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업 등을 통해 큰 돈을 벌고, 안전자산인 서울 핵심지 아파트와 강남 빌딩에 재투자’
한국 부자들의 일반적인 성공 방정식이다. 부자들은 ‘잃지 않는 투자’를 선호한다.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대신 확실한 투자처가 발견되면 누구보다 과감히 뛰어든다.
이들에게 부동산은 여전히 거부(巨富)로 가는 황금열쇠다. 부자들은 특히 ▲핵심지 초고가 주택이나 강남 빌딩은 고소득층이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한정돼 ‘희소성’이 충분하고 ▲한국에서 부동산은 일종의 신분을 의미하는 ‘트로피 아파트’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어 액면 이상의 가치가 있으며 ▲향후 상속·증여를 염두에 둘 때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고 ▲부채를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부동산을 1순위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로 서울 전 지역에서 아파트값 대세 상승장과 하락장을 두루 거친 이후 초고소득 자산가들이 거주하는 최상위 부촌과 일반 부촌의 집값과 소득·소비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마치 뉴욕 최고 부촌인 맨허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나 LA의 베버리 힐스처럼 ‘서울 속 서울’ 부촌이 생겨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일경제신문과 시장 분석업체 부동산R114은 서울 대표 아파트 500곳을 추려 각 단지의 아파트값과 거주 가구별 소득·소비, 소유가구의 부채 상황, 소유자 비율을 심층 조사했다. 서울 아파트를 전수 조사해 거주민의 아파트 가격 추이·세부 소득·소비·부채 등 부촌 지표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 R114랩스 빅데이터와 개인신용평가·정보,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등을 종합해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서울 주거단지 가운데 연소득(가구기준)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나인원한남이었다. 나인원한남에 주민등록을 둔 거주자들의 2024년 연평균 소득은 24억 2610만원으로 압도적 1등을 기록했다. 2위와의 격차가 10억원 가까이 났다. 3.3㎡당 가격 1위 아파트인 래미안원베일리(1억 7662만원)보다 약 14배나 큰 액수다. 이곳은 방탄소년단(BTS)의 지민과 RM, 가수 지드래곤 등 톱스타들을 비롯해 젊은 오너 3·4세 등 기업인이 다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41가구가 모여사 단지는 동 간 간격을 넓게 설계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외부인 출입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데다 최고급 시설까지 갖춰 유명 인사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집으로 꼽힌다.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73㎡은 지난해 7월 220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찍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용206㎡가 최고가인 전세 7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나인원한남에 이어 한남더힐(14억8185만원), 대우트럼프월드1(6억4269만원), 갤러리아포레(6억 3009만원), 타워팰리스1차(4억 9033만원), 아크로서울포레스트(3억 6404만원) 순으로 거주민 연소득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서울에서 연소득 3억원이 넘는 단지는 9곳, 2억원이 넘는 단지는 28곳으로 집계됐다. 2021년엔 각각 5곳, 12곳이었다.
거주민의 소비 성향에서도 부촌 아파트 지출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서울 500개 아파트 중 가구당 월 카드소비금액이 2000만원을 상회하는 곳은 5곳(나인원한남, 한남더힐, 갤러리아포레,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현대하이페리온)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래미안퍼스티지(1735만원), 아크로비스타(1721만원), 아크로리버파크(1633만원), 래미안대치팰리스(1622만원), 반포자이(1607만원), 타워팰리스1차(1545만원) 등이 1500만원을 넘어섰다. 나인원한남을 비롯해 아크로포레스트 등 서울 아파트 가운데 거주민의 연소득이 가장 높은 ‘최고 부자 아파트’의 경우 소유자의 실거주 비중이 높다는 것 또한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특징이다.
