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일시정지’ 상태다. 집값은 비싼데 대출은 6억원까지만 나와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청약 시장도 마찬가지다. 사상 초유의 ‘6억원 대출 제한’은 분양 아파트 잔금을 낼 때도 적용된다.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청약 시장에 접근하려면 ‘분양가 상한제’라는 키워드를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만일 자금 여유가 좀 있다면 서울 민간분양을 노려볼 만하다. 특히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구에서 나올 분양 물량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반대로 자금력이 약한 사람들이라면 상한제가 기본 적용되는 공공분양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는 그동안 수요가 몰리던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잔금 대출이 6억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자금 동원능력이 부족하다면 청약에 당첨되도 낭패에 빠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분양가격이 20억원인 아파트를 청약하려면 14억원은 있어야 도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세입자를 들여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던 방법도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돼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금을 좀 보유하고 있다면 서울 분양에 관심을 더 가질 만하다. 청약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구 등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들은 주변 단지와 시세 차익이 상당한 만큼 꽤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말 송파구에서 미성·크로바를 재건축한 ‘잠실르엘’이 분양한 데 이어 반포 서초 방배 등에서 분양 물량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래미안 원베일리, 래미안 원펜타스, 메이플자이 등이 줄줄이 들어서며 서울 아파트 시세를 이끌고 있는 반포·잠원권에서는 올해도 분양 물량이 꽤 나온다.
잠원동 신반포21차를 재건축하는 ‘오티에르 반포’부터 하반기 분양이 확실시된다. 소규모 아파트지만 7호선 반포역 초역세권에 자리한다. 단지 북측에 메이플자이가 있는데, 지하철역 접근성이나 주변 상가 활용도는 신반포21차가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남쪽에는 반포자이가 위치해 있다. 이곳 역시 공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후분양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반포22차 역시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가 분양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규모는 2개동 총 160가구로 매우 작지만 3호선 잠원역뿐 아니라 한강과도 가깝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일반분양 물량이 28가구에 불과해 상한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포3주구를 재건축하는 ‘래미안트리니원’(2091가구)은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상반기에 분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반포권역에서도 명문 학교로 꼽히는 세화고, 세화여고, 세화여중과 붙어있다는 점이다. 이곳은 근처 공인중개업소들 사이에선 ‘기숙사 단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2026년 8월 입주 예정이다.
서초동에서는 신동아아파트를 1161가구 단지로 재건축하는 ‘아크로 드 서초’가 하반기 분양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강남역과 뱅뱅사거리 사이에 위치해 강남 업무지구까지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단지다.
인근 서초 그랑자이, 래미안 리더스원,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 등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린다. 서초 신동아 재건축 조합은 최근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39층으로 높이고 가구 수는 1340가구에서 1161가구로 179가구를 줄이기로 했다.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 중대형 아파트 비중을 높여 고급 단지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취지였다. 임대주택 없이 재건축되며 입주는 2028년 예정이다.
방배13구역을 재건축한 ‘방배포레스트자이’도 하반기 분양을 저울질 중이다. 사당역(2·4호선)과 방배역 사이에 위치해 있고, 동덕여고 등이 가깝다. 재건축 후 2217가구로 탈바꿈한다.
비강남권에서는 용산 아세아아파트 재건축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자가 많다. 이 땅은 과거 용산 미군부대와 국군복지단, 군인아파트 등 군부대 용지로 사용됐다. 2001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2014년 부영그룹이 국방부에서 땅을 매입했다. 신용산역, 이촌역 근처 한강대로 이면에 있으며 LG유플러스 본사,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붙어 있다.
이곳은 국가전략사업으로 꼽히는 용산공원과 용산국제업무지구가 가까워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지하철 1호선·경의중앙선이 지나는 용산역과 4호선 신용산역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시티파크, 파크타워 등이 있는 용산 주상복합촌과 다른 블록에 있어 주변 정비는 좀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2028년 준공될 예정인데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활용될 저층부(150가구)를 제외한 800여 가구가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이밖에 비강남권에서는 동작구 사당동 ‘힐스테이트 이수역 센트럴’, 영등포구 문래동 ‘더샵 르프리베’, 관악구 신림동 ‘신림2구역’ 등을 주목할 만하다.
