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0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는 월가의 ‘큰손’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럭스멘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식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고 진단하고 지금은 관망할 때라고 조언했다. 추천 투자처로는 성장 전망이 높은 중국 인터넷 부문을 꼽았다.
윤 CIO는 미국과 중국이 최근 상대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한 결과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는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제조업 부활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이후 행정부에서도 추진할 핵심 과제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도 덩달이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12월에 한 차례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기존 2~3차례 인하 전망 대비 크게 후퇴한 수준이다. 연준의 무게중심이 고용에서 물가로 크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하 일문일답.
Q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 시장에서의 평가는?
A 다행이다. 최악은 피했다. 그러나 경제 둔화까지 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최종 관세율이 10~30%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인데 이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즉 관세가 과거로 돌아가진 않는다는 말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해 미국은 감세를 연장하고 중국은 재정 부양을 할 것이다.
Q 현재 미국 주식 상황과 전망 그리고 투자 전략은?
A 현재는 기술적 모멘텀이다. 주식 가격이 최근 굉장히 많이 올라서 올해 연초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현재 가격은 너무 비싸다. 그래서 이 가격에 사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S&P500지수가 5000 수준에 샀어야 했다. 나는 그 가격에 사서 5600에 다 팔았다. 앞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이 상황에선 지켜보는 게 맞다. 조금 하락하고 사야 한다.
Q 미국에서 주식 외 다른 추천 투자처는?
A 미국 국채를 주시하고 있다.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4.6~4.65% 에 이르면 미국 장기국채 ETF인 TLT를 사기 시작할 것이다. 국채값이 싸지면 사는 전략이다. 요즘엔 변동성이 높아 하루 이틀만에 이익을 볼 수는 없고 3~6개월 정도 기간을 두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Q 미국 외 다른 나라를 추천한다면?
A 밸류에이션이 낮은 나라 중에 중국과 일본이 있다. 중국은 인터넷 관련 주식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이 데이터센터 등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이 분야는 외국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들이 직접 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중국 인터넷 상장지수펀드(ETF) ‘KWEB’를 추천한다. 이는 해외에 상장된 중국 인터넷 기업으로 구성됐다. 미국을 뒤쫓아 가기 때문에 2년 후 정도면 뜰 수 있다. 일본도 아직 괜찮다. 일본 경제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Q 금 등 원자재 시장 투자 전망은?
A 금값은 너무 많이 올랐다. 지금은 살 때가 아니다. 일단 온스당 300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살 기회를 노려야 한다. 2800달러 정도면 욕심을 내서 사겠다.
Q 미국 경제 전망은?
A 미·중 관세 인하로 최악은 면했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 침체 우려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 아직도 미국이 세계 각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에 있고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우선 미국은 유럽과 의 무역 협상이 잘 안되고 있다. 유럽은 여러 회원국들의 단합이 잘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미국이 원하는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일본 수출이 쉽게 합의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 농산물은 미국과 일본 양국이 모두 포기할 수 없는 핵심 무역 과제다.
Q 올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A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두 차례 인하 계획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12월 한 차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의 전망이 맞다고 본다. 지금은 연준의 이중책무인 고용과 물가 중 물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최악의 수준은 아니지만 걱정스럽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보다 지켜보는 게 맞다.
Q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전망은?
A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부흥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 이 정책은 방향은 맞다. 미국이 50년 전에는 조선업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후 일본이 가져갔고, 이어서 한국 그리고 지금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이 가져갔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앞으로 10년 후 미국이 걱정하는 것은 중국과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배, 자동차, 군수품 등 안보 관련 제조업 역량이 매우 중요해진다. 그래서 미국이 반도체, 제약, 자동차, 조선 등을 미국으로 가져오려고 하고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이어질 정책이다.
Q 원달러 전망은?
A 당장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 속에 있을 전망이다. 장기 추세를 살펴보자. 먼저 일본을 살펴보면,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에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200엔까지도 갈 수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인구구조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저출산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게 되면 장기적으로 원화가 약세가 될 수밖에 없다.
Q 투자처로서 한국 주식 시장을 평가하자면?
A 한국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통해 한국 주식시장 활성화를 추진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었다. 여기서 핵심 과제는 주식시장 관련 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일본도 처음 밸류업 정책이 나오고 실제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3년 정도 걸렸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주식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거버넌스 개선을 촉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만 할 때다.
Q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 투자에 의미하는 바는?
A 인플레이션이 과거처럼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제조업을 미국에 가져오는 데 드는 비용이다. 연준이 지난 3월 장기 기준금리를 3%로 전망했는데, 3.5% 수준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미국 10년물 국채는 4.5~5.5%가 정상 수준이 맞다.
[윤원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