서울 대표 아파트 500곳을 추려 각 단지의 아파트값과 거주가구별 소득·소비, 부채와 소유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거주민의 실소유 비중은 나인원한남(73.9%)이 가장 높았다. 이어 소득 수준이 가장 높았던 타워팰리스1차(69.8%), 한남더힐(69.5%), 아크로포레스트(69%) 순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평단가가 가장 높은 신축 아파트인 래미안원베일리(53.7%), 반포르엘(39%)이나 구축 대장 아파트인 압구정 신현대(11.2%) 등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한남동, 성수동, 도곡동 등에 위치한 위치한 최고급 하이앤드 아파트는 경우 거주민들이 집값 변화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반 부촌을 뛰어넘는 최고 부자 동네는 한번 터를 잡으면 쉽게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아파트 가격보다는 주변에 누가 사느냐를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하이엔드 아파트의 경우 특화 설계도 중요하다. 금고 역할을 할 수 있는 주택 내 비밀공간을 마련하거나, 파출부와 동선을 분리할 수 있도록 집을 설계하는 식이다. 갤러리 수장고와 위탁판매 서비스 등도 제공된다. 부촌의 핵심 조건인 ‘희소성’을 높여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키포인트다.
부자 아파트의 채무 상황은 어떨까. 초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일수록 적극적으로 대출을 활용하고 있었다. 지난해 500개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약정금액 현황을 살펴보면 나인원한남,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한남더힐, 갤러리포레 3곳만이 12억원 이상의 대출을 약정하고 있었다. 부자들의 소득은 빠르게 늘고 있어 대출 이자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거주자의 연소득은 2021년 대비 각각 3억2015만원, 4억 4586만원 늘었다. 코인 부자, 유명인플루언서 등이 다수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진 성수동 트리마제의 경우 10억 1892만원의 주담대 약정을 보유했다. 서초구 아파트 중에서는 초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가 주담대 약정이 8억 2347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부촌 입성은 쉽지 않다. 아파트 월세는 부르는 게 값이다. 부촌에 진입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뜻이다. 서울 최고의 ‘힙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동에 위치한 아크로서울포레스트의 경우 지난해 11월 전용 198㎡가 보증금 10억원, 월세 3100만원에 거래됐다. 부촌 아파트 거주민의 소득은 3년 전과 비교할 때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입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 아파트의 경우에도 주담대 약정이 많았다. 주담대 약정액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실수요가 풍부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투자자라면 매매가의 60~70%에 이르는 돈을 전세보증금으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출이 많지 않지만 실수요자는 소득만 충분하다면 보다 공격적으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윤지해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한강벨트, 대형 평형,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소득도 늘면서 점진적으로 부촌의 티어(경계)가 더욱 세밀하게 나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결국 최고 부촌의 조건은 교통도, 학군도 아니라 소득으로 설명할 수 없는 ‘넘사벽’의 가격, 전문직, 사업가, 연예인, 정치지도자 등이 집중된 소프트파워와 사회적 인식에서 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대표 아파트 단지에서 연소득 1억원은 ‘뉴노멀’이 됐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500개 아파트 가운데 연소득이 1억원을 넘는 아파트 단지는 총 294곳에 달했다. 이는 2021년 155곳 대비 대폭 늘어난 수치다. 500개 아파트 가운데 3.3㎡당 가격 평균 1억원을 넘긴 곳은 총 13곳으로 조사됐다. 한강변 신축효과로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반포에서는 래미안퍼스티지가 연소득(2억9635만원)이 가장 높았다. 의사 등 전문직이 다수 모여 사는 것으로 알려진 반포자이(2억 4904만원), 아크로리버파크(2억 3024만원)도 연소득이 2억원을 훌쩍 넘겼다.
압구정 신현대의 경우 거주민의 실소유 비율이 11%에 불과함에도 소득은 2억 508만원으로 상위권에 위치했다. 대치동 ‘우선미’ 단지 중 하나인 선경1,2차는 1983년 입주로 낡은 아파트지만 2억 2867만원의 연소득을 기록했다. 강남 최고 학군과 양재천 조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강남 토박이들이 장기 거주하는 단지다. 강남구에선 압구정 신현대와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1억646만원)가 이름을 올렸다.
일부 단지에선 집값과 소득·소비수준이 일치하지 않았다. 이는 재건축·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구축 아파트나, 이미 사업이 끝나 막 입주한 새 아파트의 특징으로 해석된다.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이나 추가부담금 등 금전에 대한 부담이 큰 데다 입주 초기 세입자 비중도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광동 신동아아파트의 경우 3.3㎡당 가격 8568만원에 달했지만 연소득은 8948만원으로 1억원에 못미쳤다. 잠실 주공 5단지의 경우 3.3㎡당 가격이 9598만원으로 송파구에서 가장 높았지만 연소득(1억 1590만원)과 월 카드소비금액(648만원)이 주변 대비 낮았다.