공공분양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체가 돼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시세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실거주 의무와 전매 제한이 적용되기도 한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계획 변동성이 적은 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하반기 전국에 1만5994가구의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한다. 이 중 1만1922가구가 수도권에 풀린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건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남양주왕숙 공공주택지구(왕숙신도시)에서 나오는 물량이다. 8월 4일 청약접수를 받은 남양주왕숙 A1·2블록을 시작으로 11월 분양하는 2개 단지(A24·B17블록)까지 순차적으로 분양 일정을 잡고있다.
왕숙 신도시는 1지구(진접·진건·퇴계원읍)와 2지구(일패·이패동)로 나뉜다. 다산신도시 북쪽에 자리한 1지구는 주택 공급 규모가 기존 5만 2380가구에서 6만 394가구로 8014가구 늘어났다. 수용 인구도 2만 명 가량 증가한 15만 1020명 수준이다. 다산신도시 동쪽에 있는 2지구를 포함해 왕숙지구 전체 주택 공급물량은 7만 5000가구에 달한다.
올해 공급되는 단지들은 주로 1지구 북측에 있다. 바로 윗편으로 남양주 진접2지구가 가깝게 붙어 있고, 왕숙천 수변공원도 가까운 편이다.
이들 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롭게 만들어질 ‘풍양역(가칭)’이 가깝다는 점이다. 남양주진접2지구에 조성될 풍양역에는 서울 지하철 2개 노선이 연장돼 지날 예정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4호선과 9호선이 연장돼 풍양역을 지나게 된다”며 “4호선을 통해 명동·서울역 권역, 9호선을 통해 강남권역을 한 번에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하철 연장 사업은 실제 개통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올해 하반기에는 남양주진접2 지구에서도 꽤 많은 아파트 물량이 공급된다. 8월에 A1블록 공공분양 920가구, A4블록 신혼희망타운 255가구가 분양했고, 9월에는 A7블록 공공분양 405가구, 12월에는 A3블록 신혼희망타운 208가구와 B1블록 공공분양 260가구가 집주인을 찾는다.
인근 왕숙신도시까지 포함하면 하반기에 남양주에서만 11개 단지, 5117가구가 청약 접수를 받는 셈이
다. 수도권 동북권 거주가 가능한 사람들이라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분양을 노려볼 기회가 많다는 얘기다.
LH와 경기도, 남양주는 왕숙지구를 자족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우리금융그룹과 입주협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6월에는 카카오와 디지털허브(가칭) 데이터센터를 투자 유치하는 업무협약도 맺었다.
수도권 남부 지역 공공분양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과천 청약에 관심 가질 만하다. 강남 접근성이 좋은 과천 주암지구에서 올해 8월과 12월에 공공분양 물량이 풀린다.
과천주암 지구는 북측에 서울 서초구 우면동 일대가 위치한다. 서초구와는 양재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이다. 우면산과 청계산 사이에 위치해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렛츠런파크(과천경마공원),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다. 서울 강남 접근성이 높은 것은 물론 서울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이 가깝고 인근 정부과천청사역에는 GTX-C노선과 위례과천선이 지나갈 예정이다. 게다가 북서쪽에는 과천과천 지구 개발도 예정돼 있다. 두 지구가 계획대로 개발되면 우면산과 청계산으로 둘러싸인 대형 주거지가 탄생한다는 얘기다.
먼저 8월에는 신혼희망타운인 과천 주암 C2블록에서 686가구가 공급됐다. 12월에는 C1블록에서 공공분양 물량 120가구와 신혼희망타운 물량 812가구가 집주인을 찾는다. C1·2블록 2개 단지는 주변에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가깝게 위치한다.
이밖에 구리 갈매역세권도 규모가 큰 공공분양 지역 중 하나다. 경춘선 갈매역이 지구 안에 있는 게 특징이다. 한 정거장 떨어진 경춘선 별내역에는 서울 지하철 8호선이 연장돼 운행을 하고 있다. 별내선을 이용하면 송파구 잠실까지 약 30분 안에 이동 가능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2030년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별내역을 지날 예정이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청약 대기자들에겐 아쉽지만, 해당 가구 수만큼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공급되는 공공분양 단지는 대부분 사전청약을 거쳐 이번에 본청약이 진행되는 곳들이다. 단지마다 상당수 분양 물량이 과거 사전청약을 통해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공공분양에 들어가는 3기 신도시들의 경우 사전청약한 물량이 전체 물량의 90%를 넘는다. 전체의 20% 정도로 알려진 당첨 포기 물량을 합치더라도 실제 분양 물량은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6·27 대출규제 영향이 워낙 강해 경쟁률이 상반기보다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상황이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