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정해진 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다가오는 6월 3일로 집중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조기대선 국면에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의 주가가 초단기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 과거 대선 국면에서도 다양한 정치 테마주들이 탄생했고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주가 과열 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가가 크게 오른 해당 기업 임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기도 한다. 고점에서 매도했기에 대주주나 대표, 임원진들은 차익을 실현해 거액을 챙겼고, 대규모 물량 폭탄으로 주가는 주저앉았다.
정치 테마주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단타 성공에 따른 과실을 챙기려고 하지만 수익을 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가가 기업들의 실제 실적이나 이익에 연관돼 움직인다기 보다 호재성 재료로 움직이기에 언제, 어떻게 대규모 물량이 출회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주식 매도 타이밍을 잡기 힘들어 정치 테마주 투자는 고난도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급등락을 반복하는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의 주가는 실제 펀더멘털(기초여건)과 무관하다며 투자에 유의할 것을 강조한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 국면에서도 다양한 정치 테마주들이 많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평 윤씨인데 회장이 같은 윤씨라는 이유로 NE능률이 정치 테마주로 묶였다.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덕성도 같이 묶였는데 주가는 2021년 6000원 선에서 3만 2000원 선으로 5배 이상 올랐다.
현재도 시장엔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등의 과거 이력이나 행보와 엮어 다양한 이유로 정치 테마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DSC인베스트먼트는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된다. 이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AI(인공지능) 업체인 퓨리오사AI를 방문했는데, 과거 DSC인베스트먼트가 퓨리오사AI에 투자한 적이 있었다.
이 후보가 퓨리오사 AI를 방문한 4월 14일 DSC인베스트먼트 주가는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SC인베스트먼트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940원(29.98%) 상승한 841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DSC인베스트먼트의 주가는 최고 1만 160원까지 상승했다. 올 초 주가가 2000원 후반대였음을 감안하면 많게는 4배 정도 뛴 것이다.
이 가운데 DSC인베스트먼트 회사 내부자들은 회사 주식을 매도했다. 4월 22일 DSC인베스트먼트는 임원 등 8명이 주식을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매도 내용을 살펴보면 김요한 본부장은 15, 16일 이틀에 걸쳐 주식 25만주를 팔아 22억 36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이한별 본부장은 21억 4500만원, 신동원 상무는 23억원, 이경호 상무는 24억원을 각각 챙겼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의 배우자 이현옥씨는 18억 8500만원을 확보했다.
회사 대표가 매도한 곳도 있었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텍은 신승영 대표가 이 후보의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 창조 경영 최고경영자 포럼’의 운영위원장을 맡았다는 이유로 이재명 테마주가 됐다. 지난해 말 조기대선 가능성이 거론되자 에이텍 주가가 급등을 시작했다. 12월 초 1만 4000원 선이었던 주가는 같은달 10일 4만 6000원 선까지 튀어올랐다. 주가가 3만~4만원 선이었을 때 신승영 대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해 12월 12일 4만주를 장내 매도하며 약 15억 9000만원을 챙겼다. 이후 13일, 17일 각각 2만주, 2만 2500주를 매도하며 총 16억원 이상을 벌었다. 이후 올해 2월 21일 20만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59억원 이상을 손에 쥐게 됐다.
오리엔트정공도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된다. 이 후보가 청소년 시절 오리엔트정공의 계열사 오리엔트시계에서 일했다는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주가에 불이 붙었다. 주당 1000원 선에서 움직이던 오리엔트정공 주가는 에이텍과 마찬가지로 조기대선 가능성이 거론된 지난해 12월 초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12월초 1100원 선이던 주가는 한 달도 채 안 돼 6000원 선으로 올라갔다.
올해 4월 최고 1만 9000원 선까지 올라가며 16~17배 정도 올라갔다. 4월 이후 하락을 거듭해 현재 7000~8000원 선에 머무르고 있다. 장재진 오리엔트정공 대표는 올해 2~3월 총 5차례에 걸쳐 약 88만 주를 장내 매도했고, 5월에도 18만 1000주를 처분했다. 매각 규모는 총 86억원이다.
다른 대선후보들의 정치 테마주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닥 상장사 시공테크가 한덕수 테마주로 분류됐다. 박기석 회장이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이 때 한 전 총리도 민간위원으로 같이 활동했다. 시공테크의 최대주주는 박기석 회장 외 2인으로 지분 43.13%를 보유하고 있다.
