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본인이 명동 상권의 ‘주인공’이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중국인’이 채우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급속도로 진행된 ‘관광지화’ 덕에 명동 쇼핑객들의 명동 ‘맛집’에 대한 관심도 또한 줄어들고 있다.
명동을 찾는 쇼핑객들이 온라인 문서에 언급한 ‘키워드’를 분석해본 결과 이 같은 트렌드가 조사됐다. 이번 키워드 분석은 SK플래닛이 개발한 소셜 버즈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빈즈(Business Insight System) 3.0’으로 최근 3년간 명동 쇼핑과 관련한 연관 키워드 32만 건을 분석해 도출했다. 빈즈 3.0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뉴스, 댓글 등 다양한 온라인채널에서 작성된 문서를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조사는 2014년, 2015년, 2016년의 3년간 온라인상에 게시된 문서를 분석해 변화추이를 조사하기 위해 진행됐다.
▶SPA 브랜드의 퇴조…굳건한 ‘화장품 전성시대’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SPA 브랜드의 ‘쇠락’이다. 유니클로, H&M, 자라 등으로 대표되는 SPA브랜드는 최근 몇년간 급격히 세를 불려왔다. 저렴한 가격에 최신 유행의 패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가 서울 주요 상권에 직접 매장을 내는 사례가 늘어났고, 소비자들 또한 점차 SPA 브랜드에 식상함을 느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SPA 브랜드의 패션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일부러 명동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명동 쇼핑과 연관 키워드 순위에서 ‘SPA’는 지난 2014년 비교적 높은 순위에 해당하는 9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5년에는 706위로 하락하더니 2016년에는 아예 10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SPA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유니클로’는 2014년 74위에서 2015년 266위로 하락했고, 2016년에는 ‘SPA’ 키워드와 마찬가지로 순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역시 SPA 브랜드인 ‘H&M’ 또한 2014년 81위에서 2015년 281위로 떨어진 데 이어 2016년에는 10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H&M,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SPA 브랜드들이 최근 3년 새 명동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급격히 멀어진 것으로 분석됐다”며 “전체 연관 키워드 가운데 순위권 밖으로 사라진 속도가 가장 빠른 키워드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명동 쇼핑과 ‘커피’의 연관성 또한 크게 하락했다. 최근 몇 년 새 명동 거리에는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러나 굳이 커피전문점을 찾기 위해 명동을 방문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명동 쇼핑의 연관검색어 가운데 커피는 2014년 159위에서 2015년 45위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순위가 267위까지 하락했다.
‘영화’의 순위도 내려가고 있다. 서울 충무로와 인접해 있어 과거 영화를 보기 위해 명동을 찾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명동과의 연관도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연관 키워드 순위는 2014년 134위에서 2015년 180위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198위까지 내려갔다. 이는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크게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분산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명동 상권과 ‘맛집’의 연관성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맛집’을 찾기 위해 명동 상권을 찾는 사례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명동 상권에서 ‘맛집’이 언급된 연관키워드는 2014년 26위로 상위권에 있었지만, 2015년 57위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93위까지 추락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이후 명동이 ‘관광지화’ 되면서 맛집에 대한 기대감이 줄었다는 해석이다. 실제 맛집보다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식당들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맛집을 찾는 빈도수는 늘었지만, 키워드 순위에서는 계속 뒤로 밀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명동 쇼핑객들 사이에서 ‘화장품’의 위상은 굳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32위, 2015년 33위, 2016년 38위로 순위는 조금씩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키워드 상위권에 랭크돼 있어 3년간 명동의 주요 판매 상품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수년 전 일본인들 사이에서 한국산 BB크림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시작된 명동 상권의 ‘화장품 시대’는 이제 한류 열풍에 빠져든 중국인들의 관심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패션’ 또한 명동과 연관키워드로 다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패션은 2014년 37위까지 올랐지만, 2015년에는 105위까지 하락했다가 2016년에는 다시 80위로 상승했다. 지난해 순위가 상위권에서 크게 밀려났지만, 올해 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밀려난 ‘일본’ 치고 올라온 ‘중국’
