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필 씨(가명)는 의왕시의 한 민간 주차타워를 월 500만원씩 내고 임차해 직접 운영 중이다. 바닥면적이 약 1300㎡인 이 주차장에는 승용차 총 66대를 주차할 수 있다. 하루에도 차량 수백 대가 들락날락하지만 무인주차 시스템을 갖춰 놓은 덕분에 김 씨가 직접 챙길 일은 별로 없다.
김 씨가 이 의왕 주차장에서 올리는 매출은 월 1500만원이다. 매월 나가는 임대료 500만원과 건물 관리비 200만원, 무인주차 시스템 렌털비 100만원 외에 각종 비용을 제하고 김 씨 손에 남는 순수익은 월 300만~400만원이다. 김 씨는 “초반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전기차 충전기를 포함해 장비 설치비가 수천만원 들지만 이마저도 렌털 형식으로 갖추면 목돈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기 광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윤규 씨(가명)는 최근 순수익이 월 800만원가량 늘었다. 레시피나 인테리어를 바꾼 게 아니고 고객용 주차장에 무인주차장 시스템을 설치한 덕분이다. 박 씨 가게에는 차를 50대 정도 세울 수 있는 주차 공간이 있다. 하지만 가게 손님뿐 아니라 인근 주민이 아무렇게나 불법으로 주차하는 통에 주차장 관리인을 고용해 운영 중이었다. 관리인 2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인건비만 월 500만원이 넘었다.
무인주차장 시스템 설치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인건비 500만원이 굳은 데다 별도 주차장 수익이 월300만원씩 추가로 생겼다. 가게를 방문한 손님에게는 주차비를 따로 받지 않지만, 주변에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차를 대기 시작한 덕분이다. 박 씨는 “주차장은 고객 편의 차원에서 운영해온 것이다. 단순히 비용을 지출하던 공간이 이제는 매달 수익을 내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자랑했다.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상품은 오피스텔과 상가다. 하지만 최근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 우려, 전세 사기 우려와 함께 인기가 시들해졌다. 상가 또한 지나치게 오른 가격이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는 비교적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주차장에 알음알음 투자하는 경우가 꽤 있다. 공급량은 제한됐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꼬박꼬박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주차장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주차장 부지나 건물을 직접 매입해 임대하는 방법이고, 하나는 주차장을 임차하거나 운영권을 낙찰받은 뒤 직접 임대해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여기서 주차장 매입은 건물 규모가 크고 매매 가격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도 달하는 만큼 웬만한 자산가나 법인이 아니고서야 접근하기 부담스럽다.
그래서 적은 자본으로 투자하길 원하는 개인은 주차장 운영권을 획득한 후 직접 임대 운영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마침 자동차단기, 무인요금정산기 등 무인주차장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인건비를 거의 들이지 않고도 주차장을 운영할 방법이 많아졌다. 주차장 전문 컨설턴트인 김영덕 빅모빌리티 이사는 “주차장에 투자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건물주가 아니라 땅을 빌려 재임대하는 이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서 주차장 운영권을 얻는 방법은 다시 세 가지로 나뉜다. 공영주차장 임대권을 낙찰받거나, 민간 주차장을 직접 임차하거나, 빈 땅에 주차장을 직접 짓는 방법이다.
첫째, 공영주차장 임대권을 공매로 낙찰받는 방법이다. 공영주차장 임대권은 온비드를 통해 공매로 나온다.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누구나 입찰할 수 있는 만큼 ‘문턱이 낮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공영주차장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공영주차장 임대료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지방에는 월 임대료가 100만원보다 적은 곳도 많다. 유찰을 반복한 물건은 임대료가 더 낮아지기도 한다. 공영주차장 임차권은 1회 유찰될 경우 최저입찰가가 유지되지만, 유찰 2회차부터 최초 가격의 90%, 80%, 70% 순으로 떨어진다.
김영덕 이사는 “규모가 큰 주차장은 전문성을 갖춘 기업이 주로 입찰하지만, 소규모 주차장은 지역에 거주하는 개인이 낙찰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작은 주차장을 여러 곳 운영하면 큰 품을 들이지 않고도 쏠쏠한 수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다 보니 알짜 매물일수록 입찰 경쟁도 치열하다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보통 최저입찰가의 200~300% 수준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고, 높으면 1000% 수준에 낙찰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에서 마포구 ‘한강공원 제2지역’ 2년 임차권이 공매로 나와 관심을 모았는데, 이 주차장은 최저입찰가(7억4500만원)보다 3.26배 높은 24억287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같은 해 3월 경남 진주시에서 나온 ‘충무공1유료공영주차장’ 1년 임차권도 최저입찰가(175만원)보다 9.29배 높은 1626만원에 낙찰됐다. 최저입찰가 1220만원에 나온 대전 중구 ‘대흥동 제3노외주차장’ 1년 임차권은 지난 1월 1억31만3000원에 거래돼 낙찰가율이 822.24%에 달했다. 이들 주차장은 중심 상권에 있어 유동 차량이 많은 편이다.
물론 투자하는 주차장이 꼭 수도권 인기 지역일 필요는 없다. 다른 예로 최근 대구에서는 대명동 앞산카페거리 인근의 공영주차장 1년 운영권이 공매 물건으로 나왔다. 대지면적 978.8㎡, 장애인 구역과 전기차 충전소를 포함해 승용차 32대를 주차할 수 있는 이 주차장의 최저입찰가는 약 1589만원이었지만 지난 9월 4일 2877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최저입찰가 대비 실제 낙찰가의 비율)이 181.3%에 달했다.
