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MINI)를 갖고 있다는 건 개성이 강하다는, 또 미니 오너끼리 그러한 취향을 존중하고 소통한다는 걸 의미해요. 플리마켓이 그러한 소통 공간이죠. 다시 열린다고 해서 얼마나 기대했는지 몰라요.”
서울 상암동에 살고 있는 김성효 씨(가명·35)는 지난해 12월 3일 서울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2 미니 플리마켓’에 참여했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치러진 이 행사는 브랜드가 주도하고 고객이 참여하는 여타 행사와 달리 미니 오너들이 직접 자신이 쓰던 중고품이나 창작한 물품을 판매하는 행사다. 각자의 미니 트렁크에 평소 본인이 팔고 싶었던 물건들을 가져오기 때문에 캐치프레이즈도 ‘Show me your TRUNK’다. 김 씨는 “2019년에 차를 사고 처음 참여했는데, 차를 통해 나와 취향이 같은 이들과 한 공간에서 소통하며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뿌듯함이 있다”고 말했다.
‘미니 미리 크리스마스’란 주제로 진행된 지난해 행사에는 총 40명의 미니 오너가 판매자로 나섰다. 단 하루 동안 방문한 인원만 1만여 명이나 된다. 수입차 딜러사의 한 임원은 “브랜드 행사에 고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건 높은 고객충성도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이 미니 플리마켓의 행사 규모를 점점 더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족 단위의 참가자가 많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라며 “부모세대의 개성과 관심이 자식세대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산 소형차 ‘미니(MINI)’에 대한 관심은 판매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니는 지난해 한국에서만 총 1만1213대가 판매됐다. 전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많이 팔린 수치다. 2005년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한 이후 17년 연속 우상향 곡선을 그린 미니는 2019년 이후 4년 연속 연간 1만 대 이상을 판매한 브랜드로 거듭났다.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랑 1만 대 돌파는 시장을 선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미니의 고성능 브랜드인 ‘JCW’도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993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45%나 성장했다. 독일,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최근엔 전기차 시장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3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출시된 ‘미니 일렉트릭’이 그 주인공. 미니의 첫 순수전기차이자 전동화 전략의 첫 번째 모델인 미니 일렉트릭은 ‘미니 쿠퍼 S’를 기반으로 완성된 3-도어 해치백이다. 미니만의 감성을 그대로 살리겠다는 듯, 기존 미니의 내·외관을 유지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출시 당시 업계의 반응은 냉랭했다. 1회 충전 시 복합 주행거리가 159㎞(상온 175㎞·저온 153㎞)에 불과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미니 측이 ‘도심형 순수전기차’로 포장했지만 비슷한 크기의 ‘쉐보레 볼트 EV(414㎞)’와 ‘푸조 e-208(220㎞)’이 모두 20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는 점도 비교 대상이 됐다.
하지만 국내 출시 이전부터 판매물량의 90%인 700대가 사전 예약된 미니 일렉트릭은 지난해 총 893대가 판매되며 목표량을 10%나 초과 달성했다. 출시 초기 시장의 반응과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과연 그 이유가 뭘까?
“미니 일렉트릭은 도심 출·퇴근용 세컨드카예요. 서울에서 출발하면 대전에 가기 전에 배터리가 바닥날 겁니다. 주행거리는 짧은데 가격은 4000만원대 중후반이에요.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 후반에서 4000만원대 초반에 실구입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그 가격대라면 주행거리가 훨씬 긴 선택지가 많은데, 국내 할당량이 모두 판매됐어요.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성과지요.”
국내 한 수입차 딜러사의 임원이 전한 미니 일렉트릭에 대한 분석이다. 또 다른 딜러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니 쿠퍼 S가 기반인 3-도어 해치백이면 2인승이라고 봐야 합니다. 성인이 2열에 앉으면 불편하기 이루 말할 게 없어요. 공조시스템을 가동하면 주행가능거리는 더 짧아질 겁니다. 그런데도 판매목표를 초과했어요. 이런 조건에서 판매목표를 채운 건 아마도 미니이기 때문일 겁니다. 트렌디한 디자인부터 구매욕을 자극하거든요.”
이러한 평가는 비단 미니 일렉트릭에 국한된 게 아니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판매성과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독특한 매력에 이른바 팬덤이 형성된 브랜드’가 바로 미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성 고객에게 어필하는 모델이 장수한다는 건 업계의 공식 아닌 공식인데, 미니는 여성 고객이 약 5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파격적인 디자인이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렉 이시고니스가 디자인한 미니는 1959년 8월 28일에 탄생했다. 당시 이시고니스는 ‘작은 차체, 넓은 실내(Small Outside, Bigger Inside)’를 콘셉트로 전륜구동에 가로로 배치된 직렬엔진을 탑재하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시도를 거듭하며 새로운 소형차를 완성했다. 이후 미니는 1964년부터 1967년까지 몬테 카를로 랠리에서 세 번 연속 우승하며 유명세를 탔고, 당시 차량 개조를 맡은 레이싱카 컨스트럭터 존 쿠퍼의 이름을 따 ‘쿠퍼(Cooper)’가 붙게 됐다.