아파트 값은 서초구 신축과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이 강세를 보였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는 3.3㎡당 가격이 1억 3618만원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나인원한남(1억 2917만원), 압구정 신현대(1억 2358만원), 아크로서울포레스트(1억 2309만원), 신반포2차(1억 1871만원), 서초구 아크로리버뷰(1억 1847만원), 래미안퍼스티지(1억 1246만원), 반포르엘(1억 1206만원), 아크로리버파크(1억1150만원) 순이었다.
평당가가 5000만원을 넘는 ‘상급지’의 확장도 서울 부촌 지도에서 새롭게 발견된 트렌드다. ‘얼죽신’ ‘똘똘이 한 채’ 트렌드와 맞물려 서울에서도 초고가 부촌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아파트별 계층도 더욱 촘촘히 나뉘고 있다는 분석이다.한남동, 압구정동, 반포동 등 이른바 ‘넘사벽’ 부촌을 위시해 강남3구, 용산구, 성동구, 동작구, 마포구 등에서 중산층이 선호하는 신흥 부촌이 늘어나고 있는 흐름이다.
서울 3.3㎡당 가격 평균 1억원 이상 단지는 13곳, 5000만원 이상 단지는 155곳으로 나타났다. 3년 전에는 평균 1억원 이상 단지가 3곳, 5000만원 이상 단지가 127곳이었다.
서울 전 지역 아파트에서 ‘대출’ 활용은 늘어난 추세를 보였다. 서울에서 5억원 이상의 주담대 약정을 보유한 아파트는 총 54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26곳)과 비교했을 때 약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서울 25개 자치구·467개 법정동 거주가구의 집값과 소득·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구당 연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은 용산구(1억 5379만원), 강남구(1억 5296만원), 서초구(1억 4587만원)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용산구는 3년 새 연소득 금액이 1691만원 늘어나며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3.3㎡당 주택 가격도 738만원 오른 5743만원으로 송파구(5664만원)를 제치고 서초구, 강남구에 이어 3위에 안착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한남뉴타운 등 굵직한 개발 호재를 등에 업은 용산구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오랜 기간 ‘강남3구’로 고착화됐던 서울 부촌 지형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바야흐로 ‘강서용(강남·서초·용산)’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 평균 연소득금액은 9410만원이었지만 서울 25개 자치구 중 연소득금액이 1억원을 넘긴 자치구는 5개에 불과했다. 송파구는 연소득 1억921만원으로 4위에 올랐다.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재개발 기대감이 커지며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성동구(1억 411만원)는 3년 전보다 894만원 올라 처음으로 ‘1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부자 동네일수록 돈도 더 썼다. 월 평균카드소비금액은 강남구(890만원)가 가장 많았고 이어 서초구(845만원), 용산구(699만원), 송파구(628만원), 성동구(595만원) 순이었다. 서울 평균(518만원)을 웃도는 자치구는 9개로 나타났다.
‘부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커졌다. 연소득 1위와 25위 자치구의 격차는 2021년 7841만원에서 2024년 8852만원으로 늘었다. 3.3㎡당 주택 가격도 2021년 4669만원(1위)에서 2024년 5700만원(25위)으로 갭이 커졌다. 2021년과 비교해 3.3㎡당 가격이 떨어진 자치구는 전체 25개 중 18개에 달했다.
법정동별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중구 장충동1가의 연소득이 6억178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고급 단독주택이 밀집하고 재벌들이 다수 거주해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곳이다. 과거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주택을 소유했고 지금은 그 주택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씨가 매입해 새로 집을 지은 곳이기도 하다.
이어 용산구 한남동(5억2586만원), 강남구 청담동(2억 983만원), 도곡동(2억 802만원), 서초구 반포동(1억 9397만원), 강남구 압구정동(1억 9308만원) 순이었다.
소득 상위 25개 법정동은 강남구가 8곳으로 가장 많았고, 용산구(6곳), 서초구(3곳), 송파구(2곳)가 뒤를 이었다. 특히 용산구는 2021년 대비 소득 상위에 오른 법정동이 4곳이나 늘었다.
