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 부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서울아산병원 입원전담전문의로 중증 환자를 돌보다 카카오헬스케어로 옮겼다. “입원을 했다는 건 외래에서 해결할 수 없는 중증이라는 뜻이에요. 암 환자, 감염 환자, 내과 중증 환자들을 많이 봤어요. 열심히 치료해서 좋아져서 나가시는데, 또 재입원하는 케이스가 많았습니다.”
‘환자의 재입원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이 그를 헬스케어 기술에 관심 갖게 만들었다. 병원 안 관리를 병원 밖 관리로 확장하는 기술을 통해 치료 이전에 질병 예방에 다가가고자 한 것이다.
카카오헬스케어의 대표 앱 ‘파스타’는 연속혈당측정기(CGM)로 시작된 서비스다. 예전엔 손끝을 찔러야 했지만 이제는 팔에 센서를 붙이면 5분 마다 혈당을 측정해준다. 이 기록을 파스타에서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 부사장은 파스타를 ‘CGM 앱’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장수, 웰니스, 헬스케어 — 용어는 달라지지만 관통하는 진리는 결국 네 가지예요. 잘 먹고, 잘 운동하고, 잘 자고, 스트레스 안 받는 것. 일상의 루틴을 내가 수동으로 기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게 파스타의 철학입니다.” 혈당은 그중 하나의 창일 뿐이다. 수면은 호흡음 분석으로, 스트레스는 리모트 PPG 기술로 얼굴 혈류를 측정해 버튼 한 번이면 기록된다. 식사는 사진 한 장이면 된다.
다른 CGM 제조사 앱과의 차이도 여기서 갈린다. “제조사 앱은 혈당에 포커스가 돼 있죠. 저희는 혈당과 수면의 관계, 수면과 혈압의 관계, 스트레스와 수면의 관계를 한 앱 안에서 교차로 봅니다. 또 커뮤니티 기능이 있어서 같은 질병을 앓거나 같이 운동하는 분들끼리 경험을 나눌 수 있어요.” 한 앱 안에서 생활 습관의 상호작용이 드러나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습관 형성에 최소 12주가 걸린다는 게 연구 결과예요. 앱 관점에서 뒤집으면, 사용자가 건강 관리를 3개월은 유지할 수 있어야 효과가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3개월을 넘기는 앱을 어떻게 만들까 — 그게 저희의 평생 숙제예요.” 김 부사장은 게이미피케이션과 리워드 시스템을 적극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건강 퀴즈를 풀며 접속하고, 습관 형성에 리워드가 따라붙는다.
AI의 역할도 중요하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왜곡 없이 전달하고, 아직 병원에 가지 않은 일반 사용자에게는 눈높이에 맞춘 톤으로 조언한다. “사용자들은 이미 ‘하지 말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잔소리가 아니라 나를 진심으로 아껴줘서 해주는 얘기처럼 느껴져야 해요. 때로는 강하게 말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음성 UI는 이미 도입돼 있다. 고령층 사용자들이 버튼을 불편해할 수 있어서다. “오늘 오전 11시에 떡볶이 먹었다”고 말만 하면 식사 기록이 자동 등록된다.
그가 가장 강조한 개념은 ‘커넥티드 케어(Connected Care)’다. “환자의 여정은 사전 관리(Pre-care), 진행 중 관리(During-care), 사후 관리(Postcare)로 나뉩니다. 병원에 오기 전 사전 정보 수집이 있고, 365일 병원에 있을 수 없으니 퇴원 후 혹은 외래 이후의 관리가 있어요. 이 전체가 연속성 관점에서 하나로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 질환이 없는 분들은 더 이상 질병이 생기지 않게끔 격려하고,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게 필요해요.”
파스타는 이미 분당서울대·양산부산대·건양대·경희대·세브란스 등 약 10개 대학병원의 EMR(전자의무기록)과 연동돼 있다. 의료진은 ‘파스타 커넥트 프로’라는 별도 대시보드로 환자가 실제 뭘 먹었는지, 어떤 운동을 했는지, 혈당이 어떻게 변했는지 연속된 데이터로 확인한다. “환자분들은 일부러 거짓말한다기보다 잊어버려요. 데이터가 객관적으로 보이니까 의사결정이 훨씬 정확해집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내가 기억 안 나도 데이터가 보이니까 안심이 되고요.”
1인 가구 증가와 초고령 사회 맥락에서 가족 공유 기능도 중요해졌다. “한 명이 식단을 바꾸면 가족 전체 식단이 바뀝니다. 특히 자산가 가족은 같이 관리하는 경향이 강해요.” 카카오톡 기반 공유로 배우자·자녀·부모가 서로의 기록을 볼 수 있고, “너 오늘 점심 왜 안 먹었니” 같은 자연스러운 안부가 오간다.
“앞으로의 헬스케어 방향은 분명해요. 반응적(Reactive)에서 능동적(Proactive)으로. 증상이 생긴 뒤 대응하는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거예요. 그러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평상시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해야 하고, 그리고 결국 병원과의 연결이 얼마나 잘돼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특히 Z세대는 건강 관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파스타의 체중 관리 기능인 ‘피노어트’, 수면, 스트레스 검사 등의 신규 기능 및 서비스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3월 말 기준, 파스타 앱 이용자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3월 대비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 파스타 앱 이용자 중 30대 이하 비중이 절반 가까이로 나타났다.
초고령 사회 진입과 Z세대의 장수 콘텐츠 관심이 겹치는 지점, 그리고 기술이 건강 불평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김 부사장은 “장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가 그리는 장수산업의 방향은 결국 ‘모두를 위한 연결’이다.
[박수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