하게 박혀 있기에 직선이면서 안 보이는 곳보단 시야가 확보되는 방향으로 안전하게 공략하는 게 현명하다.
필자는 최근 션샤인 코스에서 라운드를 돌았다. 선샤인 코스는 333홀로 파3, 파4, 파5 모두 각각 3홀씩 안배됐다. 코스에 해가 잘 들어오는 예쁜 홀이 많다.
1번 파5홀은 왼쪽 페널티 구역, 오른쪽은 OB 구역이다. 왼쪽에 물이 있는 페널티 구역으로 왼쪽으로 약간 굽은(좌 도그레그) 스트레이트 홀이다.
멀리 보이는 우측 그린 방향으로 티샷을 했지만 팔로 엎어서 친 탓에 공이 물에 퐁당 빠졌다. 4온 3퍼트로 더블 보기. 코스 전체적으로 좌그린이 우그린보다 어려웠다.
파4 두 번째 홀은 왼쪽 OB, 오른쪽 페널티 구역으로 역시 왼쪽으로 굽은 스트레이트성 홀인데 멀리 보이는 그린 우측 라이트 방향으로 티샷했다. 2온에 2퍼트로 파를 잡아 정상 페이스를 되찾았다.
짧은 3번홀은 화이트 티 왼쪽 중핀 기준으로 115m이다. 혼자 에지에 공을 떨어뜨려 2온 2퍼트로 보기였다. 동반자 2명은 버디를 잡았다.
4번홀은 파4로 왼쪽 페널티, 오른쪽 OB 구역으로 스트레이트 코스다. 티박스 앞 물이 있는 코스로 가운데 방향으로 공중 비거리 190m여야 공을 넘기는데 왼쪽으로 갈수록 공을 넘기는 횡단 거리는 멀어진다.
티샷 공중 비거리 190m는 아마추어들이 소화하기엔 불가능에 가깝다. 호흡을 가다듬고 날린 결과 가까스로 공을 넘겨 파를 잡았다. 기분 좋았다.
5번홀(파5)은 왼쪽 OB, 오른쪽 페널티 구역으로 역시 왼쪽으로 조금 굽은 스트레이트성 짧은 홀이다. 왼쪽 숲 풀이 안으로 들어와 캐리 180m는 넘겨야 한다.
멀리 우측 벙커 방향으로 공을 날렸다. 공이 무지개 마냥 길게 오른쪽으로 휘더니 페널티 구역으로 날아갔다. 4온에 2퍼트로 보기.
그늘집이 있는 6번 파3홀은 왼쪽 그린 가운데 핀 기준으로 화이트티에서 174m였다. 약간 쌀쌀한 날씨여서 5번 우드를 들었다. 핀 3m에 공을 안착시켜 파로 니어(near) 상금 1만원을 챙겼다.
7번홀은 파4 레귤러 코스로 양쪽 모두 페널티 구역인데 우측은 세컨드 샷부터 OB 구역으로 바뀐다. 살짝 왼쪽으로 굽는 코스다.
멀리 그린 우측 그라스 벙커 방향으로 공략했다. 코스 왼쪽에 물 해저드가 들어와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 그린 주변에서 웨지로 철퍼덕거려 3온 2퍼트로 다시 보기를 범했다.
쇼트 홀인 8번홀(파3)은 화이트 티에서 왼쪽 그린 앞 핀까지 160m로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린 사이드에는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걱정한 대로 공은 벙커로 날아갔다.
고수는 보는 대로, 중수는 치는 대로, 하수는 걱정하는 대로 공이 날아간다는 골프 격언이 스쳐갔다. 어렵게 벙커에서 탈출해 역시 보기에 머물렀다.
선샤인 마지막 코스 9번홀(파5)은 왼쪽 페널티, 오른쪽 OB 구역으로 된 스트레이트 홀로 왼쪽에 물 해저드가 길게 들어와 있다. 우측 가운데 라이트 방향으로 공략한 결과 무난히 파로 마무리했다.
전체적으로 구겨진 그린이 많아 신중하게 퍼트해야 한다. 그린이 파도처럼 언듈레이션을 이뤄 정확한 어프로치 샷이 관건이다.
디벗 자국이 거의 없는 신상 골프장으로 러프도 최상이다. 티잉 구역은 벤트그라스 잔디로 길게 만들어 티박스만 효율적으로 옮기면 관리가 잘될 것 같았다.
몇 개 홀에선 PGA 느낌을 주는 티잉 구역도 있었는데 화이트티 기준 공중비거리로 160m를 넘겨야 좁은 물 해저드를 건널 수 있었다. 압박감을 주면서도 재미나고 도전적인 코스였다.
300m 원온을 노리는 홀도 적절하게 조합해 거리 부담을 덜었다. 전장이 긴 홀은 장타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홀별 간격이 넓어 다른 팀을 배려했다.
벙커 모래는 무척 고운 편이다. 그만큼 벙커 샷 기술이 요구된다. 자칫하다간 얇게 모래를 떠올려 탈출하지 못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날 한 번 만에 벙커를 탈출하지 못한 사례가 3번이었다. 하트 모양으로 만든 예쁜 벙커가 있었는데 그대로 공이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동반자들이 모두 촘촘한 페어웨이 잔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캐디가 중간 중간 코알 바위, 우영우 바위 등 홀마다 특색과 스토리를 들려줘 재미를 더했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