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주얼리가 6가지 모습으로 변신한다? 목걸이가 순식간에 반지가 되고, 다시 다른 스타일로 재구성된다? 2025년 하이 주얼리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트랜스포머블 주얼리’의 세계다. 루이 비통의 ‘이터널 선’이 대표적인 예다. 브랜드가 7년에 걸쳐 수집한 총 30.06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 27개로 완성한 이 작품의 진짜 가치는 캐럿 수에만 있지 않다. 6가지 방식으로 변신하는 능력에 있다. 티파니, 쇼메, 불가리, 부쉐론 등 글로벌 메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트랜스포머블 주얼리의 본격적인 발전은 19세기 말 벨 에포크 시대부터 시작됐다. 물론 르네상스 시대에도 펜던트와 브로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탈부착하는 장신구가 있었지만, 하나의 주얼리가 여러 형태로 변형되는 현대적 개념의 트랜스포머블 주얼리는 벨 에포크 시대에 구체화됐다. 당시 파리 살롱의 귀족 여성들이 즐겨 착용했던 변신하는 주얼리는 사교계에서의 실용성과 세련됨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장르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경제적 위기로 고객들이 여러 점의 주얼리를 구매할 수 없게 되자 메종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했다. 그 답이 ‘하나로 여러 개를 누리는 경험’이었다. 1930년대 초반 아르데코 시대에 본격 등장한 더블 클립 브로치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혁신이었다. 각각 분리되어 드레스 네크라인을 장식하거나 합쳐져 하나의 큰 브로치가 되는 디자인은 1937년 반클리프 아펠, 부쉐론 등이 완성도를 높이며 주요 장르가 됐다. 밴도(헤어밴드형 장신구)도 목걸이, 팔찌, 브로치로 변신했고, 귀걸이에서도 탈부착 가능한 요소들이 낮과 밤의 서로 다른 룩을 연출했다. 아르데코의 기하학적 디자인은 1920년대 원색 대비의 주얼리에서 1930년대 다이아몬드와 플래티넘 중심의 단색조 스타일까지 시대 변화를 반영했다. 경제적 현실과 변화하는 여성상이 하나의 작품 안에 담긴 것이다.
오늘날 트랜스포머블 주얼리의 재조명은 다른 맥락에서 일어나고 있다. 부쉐론의 ‘임퍼머넌스’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전체 컬렉션을 완성하는 데 1만 8000시간이 소요된 이 작품들은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 컴포지션 5번의 엉겅퀴 브로치는 분리되어 더블 핑거 링이 되고, 컴포지션 1번의 양귀비는 헤드밴드에서 브로치로, 나비는 자석 구조를 활용해 숄더 브로치로 변신한다. 컴포지션 2번의 목련은 헤어 주얼리나 부쉐론의 상징적인 퀘스천 마크 목걸이로 착용할 수 있다. 덧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철학이 현대인의 다변화된 취향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쇼메도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22년 조제프 쇼메의 와일드 로즈 리프 티아라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적인 ‘와일드 로즈’ 목걸이는 단일 클래스프(잠금장치)로 세 가지 다른 방식의 착용이 가능하다. 이런 변화는 소비 패턴의 근본적 전환을 반영한다. 과거 럭셔리 소비자들이 ‘많이 소유하기’를 원했다면, 지금은 ‘다양하게 경험하기’를 추구한다. 특히 MZ세대는 같은 아이템으로도 매번 다른 연출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21세기 트랜스포머블 주얼리가 과거와 다른 점은 메종들이 이를 기술력 과시의 무대로 여긴다는 것이다. 복잡한 기계 구조와 정밀한 보석 세팅을 동시에 완성해야 하는 이 분야는 진정한 장인정신을 보여줄 기회다. 티파니의 ‘씨 오브 원더’ 컬렉션에서 해마를 형상화한 목걸이는 1600시간의 수작업을 거쳐 완성됐지만 세 가지 착용법을 제공한다. 1968년 장 슐럼버제의 클래식한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21세기 여성의 다변화된 일상을 반영했다.
요즘 럭셔리 메종들이 트랜스포머블 주얼리에 열을 올리는 또 다른 이유는 현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다. 하루 동안 업무, 모임, 저녁 약속 등 다양한 상황이 이어져 그에 맞는 스타일링이 중요해졌다. SNS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하나의 주얼리로 여러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것은 실용적인 해답이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나의 작품으로 여러 개를 소유한 듯한 만족감을 주면서도 실제로는 자원 소비를 줄이는 친환경적 소비가 가능하다. ESG 경영이 중요해진 시대에 럭셔리 브랜드들이 제시하는 해답이다.
트랜스포머블 주얼리는 기존 럭셔리 가치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고 있다. 여전히 ‘희소성’과 ‘배타성’이라는 럭셔리의 핵심은 유지하면서도, 여기에 ‘다양성’과 ‘활용성’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추가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으로 다양한 상황과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현대적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메종들이 앞다퉈 트랜스포머블 주얼리에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력을 과시하면서도 고객의 변화하는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이 분야는 하이 주얼리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다.
윤성원 주얼리 칼럼니스트·한양대 보석학과 겸임교수
주얼리의 역사, 보석학적 정보, 트렌드, 경매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다. 저서로 <젬스톤 매혹의 컬러> <세계를 매혹한 돌> <세계를 움직인 돌>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 <잇 주얼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