최근 몇 년간 명동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인에서 중국인으로 급격히 변화한 것 또한 이번 빅데이터 분석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든 자리를 중국인이 채우는 현상이 소셜 버즈상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명동 연관키워드 순위에서 ‘일본’은 2014년에 3위에 올랐고, 2015년 64위로 밀려난 데 이어 올해는 59위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2014년 11위에 있던 것이 2015년 21위로 하락했다가 2016년에는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명동 상권과 연관 키워드로 ‘중국’이 급부상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것이 소셜 버즈의 연관키워드 순위로도 입증됐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명동의 연관 키워드로서 ‘한류’의 급부상도 눈여겨볼 만하다. 화장품·패션의 중심지로서 명동과 한류가 연계되는 흐름이 돋보이고 있는 것이다. 명동 연관키워드 순위에서 한류는 2014년 228위, 2015년 267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79위로 순위가 수직상승했다. 명동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지로서 명동과 ‘호텔’의 연관성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호텔은 연관키워드 순위에서 2014년 23위, 2015년 42위, 2016년 31위로 상위권을 꾸준히 지켜왔다. 이는 관광객의 증가와 함께 최근 들어 명동 내에 새로 문을 연 호텔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대문, 남대문 등 주변 상권과의 연계에도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명동에 바로 인접한 ‘남대문’을 언급한 소셜 버즈 순위가 급락하고 있다. 연관키워드 순위에서 남대문은 2014년 16위로 상위권에 랭크돼 있었지만, 2015년에는 32위로 떨어진 데 이어 2016년에는 171위까지 하락했다. 반면 ‘동대문’은 2014년 12위, 2015년 25위, 2016년 28위로 여전히 명동과 연계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명동과 ‘이대’의 연관성이 크게 떨어진 것 또한 눈에 띈다. 명동 쇼핑의 연관키워드 순위에서 이대는 2014년 5위 자리에 올랐지만, 2015년에는 882위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순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명동을 찾는 소비자들과 ‘이대’와의 연관도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명동과 ‘홍대 상권’의 연관도 또한 하락세다. 명동 쇼핑의 연관 키워드 순위에서 홍대는 2014년 39위, 2015년 56위, 2016년 88위로 조금씩 내려가는 추이를 보여 왔다. 홍대·이대 등 서울 서부 상권과 명동 상권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괄목상대’ 면세점…업태 변화도 감지
명동 상권에서 면세점이 백화점과 연관검색어 순위에서 대등한 수준까지 오른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명동과 연관 키워드 순위에서 백화점은 2014년 13위, 2015년 29위, 2016년 19위를 기록하며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이 명동 상권과 연계돼 있다는 측면에서 명동 쇼핑과 백화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백화점의 아성에 면세점이 도전하고 있다. 2014년 129위에 불과했던 ‘면세점’은 2015년에는 46위로 뛴 데 이어 올해는 21위까지 올랐다. 2014년 116계단의 순위권 격차가 있었지만, 2년 만인 2016년에는 불과 2계단 차이로 좁혀진 것이다.
한때 명동 상권의 한 축으로 꼽혀왔던 지하상가는 계속해서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명동과 지하상가의 연관도가 점차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 저하가 여실히 나타난 것이다. 명동 쇼핑과 관련해 ‘지하’의 연관키워드 순위는 2014년 47위에서 2015년에는 89위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119위까지 하락했다. 지상의 상권이 지속적으로 발달하면서 지하상가는 갈수록 퇴조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별 브랜드 매장이 늘어나면서 명동과 ‘브랜드’의 연관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명동 쇼핑에서 ‘브랜드’의 연관키워드 순위는 2014년 58위, 2015년 53위에 이어 2016년에는 18위까지 뛰었다. 브랜드 매장을 찾아 명동을 찾는 사례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SK플래닛 관계자는 “국내 최대의 상권답게 명동에는 여러 가지 업태가 존재하고 있는데, 최근 소비트렌드에 따라 업태의 변화 또한 눈에 띈다”며 “독특한 개별 브랜드 매장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라 명동 상권과 ‘브랜드’의 연관성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