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아메리카노 한 잔이 5000원을 넘는 시대. 편의점 삼각김밥조차 1000원으로는 살 수 없다. 생활물가는 급등했지만, 월급 봉투는 예전과 다를 바 없다. 특히 2030세대에게 자산 형성은 갈수록 요원한 과제가 되고 있다. 월세, 통신비, 구독 서비스 등 필수 고정지출만으로도 월급의 절반이 빠져나가는 현실에서, 투자는커녕 저축조차 버겁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하지만 시작이 어렵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투자 기법보다 먼저 챙겨야할 것이 ‘절세 전략’”이라며,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세금 혜택부터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계좌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형 퇴직연금(IRP), 연금저축 계좌다. 일명 ‘절세계좌 3대장’이다. 각각의 구조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뚜렷하다. 바로 세금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런 혜택을 마련한 이유는 분명하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한 노후 재원을 개인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민간의 장기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유도함으로써, 세수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적 복지 부담을 줄이고 자본시장 활성화 효과를 꾀하는 일종의 ‘선순환 설계’다.
젊다는 것은 투자 측면에서도 경쟁력이다. 예를 들어 25세에 시작해 40년 이상 세제 혜택을 활용하며 자산을 굴린다면, 단순한 수익률 이상의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세액공제 제도는 소득이 낮을수록 체감효과가 크기 때문에 2030세대가 가장 유리한 구간에 해당된다. 무엇보다 ‘금융 습관’이라는 측면에서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매달 일정 금액을 절세계좌에 자동이체하는 방식은 강제 저축 효과와 함께 소비 통제를 돕는다.
IRP는 소득 있는 사람만 가입 가능한, 절세와 노후 대비를 동시에 가능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직장인뿐 아니라 개인사업자, 파트타임 근로자 등 소득이 있는 사람들은 다 가입할 수 있다.
퇴직금과 별도로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연간 1800만원(연금저축계좌 납입액과 합산한 금액)까지 추가 입금 가능하다. 그리고 매해 납입액의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율은 총급여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연봉 5500만원 이하일 경우 16.5%, 이를 초과하면 13.2%가 적용되며, 최대 118만 8000~148만 5000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는 소득공제보다 체감 효과가 더 크다.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소득)을 줄여주는 소득공제와 달리, 이미 산출된 세금에서 일정액을 직접 공제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IRP의 장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IRP는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는 계좌이자, 개인이 자발적으로 추가 납입해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합 구조를 가진 상품이다.
다만 제약도 있다. IRP 계좌는 예금·국채 등 안전자산을 30% 이상 편입해야 하며, 주식·펀드 등 위험자산은 최대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또 원칙적으로는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며, 특별한 법정 사유가 있어야만 부분 인출이 허용된다. 예컨대, 무주택자의 본인 명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마련, 본인 또는 부양가족이 질병 등으로 6개월 이상 장기요양, 천재지변, 파산 등의 경우다. 이러한 사유가 없다면 IRP 계좌는 전액을 해지해야만 자금을 찾을 수 있다. 중도 인출 시에는 사유에 따라 기타소득세(16.5%)가 부과된다. 즉, IRP에 입금한 돈을 중도 인출하면 납입 시 절세한 돈보다 더 큰 금액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연금저축은 IRP보다 구조가 유연하고 활용도가 높아, 절세 전략의 첫걸음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입에 소득 조건은 없고,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개인당 납입 한도는 IRP를 합산한 금액으로 연간 1800만원이다. 이 중 연금저축의 공제한도는 600만원이다. 연간 600만원 한도로 최대 16.5%(총급여 5500만원 이하, 5500만원 초과는 13.2%)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연금저축펀드는 900만원까지 공제되는 IRP 계좌와 달리, 연간 6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세액공제 한도는 연금저축과 IRP 합산 900만원까지다. 예컨대, 연금저축펀드에 600만원을 납입했다면, IRP에서는 추가로 300만원만 공제 가능하다.
