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직장인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연말정산이다. 연말정산은 매월 간이세액표에 따라 임의로 납부한 소득세를 다음해 정산해 실제로 내야 할 세금과의 차이를 계산하는 절차다. 이쯤 되면 모임 자리에서는 돈을 받게 될지, 토해내게 될지, 받는다면 얼마나 받을지, 토해낸다면 얼마나 토해낼지가 화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 해 동안의 내 소비 행태를 돌아보면 환급액 여부와 예상 금액을 미리 알 수 있다.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동시에 추가 수익까지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효자 상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연말정산의 핵심은 신용카드 사용금액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소득공제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소득공제율이 15%다. 이와 달리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은 30%다.
국세청은 소득공제액을 산출하기 위해 총 급여의 25%에 해당하는 소비액을 집계할 때 결제 순서와 무관하게 신용카드 사용액부터 우선 차감한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 사용액이 총 급여의 25%를 넘긴 뒤 공제율이 높은 체크카드를 썼다면 세금 절약이 가능할 것이다.
장을 볼 때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을 주로 찾았다면 절세의 폭이 커질 수 있다. 현금영수증을 발급을 게을리하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현금영수증·도서·공연비에는 30%, 대중교통·전통시장에는 40% 공제율이 적용된다.
신용카드 사용액을 따져볼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보험료 납부와 공과금 납부, 대학등록금, 상품권 구입비, 면세점 지출분 등은 신용카드 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로 자동차를 구입한 경우도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연간 소득금액 1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자는 총 급여 500만원)을 초과하는 부양가족과 형제자매가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액은 공제 대상에서 빠진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 소득공제 한도는 연봉이 7000만원 이하인 사람은 300만원, 7000만원이 넘는 이는 250만원이다.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세액공제도 연말정산 때 따져보는 중요한 포인트다.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뿐 아니라 투자를 통해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연금상품의 장점이다.
연간 총 급여액이 5500만원 이하인 직장인 또는 종합소득이 4500만원 이하 사업자는 16.5%를 공제받을 수 있다. 5500만원을 초과했을 경우 13.2%의 공제율을 적용받는다. 지난해부터 연금저축과 IRP의 세액공제 한도가 연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상향됐다.
이에 따라 총 급여액이 5000만원인 사람이 세액공제 한도인 900만원까지 납입했다면 최고 공제율(16.5%)적용 대상에 들어가고, 최대 148만5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 계좌는 펀드와 신탁, 보험, 퇴직연금을 포함한다. 연금저축보험은 공시 이율로 운용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지만 큰 수익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보험은 정기납만 가능해, 연초부터 납입하지 않았다면 세액공제 효과를 최대로 얻을 수 없다.
연금저축펀드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다만 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상품으로만 운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정적 투자자에게는 가입 장벽이 느껴질 수 있다.
세액공제에서 예외가 되는 부분도 있다. 회사가 의무적으로 확정급여(DB)형이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해주는 돈은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다. 개인이 DC형 퇴직연금 계좌에 추가로 납입하거나 IRP, 연금저축 계좌에 납입하는 금액은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DB형 퇴직연금 계좌에는 개인의 추가 납입이 불가능하다.
연말정산 항목 중 이번에 바뀐 부분도 있다. 자녀 세액공제 금액 확대가 대표적이다. 자녀가 한 명인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연 15만원이 공제되는데, 자녀가 2명인 경우에는 세액 공제액이 35만원으로 올라간다. 3명 이상이면 연 35만원 외에도 2명을 초과하는 한 명당 30만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
월세 세액공제도 늘어났다. 세액공제 대상 총 급여 상한선이 7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고, 공제 한도는 75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라갔다.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 역시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했다. 장기 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한도 또한 최대 18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랐다.
영화 관람료가 소득공제 대상에 들어갔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7월 1일 이후 쓴 영화 관람료를 문화비로 분류해 최대 100만원까지 소득공제(공제율 40%)해주기로 했다. 현재 살고 있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한 고향사랑기부금도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의료비 세제 혜택도 커졌다. 산후조리비 공제가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로 확대 적용된다. 6세 이하 부양가족의 의료비는 한도 없이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의 분리과세 기준 금액도 12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변경됐다.