시공테크의 주가는 올해 4월 들어 주가가 3700원 선에서 1만원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주자로 꼽히기 시작하자 주가가 빠르게 오른 것이다. 주가가 크게 올랐을 당시 시공테크의 임원 2명은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차익실현에 나섰다. 지난 4월 21일 김승태 시공테크 대표이사는 보유 중인 자사주 1만 1657주를 주당 9843원에 장내 매도했다. 총 1억 1474만원 어치를 챙긴 셈이다. 남경우 시공테크 부사장도 같은 날 보유 주식 1만 107주를 주당 9905원에 장내에 팔아 1억원을 챙겼다.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들의 상당수는 단기간 급등하고 호재가 종료되면 주가가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최근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 곳이 있다.
이 후보의 테마주로 묶인 상지건설은 지난 4월 들어 10거래일 연속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상승했다. 1~17일 1200% 넘게 올라 투자위험종목으로도 지정됐다. 주식매매거래가 한 차례 정지되기도 했다. 상지건설은 과거 임무영 전 사외이사가 이 후보의 선거캠프에 참여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상지건설은 제 20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돼 230만주가 신규로 발행된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120억원에 발행된 CB인데 회사 측이 투자자에게서 2023년 132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주가 급등을 기회로 재차 153억원에 매도하려는 계획으로 읽힌다. 이번 전환 주식은 기존 발행주식 총수(398만1814주)의 57.76%에 달하는 물량으로 신규 상장 주식은 5월 22일에 상장했다. 이후 상지건설은 10만주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환청구권 행사가 이뤄지면 주식 발행량이 크게 는다. 이는 주가에 부정적인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로 전환청구권 행사 소식이 알려진 후 4월 21일 상지건설의 주가는 25.1% 하락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김문수 후보로 단일화되자 한 전 총리의 테마주인 시공테크도 한 달만에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4월 초 3700원 선이던 주가는 1만원을 웃돌고, 5월 중순 다시 3700원 선으로 복귀했다. 다른 한 전 총리 테마주인 아이스크림에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아이스크림에듀의 최대주주가 시공테크이기에 같은 이유로 한 전 총리의 테마주로 묶였다. 지난 4월 아이스크림에듀의 주가는 210% 넘게 올랐다. 2000원 수준이었던 주가가 5000~6000원 선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 전 총리의 출마 무산 소식 이후 하락 세로 전환해 현재 다시 2000원 선으로 복귀했다.
정치 테마주는 대선주자들과 큰 관련성이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모종의 이유들로 급등락을 반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정치 테마주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단기 투자로 인한 차익을 얻어보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
신한투자증권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 따르면 5월 15일 기준 상지건설에 투자한 투자자 중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의 비중은 90.47%, 수익 투자자 비중은 8.85%였다. 평균 매수 단가는 4만 3631원이다. 다른 테마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종목별 손실 투자자 비중은 에이텍(94.23%), 오리엔트정공(90.57%), DSC인베스트먼트(76.8%) 등이다.
정치 테마주는 주가가 이상 급변하고 재무구조가 다른 기업들보다 열위에 있다는 게 공통적인 특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치 테마주의 평균 매출액은 코스피시장 3317억원, 코스닥시장 590억원이다. 코스피 테마주의 경우 평균 영업이익은 36억원, 당기순손실은 10억원이다. 코스닥은 평균 영업이익이 5억원, 당기순손실이 5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정치테마주의 이상 급등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공동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정치 테마주에 대한 주가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자 실무회의를 열었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공통적으로 조사 관계기관 간 협업체계를 구축해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시장감시·조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 정치테마주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전적 예방조치를 강화한다.
금감원은 적시성 있는 조사와 무관용 조치 등을 통해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고 불공정거래를 근절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는 사전적 예방조치 강화로 과도한 주가 상승을 방지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의 경우 정치인과의 단순한 연결고리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기업의 실적이나 본질가치와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정치 뉴스나 여론조사 결과 또는 테마 소멸 등에 따라 주가가 일시에 급락할 수 있다”며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린 투자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나 막연한 기대감 등으로 주가 및 거래가 급증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추종매매를 자제하고 기업의 실적, 재무상태 및 시장환경 등 펀더멘털에 기반한 합리적인 투자결정을 당부한다”고 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21대 대선기간 정치 테마주에 대한 모니터링 및 시장조치를 적극 실시하고 불공정거래 행위 포착 시 금융당국과 공조해 강력하게 대처할 예정이다.
[홍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