연금저축의 가장 큰 강점은 투자 상품 선택의 자유도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는 물론, ETF, 채권형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IRP와 달리 위험자산 비중에 대한 제약이 자산의 100%까지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또 급전이 필요한 경우 일부 금액만 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IRP보다 유연한 점으로, 자금 운용에 융통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연금저축은 절세계좌 중 가장 먼저 시작할 상품으로 자주 추천된다. 다만, 중도 해지 시에는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 혜택만큼 세금을 다시 납부해야 한다. 이 금액은 기타소득으로 간주돼 16.5%(지방세 포함) 세율로 원천징수되며, 별도 종합과세는 하지 않는다.
ISA는 세액공제는 없지만, 투자 수익에 대한 절세 효과가 매우 큰 계좌다. 한 계좌로 주식, 펀드, 채권 등 여러 금융상품에 투자하면서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어 ‘만능 통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정 금액까지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이를 초과한 수익에 대해서도 일반 계좌보다 낮은 세율(분리과세)을 적용받는다. 계좌 유형은 서민형과 일반형으로 나뉜다. 서민형은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일 경우 해당되며, 연간 400만 원까지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일반형은 200만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된다. 일반계좌와 동일한 상품에 투자해 같은 수익이 나도, ISA 계좌에서는 세금 감면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비과세 한도를 초과한 수익에 대해서는 기존 금융소득세(15.4%) 대신 9.9%의 분리과세가 적용돼 절세 효과가 유지된다.
아울러 정부는 국내 상장 주식, 국내 주식형 펀드만 투자 가능한 ‘국내 투자형 ISA’ 유형도 신설하고, 국내 투자용 ISA의 비과세 한도를 일반 투자보다 2배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학개미(해외주식 개인투자자)’가 늘면서 한국을 빠져나가는 ‘달러’를 붙잡고 국내 투자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소비자가 ISA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특히 다음 정부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가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방어 수단으로서 ISA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ISA는 계좌 개설 후 최소 3년을 유지해야 비과세 분리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므로, 중·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납입 한도는 연간 2000만원까지이며, 총 1억원 한도로 최대 5년까지 납입 가능하다. 수익이 많을수록 절세 효과가 커지는 구조다.
절세계좌 3대장(연금저축, IRP, ISA)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자산 형성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하지만 만 19세부터 34세까지의 청년층 중 소득 요건에 해당한다면, 청년도약계좌라는 정책형 금융상품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계좌는 청년층의 종잣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설계한 제도로,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 4800만원 이하인 청년이 대상이다. 최대 6년의 병역 이행 기간은 가입 연령 계산에서 제외된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매월 최대 7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소득 구간에 따라 정부의 매칭기여금과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이 제공된다.
정부 기여금은 납입 금액의 최대 6%(기본금리 연 4.5%, 우대금리 연 1.0~1.5%) 수준까지 지원된다. 청년도약계좌를 5년간 월 70만원씩 4200만원을 성실하게 납입하는 경우, 은행 이자와 정부기여금 등을 합해 만기 시 최대 약 5000만원의 목돈 수령도 가능하다.
다만 모든 혜택을 받기 위해선 5년간 계좌를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도 해지 시에는 정부 기여금은 지급되지 않고, 비과세 혜택도 소멸된다. 다만, 가입자의 사망, 해외 이주, 주택 구입, 출산 등 특별 해지 사유에 해당하거나, 3년 이상 유지 후 중도 해지할 경우에는 일부 혜택(정부기여금 60% 및 비과세 적용 등)이 인정된다.
절세계좌의 핵심은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매달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하며 ‘나를 위한 돈’을 확보하는 습관은, 소비 위주의 삶에서 벗어나 자산을 기초로 삶을 설계하는 첫 걸음이 된다. 복리의 힘은 시간에서 나오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늦게 시작할수록 그 격차는 상상보다 더 크게 벌어진다.
특히 2030세대처럼 아직 시간이 많은 세대일수록, ‘지금 시작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매달 10만원, 20만원처럼 작게 시작하더라도, 그것이 쌓이는 구조와 방향이 명확하다면 수년 후엔 분명히 체감할 수 있는 차이를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ISA·IRP·연금저축은 단기 수익률이 아니라, ‘시간을 아군으로 만드는 전략적 장치’다. 정부가 세제 혜택으로 길을 열어준 지금이야말로, 소액이더라도 차근차근 나만의 자산구조를 만들어나갈 시점이다.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