이곳 1일 주차권 가격은 4000원이다. 만일 만차일 경우 월 최대 384만원(4000원×32대×30일)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 주차장 운영권이 1년짜리인 점을 감안하면 월 임대료가 약 240만원인 셈이니, 매월 140만원가량의 순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늘 손님이 가득차는 주차장이 아니어도 총 투자 금액이 3000만원 미만으로 적은 만큼 연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입찰하기 전 철저한 사전 조사도 필요하다. 적자가 발생해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없도록 월 임대료와 각종 비용, 기대 매출을 보수적으로 계산해봐야 한다. 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주차장 매입·운영 경험이 있는 사업자나,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만 입찰하도록 제한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공영주차장이 아니라면 준공된 건물에 딸린 민간 주차장을 임차하는 방법이 있다. 직접 발품을 뛰며 운영권을 수주해야 한다. 과정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괜찮은 물건을 구하기만 하면 알짜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일례로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의 약 2100㎡짜리 옥외 주차장은 승용차만 수용할 수 있는 35면짜리 주차장이다. 투자 비용은 무인정산기 등 장비를 설치하는 데 3000만원, 간판을 비롯한 주차장 조성 비용이 1830만원 들었고 임대료로 매월 1000만원씩 낸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이 주차장에서는 매년 2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다만 이런 물건은 지역 중개업소에 나오는 경우가 드물고, 알짜 물건일수록 친인척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임대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셋째, 나대지를 매입해 공사하거나, 주차 전용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다. 다른 사업과 달리 주차장을 따로 요구하는 토지 용도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주차장 사업을 하기 위해 용도 변경을 안 해도 된다는 뜻이다. 사업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다. 나대지의 경우 자갈만 깔아도 주차장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3.3㎡당 5만~10만원에도 조성 가능하다.
부지 종류는 무관하지만 창업에 적합한 면적 요건은 있다. 전용면적 660㎡, 즉 200평 정도는 돼야 무인 시스템을 설치한 이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주차면 수로 치면 20~25면 정도에 해당하는 크기다. 20면 이하의 주차장은 임대료와 각종 비용을 뺀 뒤 남는 수익이 거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무인주차장에 적합한 입지는 어느 정도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 주변이다. 기차역, 버스터미널, 지하철 역세권 등 교통수단 환승 거점도 매출이 높은 편이다. 다만 이런 경우는 월 임대료 역시 높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고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떨어진다. 이럴 땐 서울보다는 외곽,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적당한 규모의 도시에서 임대료가 저렴한 주차장 부지를 여러 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직접 소유한 땅을 주차장으로만 운영하다 시세차익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서울 마포구 홍대 상권에 나대지를 보유하고 있던 한 소유주는 이 땅을 주차장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상속으로 취득은 했지만 팔기도 어렵고 직접 개발할 엄두는 못 내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대지 560㎡, 승용차 2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이 토지 가격은 최근 400억원까지 뛰었다. 홍대 상권 시세가 본격적으로 떠오르지 않았던 10여년 전만 해도 100억원이 채 안 됐던 땅이다.
단 나대지는 외부 공간이라 기상 여건에 따라 매출이 널뛸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한여름 무더위나, 칼바람 부는 추위에는 나대지 주차장을 피하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2월부터 2월까지는 주차장 매출이 성수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주차장을 조성할 수 있는 땅값도 천정부지로 오르다 보니 최근에는 아예 캠핑장 주차장, 화물차 주차장 등 틈새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화물차를 도로에 불법 주차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고 보면 화물차 운전사도 전용 주차장이 없어 벌금을 물어가며 주차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는 “화물차 주차장은 승용차보다 큰 땅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도심 밖 공터를 저렴하게 임대하면 승용차 주차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캠핑 인구가 증가하는 점에 착안해 캠핑카 전용 사업도 확대되는 추세다. 캠핑카는 전고가 높고 회전반경이 커 부설 주차장에 입차할 수 없다는 점에서 화물차와 비슷하다. 상대적으로 토지 임대료가 저렴한 교외에 있는 나대지를 주로 주차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단 화장실, 상수도, 전기 등 부대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은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캠핑카 주차장이 다소 과잉 공급된 측면이 있고, 이런 지역은 캠핑카 주차장 매출이 예전만 못할 수 있어 철저한 사업성 분석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의 주차장을 운영하든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실’을 최소화하는 게 최우선이다. 즉 주차장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나름의 마케팅 노력도 중요하다. 개인적인 홍보를 하거나, 인근 건물 이용자나 일대 거주자를 유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무인주차 시스템 제공 업체들이 모바일 앱을 활용해 실시간 주차 공간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만큼 활용 해봄직하다. 만약 오피스 상권에서 주차장을 운영한다면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시간, 주차장 남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평일 야간은 물론 주말에도 꾸준히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쏘카, 그린카 같은 카셰어링 업체를 적극 유치하는 것도 팁이다. 카셰어링 업체가 운용하는 차량은 주차요금은 동일하지만 면을 비워놓는 시간이 많다. 즉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적은 면으로 많은 차량을 활용할 수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고마운 고객이다.
[정다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