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예약하고 레이저 치료 받고, 집으로 돌아간 후, 그다음부터는 각자도생. 한국의 메디컬 에스테틱 산업은 오래도록 이런 방식으로 굴러왔습니다. 병원 안에서는 정교한 시술이 이뤄지지만, 문을 나서는 순간 고객의 데이터와 관리 루틴은 끊겼죠. 이러한 루틴은 더 이상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최근 웰니스하우스서울을 오픈한 최두영 AAC홀딩스 대표는 바로 그 끊어진 지점을 사업의 출발선으로 봤다. 그가 말하는 웰니스는 스파나 뷰티 디바이스를 넓게 묶는 유행어가 아니다. 병원, 식습관, 수면, 정신건강, 커머스, 공간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재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최 대표의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을 두고 “데이터가 끊겨 있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피부 상태와 시술 이력, 일상에서의 식습관과 홈 케어, 그 이후의 변화가 따로 놀면 진짜 관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AAC홀딩스가 그리는 그림은 병원 확장이 아니라 ‘관리의 연속성’이다.
최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고객이 병원 안에서만 관리받는 구조에 강한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수백만원짜리 시술을 받아도 수면, 식단, 생활 습관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과가 흔들리는 경우를 수 없이 봤다는 것이다. 최두영 대표는 “건강한 장수를 위한 조건에는 먹는 것, 자는 것, 활동하는 것, 마음 건강이 다 연결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뷰티가 겉모습의 문제가 아니라 몸 상태와 생활 리듬, 정신건강까지 포괄하는 영역으로 넓어졌다는 인식이다.
이 지점은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맥킨지는 뷰티와 웰니스의 경계가 계속 흐려지고 있으며, 젊은 소비자일수록 예방적 안티에이징과 롱제비티 서비스에 더 적극적이라고 짚었다. 스킨케어, 기능성 식음료, 인퍼슨 웰니스 서비스, 멘탈 케어, 체중 관리가 한 덩어리처럼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 철학을 가장 집약적으로 구현한 공간이 웰니스하우스서울이다.
이곳은 강남역 인근 1층부터 지하 2층까지 스토어, 스웰니시, 윔 클리닉·센터, 더나 클리닉을 배치하고 AI 진단과 메디컬 인사이트를 일상의 루틴과 연결하는 구조를 내세운다. 최두영 대표는 이 공간을 “AI 메디컬 인사이트가 만드는 새로운 웰니스”라고 정의하며,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웰니스 여정을 설계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한다. 최 대표는 이 공간을 단순한 플래그십으로 보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그는 웰니스하우스서울을 “디지털 트윈과 ‘옴니채널 플랫폼’으로 가는 실험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고객이 공간 안에서 남기는 신체 데이터와 선택, 상담, 관리 이력이 다시 플랫폼으로 쌓이고, 그 데이터가 다음 추천과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공간 OS”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이다. 오프라인 공간을 그냥 예쁜 매장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록하고 고객 경험을 표준화하는 운영체계로 보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공간 연출 역시 그 철학의 일부다. 최 대표는 병원 특유의 긴장감 대신 음악, 향, 디스플레이, 조명을 통해 ‘관리받는 공간’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웰니스하우스서울이 고급스러운 쇼룸처럼 보이면서도 병원과 카페, 스토어와 클리닉의 경계를 허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부 자금도 이 비전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엑세스바이오는 올해 1월 AAC홀딩스에 150억원을 투자하고, 양 사가 공동 설립하는 합작법인 AACG에 각각 5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엑세스바이오는 AAC의 메디컬 에스테틱 운영 노하우와 자사 진단 기술을 결합해 미국·중국·일본에 메디컬 에스테틱 클리닉을 단계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단순한 재무 투자라기보다 진단-시술-사후 모니터링-데이터 축적-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구조를 함께 만들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정작 최 대표가 강조한 단어는 ‘투자’나 ‘상장’이 아니었다. 그는 “상장보다 상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증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매출 숫자만 키운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고객 데이터가 반복적으로 쌓이고 각 브랜드 접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그 데이터가 자산이 되는 구조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현재 라운드가 최종적으로 300억원 규모로 마무리되길 기대하고 있다”라며 “웰니스하우스서울을 포함한 5개 브랜드 클러스터 기준으로는 4월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최 대표의 AI론도 흥미롭다. 그는 화려한 모델 자체보다 ‘고품질 데이터 아키텍처’를 먼저 말한다. 진단, 상담, 관리, 결과가 시간 순서대로 연결되는 구조가 없으면, 어떤 AI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AAC홀딩스가 올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도 버티컬 AI 자체보다, 서로 다른 도메인의 데이터를 어디서 어떻게 융합할지 정하는 설계 단계라고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지금은 디지털 트윈에서 옴니채널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단계이고, 그다음에야 버티컬 AI가 붙을 수 있다.
그가 말하는 버티컬 AI는 단순 추천 엔진이 아니다. 노화 과정 전반을 이해하고, 무엇을 먹고 바르고 받아야 하는지까지 제안하는 ‘AI 에이전트’에 가깝다. 그 배경에는 AAC홀딩스가 뷰티 시술뿐 아니라 식음료, 체중 관리, 라이프스타일 교정, 정신건강까지 함께 다루는 이유가 깔려 있다. 그는 “AI 다음 키워드는 롱제비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해외 진출 역시 AI와 데이터 플랫폼의 완성도를 전제로 움직인다. 최 대표는 미국과 일본을 가장 유력한 1차 거점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단일 클리닉보다 웰니스하우스서울과 비슷한 클러스터형 모델이 정체성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 대표의 말대로라면 AAC홀딩스가 만들고 싶은 것은 병원도, 커머스도, 뷰티 브랜드도 아니다. 그 사이에서 끊겨 있던 시간을 다시 잇는 운영체계다. 웰니스하우스서울은 그래서 하나의 매장 오픈이 아니라, 한국형 롱제비티 플랫폼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첫 번째 프로토타입에 가깝다.
[박지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