집값 가장 비싼 동네 반포서 압구정 3.3㎡당 주택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은 압구정동(1억 1510만원)으로 반포동(1억 1192만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3년 전에는 반포-압구정 순으로 높았는데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압구정 초고층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한민국 최고부촌’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3.3㎡당 주택 가격 평균이 1억원을 넘긴 법정동은 압구정과 반포 뿐이었다.
서울에서 월 카드소비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압구정동(1236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반포동(1233만원), 한남동(1186만원), 도곡동(1133만원), 대치동(1115만원), 용산동5가(1089만원), 청담동(1086만원), 용산구 서빙고동(1051만원) 순이었다. 서울에서 월 소비액이 1000만원을 넘긴 법정동은 총 8곳으로 조사됐다. 부촌일수록 대출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법정동 중 주택담보대출 약정 1위는 한남동으로 평균 7억 866만원의 주담대 약정이 설정돼 있었다. 이밖에 종로구 신문로2가(7억 477만원), 압구정동(5억 8861만원), 반포동(5억 7667만원), 용산동 5가(5억 6443만원), 청담동(5억 262만원) 등이 5억원이 넘는 주담대 약정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치구 중 주택담보대출 약정 1위는 강남구로 평균 4억 5277만원의 주담대 약정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서초구(4억 3714만원), 용산구(3억 9826만원), 성동구(3억 4325만원), 송파구(3억 2964만원)순으로 많았다.
‘누구나 살고 싶어하지만, 아무나 살 수 없는 집’
부촌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이렇다. 한 단어로 풀자면 ‘희소성’이다.
전문가들은 입지, 교통, 녹지 등 기존의 부촌 공식을 뛰어넘어 ▲누구나 진입할 수 없는 가격장벽 ▲조망과 입지를 두루 갖춘 한강변 황금벨트 ▲미래 가치가 기대되는 재건축·재개발 지역 ▲최고급 커뮤니티 등 하이엔드를 표방한 설계 ▲명문 고교와 학원가가 밀집한 학군지 등이 부촌의 핵심 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서울에서는 한강변 아이코닉한 주거단지가 사람들이 선호하는 부촌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용산, 성수, 강남 단지 모두 한강변에 자리잡고 있어 강력한 희소성이 있다”며 “과거 대치동 목동 등 학군지가 집값의 바로미터였다면 최근엔 넓고 화려한 건물은기본이고, 조망권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초고소득 부자들이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용산에 모이는 흐름도 눈에 띈다. 집값 상승 여파로 최근 서울 서초, 강남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용산에는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등 초고가 단지 뿐 아니라 호화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다. 한강변을 끼고 럭셔리 아파트를 짓는 한남뉴타운 재개발이 추진됨에 따라 강남권 부자들의 ‘용산 대이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노후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면서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도 부촌의 요건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구 압구정동이다. 자녀 학군 때문에 전·월세 아파트로 인기가 많지만 향후 재건축으로 더 많은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중후반 사업가·전문직 종사자들의 매매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김영옥 압구정VIP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압구정은 전국에서 돈 번 사람들이 오려고 하는 특수한 곳”이라면서 “상승장에서 올라가는 것은 물론 하락장에서도 가격방어가 되기 때문에 등 투자 가치가 좋아 선호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과거와 같이 ‘1순위 조건’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우수한 교육환경은 여전히 부촌의 중요한 요소다.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고, 부자들이 모여 살면서 학군지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등 재건축 사업을 통해 명실공히 서울을 대표하는 부촌으로 자리잡은 ‘서초구 반포동’이 대표적이다.
윤향미 유안타증권 GWM 반포센터장은 “반포동은 사립 초등학교 통학을 위한 셔틀버스 이용이 용이하고, 강남 8학군 중·고등학교가 밀집해있다”면서 “최근에는 대치동 핵심 학원들이 고소득층이 몰려 있어 교육에 관심이 높은 젊은 부모들이 옮겨오는 등 신흥 학군지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와 부동산R114 ‘리치그래픽스’ 분석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5곳에서 주택 가격이 10년 전 강남 평단가(3.3㎡당 가격·2912만원)를 넘어섰다. 가령 2014년 3.3㎡당 가격이 1629만원과 1688만원이었던 성동구와 마포구는 2024년 4680만원, 4322만원으로 10년 전 강남구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황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