미니의 신화는 1994년 영국의 로버(Rover)에서 BMW그룹으로 소속을 옮기며 현재에 이르게 된다. BMW는 독특한 개성에 최첨단 기술을 더해 소형차 미니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구성했다. 3000만원대 중반에 시작하는 ‘미니 해치백’의 가격이 수입차 진입 장벽을 많이 낮췄다는 게 업계의 분석 중 하나다. 크기가 작은 소형차란 점을 감안하면 그리 싸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팬덤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3월 15일 독일 뮌헨의 본사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가진 BMW그룹은 이날 지난해 실적과 미래 전략을 발표하며 전기차가 BMW의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밝혔다. BMW그룹이 밝힌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4.8% 감소한 239만9632대. 이 중 순수전기차와 PHEV 등 전동화 모델이 43만3792대(18.1%)로 전년 대비 32.1% 증가했다.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21만5000대(9.0%)로 집계됐다.
BMW그룹은 올해 ‘i5’ ‘iX2’ 등 순수전기차 모델을 비롯해 ‘신형 5시리즈’ 등 신차를 통해 실적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 중 전기차의 판매 비중이 1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미니에 대해선 “2030년대 초부터 순수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공개된 ‘미니 콘셉트 에이스맨’을 “미래의 미니 전기차 제품군의 윤곽을 가늠해볼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하며 “프리미엄 소형차 세그먼트를 위한 새로운 콘셉트카인 ‘미니 콘셉트 에이스맨’은 크롬과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BMW그룹은 올해 새로운 ‘뉴 미니 컨트리맨’을 출시할 계획이다. 새로운 모델은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순수전기 오픈-톱 모델인 ‘미니 쿠퍼 SE 컨버터블’도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MINI 브랜드 역사
1959년 최초의 Mini 탄생
1961년 Mini 양산 시작
1964~1967년 몬테 카를로 랠리 연속 우승
1969년 독자 브랜드로 독립
1971년 Mini 생산 중단
1972~1989년 Mini 공백기
1990년 영국 로버, Mini 생산 재개
1994년 BMW그룹, MINI 인수
2001년 1세대 MINI 출시
2007년 2세대 MINI 출시
2013년 ‘MINI 인보이스 핫라인’ 개설
2014년 3세대 MINI 출시
2014년 MINI 해치 5-도어 출시
2015년 MINI 클럽맨 출시(3세대)
2016년 MINI 컨버터블 출시(3세대)
2017년 MINI 컨트리맨 출시(2세대)
2017년 10월 ‘도미니크(Dominick)’ 론칭
2018년 6월 뉴 MINI 출시(부분변경)
2018년 6월 뉴 MINI 해치 5-도어 출시(부분변경)
2018년 6월 뉴 MINI 컨버터블 출시(부분변경)
2018년 7월 ‘MINI 플러스(MINI Plus)’ 출시
2019년 10월 뉴 MINI 클럽맨 출시(부분변경)
2020년 10월 뉴 MINI 컨트리맨 출시(부분변경)
2021년 7월 뉴 MINI 패밀리 출시
(뉴 MINI 해치 3-도어·5-도어, 뉴 MINI 컨버터블)
2022년 3월 MINI 일렉트릭 출시
미니 역사상 가장 큰 진보를 이룬 풀체인지 모델
3세대 MINI(2014년 4월~)
미니가 탄생한 지 55년이 지난 2001년 1세대 미니, 2007년 2세대 미니에 이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엔진 성능과 프리미엄 옵션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된 3세대 미니가 2014년 4월에 출시됐다. 3세대 미니의 대표적인 특징은 작은 차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동적인 드라이빙 성능이다. 미니 트윈파워(TwinPower) 터보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엔진은 BMW의 첨단 기술력이 그대로 적용됐다.
고성능 모델인 ‘미니 쿠퍼 S’의 경우 2.0ℓ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 장착으로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m, 제로백 6.7초, 최고시속 233㎞를 기록했다. 여기에 평균 연비는 13.7㎞/ℓ나 됐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6g/㎞에 불과했다.
외관은 차체 크기가 확장돼 기존 모델에 비해 길이는 98㎜ 길어졌고 폭은 44㎜, 높이는 7㎜ 더 높아졌다. 내부 공간도 새로운 시트 구조로 앞좌석 조정 범위가 더 넓어졌고 뒷좌석 시트 면이 19㎜ 더 길어졌다. 커진 차체만큼 적재 공간도 늘어 트렁크 용량은 기존 모델 대비 51ℓ 넓어진 211ℓ에 이르렀다. 여기에 프리미엄 세단에나 적용될 법한 프리미엄 옵션들이 대거 적용됐다. ‘미니 쿠퍼 하이트림’과 ‘쿠퍼 S’에는 동일 세그먼트 최초로 LED 전조등이 기본 장착됐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1호 (2023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