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에 이어 주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도 후행적으로 급하게 주가 상승이 나타났다. 코스닥 전기·전자 업종은 코스닥 지수를 훨씬 상화히는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시장이 요동치면서 반도체 두 대장주가 흔들린 3월 초에도 테크윙, 주성엔지니어링, 리노공업은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최근 이란전 장기화 전망이 나오면서 증시의 불확실성이 심해졌지만 소부장주는 선방해왔다. 소부장 판매처나 생산은 아시아권에 집중돼 있어 중동에서 갈등이 장기화되더라도 생산 차질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측면이 있다. 김동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규 인프라 구축 가속화와 이에 따른 장비 반입 속도는 소부장들의 2027년 실적 전망치에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25년엔 2024년보다 몇 배 급증한 이익을 보였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달리 소부장의 2025년 이익은 뚜렷한 개선을 보여주진 못했다. 최근 주요 소재·부품·장비 업종의 주가 상승은 이익 상향보다 밸류에이션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1월 이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는 장비가 8%, 소재·부품이 6% 상향된 반면, 해당 기간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은 장비가 17배에서 25배로, 소재·부품이 16배에서 24배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체들이 자본지출(Capex) 증가 및 캐파 투자 사이클로 진입한 만큼 소부장 업종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가 필요해졌다”면서 “메모리 3사 모두 2027년에 신공장이 확보되고,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에 대한 증설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연초 이후 주요 대형 종목의 주가 상승은 패시브 자금 유입에 따른 우호적 수급 효과가 컸다. 주가 상승이 상장지수펀드(ETF) 영향이 큰 대형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부장의 주가 상승은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전공정 장비업체들의 멀티플이 7~8개월 사이에 70~80% 이상 할증된 것도 2027년 이후 파운드리에 이어 메모리 투자 사이클을 기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업체들의 멀티플 확장과 대한민국 정부의 코스닥 정책의 교집합에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이 포함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최근 출시된 코스닥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소부장 비중이 높아 소부장 업종은 유동성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펀더멘털 개선 속도를 크게 능가하는 속도로 주가가 오르고 있는데 유례없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 덕분에 국내 소부장도 낙수효과를 보고 있다. 다만 메모리 사이클 국면별로 수혜받는 업종은 다를 수 있다. 사이클 초·중기에는 직접적 수혜가 큰 전공정 장비가 주가 상승이 두드러지고, 사이클 후반(생산 증가, 가격 둔화 국면)에는 후공정, 부품·소재 기업들이 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르는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사이클 진행 기간 전체적으로 꾸준히 수혜를 받는 건 반도체 기판(PCB) 업체들이다. 현재 사이클 초·중반 시기라 전공정 장비인 원익IPS나 피에스케이, 그리고 올해 실적이 좋아질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다른 소부장주에 비해 오르는 이유다.
반도체 생산공정은 크게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전공정’과 완성된 칩을 테스트하고 패키징하는 ‘후공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다시 세분화하면 8대 공정(웨이퍼 제조-산화-포토-식각-이온주입-금속 배선-EDS-패키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공정 기술의 발전과 첨단화로 인해 기존 8대 공정이 융복합하는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로보틱스 등 첨단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텔은 미국, 유럽 등지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며, TSMC 또한 2025년을 목표로 미국에 4나노(㎚) 파운드리 건립을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수십조원을 들여 용인, 평택의 신규 반도체 라인을 건립 중이고,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 사이클에는 반도체 장비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인 5나노(㎚) 이하의 선단공정(사업부에서 주력으로 양산하는 공정이 아닌 미래를 보고 개발하는 신규 공정) 투자는 공장 및 설비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 이에 구조적으로 반도체 장비와 공정 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소부장주는 대부분 반도체 ETF에 포함되어 있다. 소부장의 비중이 높은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이 높은지에 따라 ETF 선택이 달라진다. 또한 소부장 중에서 소재·부품·장비 어느 업종에 집중되어 있는지에 따라서도 선택의 폭이 넓다. 특히 최근의 소부장 ETF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밸류체인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3D 패키징 기술을 통해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기 때문이다. HBM은 기존의 GDDR(그래픽용 D램) 대비 더 많은 용량, 더 큰 대역폭을 제공해 AI반도체에 사용된다. 