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케어 사옥에서 만난 정지원 대표의 책상 위에는 ‘비드렛(Beadlet)’이라 부르는 작은 알약이 놓여 있었다. 지름 5.1mm. 이 수치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4.1mm부터 5.7mm까지 0.2mm 단위로 일곱 가지 크기를 만들어 목 넘김을 테스트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다. “5.1mm보다 작으면 너무 가벼워서 중력을 못 받아요. 꿀꺽 안 넘어가요. 5.3mm만 돼도 하나의 ‘알’처럼 부담스럽게 다가오고요.” 법조인 출신의 창업가는 영양제의 목 넘김을 설명하면서 엔지니어처럼 말했다.
알고케어는 지금까지 기업용(B2B) 맞춤 영양제 서비스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최근 1년 사이 B2C 가정용 디바이스 출시로 변곡점에 섰다. “스타트업의 정설이 있어요. PMF(Product-Market Fit)를 찾기 전까지는 그것만 해라, 찾고 나면 성장만 하라.” 정 대표는 알고케어 가정용 제품이 어떤 기준으로 봐도 PMF를 통과했다고 자신한다. “회사 영업이익은 LTV(라이프타임 밸류) ×Q(사용자 수)로 만들어져요. 지속성은 검증됐으니 올해는 Q를 높이는 게 가장 큰 과제입니다.”
가정에서 필요한 맞춤형 영양제 서비스란 어떤 형태일까. 정 대표는 연속적인 데이터 수집을 강조했다. “개인 맞춤이란 건 그 사람의 건강 데이터에 맞추는 게 아니에요. 어제 무릎을 다쳤다면 오늘 영양제가 달라져야 맞춤이지, 한 시점에 스냅샷 찍어서 최적화한 건 한 달 뒤엔 맞춤이 아니게 돼요.”
또한 지속적으로 영양제를 복용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했다. 정 대표는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설문에 따르면 영양제 섭취자 중 70%가 3개월 이상 지속하지 못한다”라며, 지속가능성이 제 1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좋아 보이는 건강 관리 서비스는 많아요. 그런데 대부분 프로젝트처럼 한 번 반짝하고 지속되지 못해요. 전 세계적으로 대중이 꾸준히 쓰는 건강관리 서비스는 애플워치밖에 없어요. 이유는 단순해요. 건강의 베네핏은 10년 뒤에 오는데 수고로움은 지금 당장 있거든요. 그럼 방법은 수고로움을 줄이거나 베네핏을 앞당기거나, 둘 중 하나예요.”
알고케어는 전자를 택했다. 5.1mm 사이즈, 속쓰림 방지 그물망 코팅, 무향에 가까운 캔디 향, 이 모든 것이 ‘삼키기’의 마찰을 제거하기 위한 공학적 결과다. 또한 사용자의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양의 영양제를 원하는 시간에 제공한다. 사람이 할 일은 영양제를 한입에 탁 털어먹는 것밖에 없다.
사용자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로 정 대표는 ADHD를 겪는 사용자를 꼽았다. “2주 이상 영양제를 먹어본 적이 없대요. 그런데 알고케어로는 두 달 넘게 매일 먹고 있다고. 영양제 빈 통을 치울 때마다 뿌듯하대요. 자기가 이렇게 뭘 꾸준히 한 게 처음이라고.” 최근 40명을 무작위로 전화 인터뷰했더니 40명 전원이 “이렇게 영양제를 오래 먹어본 건 처음”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알고케어의 타깃 고객층은 분명하다. 바로 자신의 시간 단가가 높은 사람들이다. 국가대표 선수나 기업의 CEO 등이다. 정대표는 “실제 고객군 중에 한남더힐이나 시그니엘 거주자 비중이 상당히 높다”라고 덧붙였다. 또 최근 윤지환 수영 국가대표 선수는 알고케어 AI와 대화하며 자신에게 맞는 수면 영양제 조합을 찾아 컨디션이 극적으로 개선됐고, 이번 시즌 국내 대회 50m 배영 금메달을 땄다.
정 대표는 장수산업의 트렌드도 좋은 기술에서 일상의 예방과 지속 가능한 노화 관리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강은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며 “제가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그대로 제 건강”이라고 설명했다.
알고케어의 AI는 현재 마일스톤 2단계에 있다. 사용자가 컨디션을 입력하면 저장은 하지만 반영에는 5~10분의 시간차가 있다. “4월 내에 3단계로 넘어갑니다. 입력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해줘요. 3단계가 잘되면 상반기 내에 4단계로 갑니다. 보이스 UX예요. 대화의 핵심은 즉시성이니까요.” 스마트홈 허브가 되는 구조도 이미 설계해뒀다. 스마트워치와 연동되면 아침에 디바이스 앞에 서는 순간 “어젯밤 잘 못 주무셨네요 오늘 아침은 기운 나는 걸로 해드릴게요”라는 제안이 가능해진다.
맞춤형 가격 설계도 마일스톤 3부터다. “AI에게 ‘한 달에 7만원 선으로 짜줘’라고 말하면 그 예산에 맞게 조합해줍니다.” 현재 14종인 영양제 라인업은 2~3분기 내 30종까지 확장된다.
“건강 자비스가 되려면 나를 많이 알아야 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AI의 역할에 대한 정 대표의 정의였다. “자비스가 아이언맨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아이언맨이 뭘 좋아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에요. 건강 자비스가 되려면 이 사람의 라이프스타일, 선호도, 성격까지 알아야 해요.” 매일 아침 8시에 정확히 먹는 사용자와 새벽 2시에 먹는 사용자에게 같은 제안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AI가 사람을 가르치거나 훈계하는 방향을 경계한다. “건강 영역은 사람들이 이미 죄책감이 많아요. ‘나는 영양제조차 꾸준히 못 먹지’ 같은. AI가 그 죄책감을 건드리면 안 돼요. 할 수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작은 성공 경험이에요. 그 뿌듯함이 곧 정서적 케어이자 동기부여입니다.”
현재 알고케어의 목표는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 선호도, 성격에 맞는 정교한 영양 제안이다. 정 대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발전하면 건강,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종합해 건강 리스크까지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박수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