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9~30일 서울 세텍(SETEC) 전시관에서 ‘코리아 렙타일 쇼(Korea Reptile Show)’가 열렸다. 이날 전시장 가득 모여든 관람 인원이 파충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파충류는 우리나라 ‘3대 반려동물’인 개, 고양이, 관상어 다음으로 인기 반려동물 4위를 차지한다. 파충류에게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반려동물로서 파충류는 소음과 냄새, 털로 인한 알레르기가 없고 분리불안과 산책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장점이 부각된다. 특이한 외모와 화려한 무늬, 느긋한 움직임을 감상하는 ‘관상 효과’도 무시하지 못할 매력이라고. 입문자가 키우기 좋은 ‘레오파드 게코(이하 레게)’를 중심으로, 도마뱀붙이류 반려에 필요한 사항을 짚어 본다.
파충류인 도마뱀붙이는 온도와 환경에 특히 민감하다. 레게는 야행성으로, 야생에서는 낮에 어두운 곳에서 잠을 자고 밤에 활동을 시작하는데 낮 동안 덥혀진 지열을 통해 열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열에너지가 있어야 사냥을 하고 먹이를 먹고 소화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집에서 키울 때는 사육장 안에 지열과 유사한 하부 열원을 넣어 주어야 한다.
많은 반려인이 마트에서 판매하는 1인용 전기장판을 활용한다. 다만 전기장판이 사육장 바닥을 전부 덮어서는 안 된다. 모든 파충류는 쿨 존과 핫 존을 오가며 몸을 덥히고 식히며 살아가기 때문에, 전기장판을 접어 사육장 바닥의 절반 또는 1/3 정도만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 전기장판의 온도는 30~33℃로 맞추어 두면 된다. 전기장판이 없는 쿨 존의 온도는 26~28℃가 적당하며 이는 사육장 내부의 전체 온도와 같다.
온도보다 손이 가는 것이 습도 관리다. 적절한 습도는 체온 유지는 물론이고 탈피와도 관련 있는데, 파충류에게 탈피는 성장 지표이자 상처나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중요한 행위다. 성체 레게는 한두 달에 한 번 탈피를 한다. 탈피에 성공하려면 습도 조절과 함께 인위적인 케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육장 내 습도가 낮으면 탈피가 잘 되지 못해 눈꺼풀이나 발가락 쪽에 껍질이 말라붙는데, 껍질이 남은 부위는 시간이 지나면 괴사에 이를 수 있다. 이때는 사육장 내부 습도를 높여 주어 스스로 껍질을 떼어내도록 유도하고, 그래도 떨어지지 않으면 미지근한 물을 낮게 채운 통에 레게를 잠시 넣었다가 껍질이 연해졌을 때 면봉으로 살살 문질러 벗겨 주면 된다.
평소 사육장 내 습도는 40~55% 정도가 적당하다. 물그릇도 두지만 사육장 벽면에 물을 분무해 내부 습도를 유지시켜 주고, 습식 은신처를 넣어 두면 더욱 편리하다.
위생은 레게의 건강을 결정하는 큰 요인이다. 평소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사육장 내부는 주 1회씩 청소하되, 변은 보일 때마다 치워야 한다. 특히 먹이로 준 밀웜이 기어 다니다 레게 변을 먹으면 기생충의 숙주가 되어 레게가 삼켰을 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사육장 바닥재로는 키친타월을 많이 활용하는데, 2~3일에 한 번씩 교체하면서 소독용 에탄올로 바닥을 닦아 주면 좋다.
한편 도마뱀붙이류는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너무 자주 혹은 오래 핸들링하면 스트레스로 거식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레게는 꼬리가 잡히면 스스로 고리를 자르고 도망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익숙해지면 하루에 한 번 10분 내외의 핸들링이 적당하다. 밝은 빛도 스트레스원이므로 사육장은 직사광선을 피해 설치하고, 사육장 내부 환경은 자주 바꾸지 않는다. 사육장 근처에 개나 고양이 등 다른 동물이 왔다 갔다 하면 위협을 느껴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세심히 살피되 적정 거리를 두고 교감하는 것이 파충류 반려의 중요한 원칙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2호(23.8.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