일부 중고 물품을 기부해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옷, 잡화, 가전, 도서 등이 해당된다. 기부금액은 판매 가능한 동일 품목의 평균 단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1000만원 이하 기부금은 15%, 1000만원 초과 기부금은 30% 각각 세액공제가 된다.
매년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잘못 받는 경우가 속출하는 만큼 이번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양가족의 소득금액이 공제 기준을 초과한 사실을 모르고 공제받는 경우, 부양가족이 사망해 공제 대상이 아님에도 기존에 신고한 부양가족 자료를 시스템에서 그대로 불러오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
소득초과자·사망자 공제 또는 부양가족 중복 공제를 받으면서 신용카드·보험료도 같이 과다공제받는 실수도 잦다. 친인척을 기초생활 수급자로 허위 입력해 공제받거나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이용해 세액공제를 받아 고의로 세금 부담을 줄이려 하는 경우도 자주 적발된다.
국세청은 연말정산 과다공제 사례 가운데 소득 기준 초과자를 공제하는 사례가 가장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근로자 A씨는 2023년 연말정산 시 전년과 동일하게 어머니 B씨(71세)를 부양가족으로 올려 연말정산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따로 살고 있어 2023년 중 어머니에게 150만원의 양도소득이 발생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
A씨는 결국 어머니에 대한 기본공제(150만원)와 경로우대공제(100만원), 어머니를 위해 지출한 보험료, 어머니가 지출했던 기부금을 제외하고 다시 계산한 근로소득세를 추가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기부금 단체와 미리 짜고 동료들과 거짓 영수증을 받는 등 기부금 부당공제 사례도 빈번하다. 같은 부양가족을 다른 근로자와 중복으로 공제받는 사례도 발생한다. 사망한 부양가족을 사실과 다르게 공제한 경우도 있었다. 주택이 있는 근로자가 무주택을 요건으로 하는 공제를 적용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공제 대상이 아닌 친인척을 수급자로 등재해 부당 공제를 받은 이들도 결국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가 아닌 3촌 이상의 친인척(삼촌, 고모, 이모, 조카 등)에 대해서는 실제 부양하고 있더라도 부양가족 공제를 받을 수 없다.
국세청은 연말정산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맞춤형 안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개별 연말정산 이력과 내·외부 데이터를 분석해 공제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번도 공제받은 적이 없는 근로자 43만명을 추려냈다.
국세청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교육비, 주택청약저축 등 주요 7가지 공제·감면 항목을 안내한다. 특히 문의가 많은 월세액 세액공제의 경우 안내 인원을 예전보다 늘리고 기부금 공제도 추가로 안내한다. 국세청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대상자별 공제요건과 필요한 증빙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부양가족 중복 공제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도 새롭게 갖췄다. 국세청은 지난해 상반기 소득금액이 1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 급여 500만원)을 초과한 부양가족 명단을 제공하기로 했다. 소득금액을 초과하거나 2023년 12월 31일 이전 사망한 부양가족 간소화 자료는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제공한다. 이 같은 연말정산 시스템 미비점 보완은 새해 1월부터 적용된다.
연말정산 때 혜택을 받기 위해 IRP에 가입했다면 올해는 이 상품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IRP는 최대 16.5%의 세액공제 혜택뿐 아니라 적절히 운용된다면 높은 수익률로 인한 이익까지 줄 수 있다. IRP 상품 안에 운용을 희망하는 상품을 원하는 비율로 등록해두면 납입한 금액이 그 지시에 따라 자동으로 배분돼 운용된다.
예를 들어 A 예금과 B펀드를 5:5 비율로 운용 지시해뒀다면 70만원 입금 시 35만원씩 A예금과 B펀드에 자동으로 나눠진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상품과 운용 비율은 언제든지 변경이 가능하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운용 성과가 좌우되기 때문에 운용 방식에 따라 수익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만족스러운 투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에 맞는 자산 배분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좋은 성과를 낸 연금 고수들의 IRP를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 빈번한 매매 없이 3년 이상 장기 보유를 통해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위원은 효과적인 자산 배분 전략으로 핵심·위성 전략을 추천했다. 핵심 자산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위성 자산으로 시장 변화에 따른 초과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시장 상황이 양호할 때는 안정적인 핵심자산을 바탕으로 위성자산과 함께 초과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이 둔화할 때는 수익률 하락을 방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희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