메모리를 더 얇게, 더 많이 쌓아 올리는 패키징 기술을 통해 똑같은 크기의 반도체여도 더 높은 성능의 HBM을 구현할 수 있다. 이 과정에 필수적으로 본딩 기술이 필요하다. 적층되는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단 칩과 하단 칩을 전극으로 연결하는 ‘TSV 본딩’, 웨이퍼에 구리패드를 정교하게 형성한 후 이를 접착해 웨이퍼를 직접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제대로 본딩을 하기 위해 필요한 백그라인딩, 다이싱(싱귤레이션) 공정과 제품을 포장하고 인쇄하는 공정, GPU와 HBM을 동시에 탑재할 수 있는 패키징 기판 제작 공정 또한 중요한 후공정에 속한다.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 ETF는 매출 성장성, 주가 모멘텀을 계량화해 높은 스코어 순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주도주 스코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주도주 스코어 방식은 성장성 지표(3M, 6M, 3Y 매출액 모멘텀) + 주가 모멘텀(9M 주가 모멘텀, 252일 저가 대비현주가, 최근 3년 현금 흐름 대비 현 주가) 스코어를 산출해 상위 종목으로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ETF는 반도체 공정 기업 중 매출 성장성과 주가 모멘텀이 우수한 종목에 투자하여 시중에 나와 있는 상품 대비 차별화된 투자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SOL AI반도체소부장은 소부장ETF 중 운용자산 규모가 크다. 국내 AI반도체 소부장 기업 가운데 핵심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구성 종목은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이수페타시스, 원익IPS, 이오테크닉스, 한솔케미칼, HPSP, 주성엔지니어링, 솔브레인, ISC 등 20개 종목이다. HBM 관련 기업 비중이 약 45%, 미세화 공정 관련 기업 비중이 약 55%로 구성돼 있다. 세부 카테고리별로는 소재 약 14%, 부품 약 16%, 장비 약 45%, 기타 약 25% 비중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최근 국내 반도체 산업은 AI 기술 경쟁과 첨단 산업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과 기업별 증설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까지 가격(P) 상승 국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목받았다면, 앞으로는 생산량(Q) 확대 국면에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즉 소부장 기업의 수혜가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그룹장은 “메모리 반도체 3대장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공장 증설과 추가 투자,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과의 협력 강화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며 “HBM 생산 확대에 집중할수록 범용 D램 공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질 수밖에 없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생산 공간과 설비 확대가 필요해 소재·부품·장비 전반으로 수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는 HBM 수혜의 정점인 장비주에 100% 투자한다. AI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중 반도체 신규 주문 사이클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업은 장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반도체 슈퍼 사이클 국면에 수익률이 높을 수 있다. 대형 종합반도체 기업 보다 수주에 따라 주가의 반응이 빠른 장비주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신한자산운용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을 전공정, 후공정 등 공정별로 세분화해 투자할 수 있는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도 내놨다. SOL 반도체전공정와 SOL 반도체후공정ETF다. 해당 상품들은 국내 반도체전공정과 후공정의 핵심 기업만 집중 투자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10개 종목으로 압축한 것이 특징이다.
반도체 전공정은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려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반도체 후공정은 웨이퍼 제조 작업 이후에 진행되는 패키징과 테스트 과정이다.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으로 D램 가격이 상승하고 가동률이 회복되면서 전공정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후공정은 인공지능(AI), 고대역폭메모리(HBM) 특수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은 AI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HBM(패키징)과 미세화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반도체 기업에 투자한다. 기존의 반도체 ETF와 달리 국내 중소형 반도체 기업들 중에서도 HBM과 연관성이 높고 고도의 AI반도체 제조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한미반도체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본딩 기업인 프로텍, 에스티아이, 피에스케이홀딩스와 기판업체인 이수페타시스와 대덕전자 등에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미세화 전공정 주요 기업으로는 EUV 감광액 소재를 만드는 동진쎄미켐, EUV 마스크 리페어 장비 기업인 파크시스템, EUV 펠리클(포토마스크 오염 방지 부품) 관련 장비를 만드는 에프에스티 등도 담고 있다. 그 외에도 GAA 식각액 소재 기업인 솔브레인과 GAA ALD(원자증착법) 장비 기업인 원익IPS 역시 투자 기업이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