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밥 세끼 든든히 먹고 육류 섭취를 줄이면 살은 빠집니다.”
젓가락질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성경’처럼 들어왔던 말이었다. TV에 나오는 전문의들, 식품영양분야 전문가, 이에 영향을 받으신 어머님들까지 한결같이 ‘동물성 지방’ ‘콜레스테롤’ ‘당뇨와 암’으로 이어지는 3단계 ‘팩트폭력’을 가해왔다. 고기와 버터를 즐겨 섭취하는 마니아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자신의 건강을 염려했고 다이어트에 나선 이들은 삼겹살 한 점에도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팩트’ 자체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지방은 몸에 해롭다’는 상식을 뒤집고 ‘저탄수화물·고지방(Low Carbohydrate High Fat)’ 식단이 건강은 물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토대가 된 것은 올해 4월 국내 번역 출간된 니나 타이숄스의 <지방의 역설>(시대의창)이다. 그는 탐사보도 기자로서 9년여에 걸친 끈질긴 조사를 바탕으로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할수록 건강해진다’고 주장했다. 이는 1950년대 이후 지방 특히 포화지방이 심장질환이나 비만, 암을 유발하는 ‘못된 음식’이라는 정설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별 의심 없이 맹신했던 상식이 무너지자 웃지만은 못할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먼저 다이어트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삼겹살 버터구이 등 고지방식단으로 체중감량을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앞다퉈 인증을 하는가 하면 회원들이 저지방 식단을 거부해와 곤욕을 치르는 트레이너의 사연이 SNS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트에는 버터가 품절되는가 하면 삼겹살 가격 상승을 우려해 ‘사재기(?)’해 뒀다는 지인까지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졌다.
<지방의 역설> 번역자인 양준상 고도일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6년 전부터 매일 하루 한 끼는 삼겹살을 먹고, 대신 밥은 하루 반 공기(50g)만 섭취해 체중을 13㎏(현재 5㎏) 감량했고, 10년 전부터 앓던 지방간·이상지질혈증·부정맥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기를 모은 황제 다이어트와 유사하다. ‘황제 다이어트’는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120kg에 달하는 체중의 감량을 위해 선택한 다이어트로, 국내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식단이 드러나며 더 유명세를 탔다. ‘황제 다이어트’는 밥, 빵 등의 탄수화물을 자제하고 고기와 같은 단백질과 지방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식단을 지킬 경우 단기적으로 체중 감소가 일어나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돼 있다고 했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인체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췌장을 통해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식사나 간식 등으로 하루 종일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되면 혈중 인슐린 농도는 계속해서 높게 유지되고 지방은 계속 구금상태로 남는다. 지방이 연소되지 않고 과도하게 축적되는 것이다. 탄수화물이 체내에 적을 경우 지방이 조직에서 흘러나와 인슐린에 의해 구금되지 않고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일명 ‘저탄고지(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늘리는)’ 식단을 통해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높은 한국인들에게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조수현 중앙대학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배부른 만큼만 양질로 먹으라는 것이지 무조건 많이 먹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사람 같이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 과한 식단조절로 인해 초기에는 에너지 결핍 증상으로 두통과 감기 같은 증상, 힘이 없고 기분이 나빠질 수 있고 심하면 우울감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50년대 지방에 오명 씌운 미국 석학들
“1900년만 해도 손에 꼽던 심장질환이 1950년경에는 주요 사망 원인이 된 이후 이러한 폭증에 대응해야 했던 학자들이 식이 지방, 그중에서도 특히 포화지방을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가설은 제대로 검증되기도 전에 정설로 받아들여졌고,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관료들은 이 검증되지도 않은 가설을 채택해 도그마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이 가설은 공중보건의 거대한 제도권 안에서 불멸의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 <지방의 역설> 中
지방의 건강과 관련된 누명은 60년에 가깝다. 육류와 달걀 등에 함유된 포화지방은 1950년대 이후 심장병과 당뇨 등의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덕분에 지난 수십 년간 대부분의 국가의 권장식단에는 동물성 식품 대신 식물을 먹어야 한다고 적시돼 왔다. 미국심장협회와 미국농무부뿐만 아니라 거의 세계 모든 전문가들은 과일과 채소, 통곡물에서 열량을 섭취하고 동물성 지방의 섭취는 최소화할 것을 추천해왔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반세기 동안 영양 전문가들은 포화지방이 심장질환뿐 아니라 비만과 암을 야기한다는 가설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니나 타이숄스는 “육류나 달걀, 치즈, 우유를 배척할 필요가 없고, 이제부터 그 맛있는 음식을 죄책감 없이 다시 식탁에 올려야 할 때”라며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강한 지방의 요건은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대중의 관심이 많은 체중감량에 포커스가 맞춰졌지만 더 근본적인 논쟁은 건강이슈에서 진행되고 있다. 저지방 식단은 1961년부터 미국심장협회가 심장 질환에 대항하기 위해 처방하고, 1980년 농무부가 모든 남성·여성·아동을 위한 공식 식단 지침으로 채택했던 식이요법이다. 타이숄스는 저지방 식단이 강요(?)된 이후 미국에서 비만과 당뇨의 유병률이 폭증했고, 심장질환 정복에도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건강을 위해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는 유일한 방법은 동물성 식품에 풍부한 포화지방을 먹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 지방 유제품, 달걀, 육류(그중에서도 기름진 고기)의 섭취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오랫동안 거부해왔던 모든 기름진, 금단의 식품을 먹으라는 것인데, 이 식품이 건강한 식단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요지다. 타이숄스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은 심장 질환, 비만, 당뇨에 대항하는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설명하며 건강에 적신호를 켜는 것은 동물성 지방을 대체한 식물성 지방으로 인해 함유된 트랜스지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불포화 식물성 기름을 튀김에 적절한 온도로 가열할 경우 매우 독성이 높은 산화부산물이 생성되는데 이 산화 부산물이 인체에 치명적이고 심각한 손상을 끼칠 수 있다”며 “고도로 불안정한 기름이 패스트푸드점과 식당에서 트랜스지방을 대신하여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동물성 지방이 총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는 속설 때문에 비난을 받았지만 실상 콜레스테롤이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심장발작 위험의 예측인자로서 신뢰성이 낮다는 연구결과는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또한 충분한 양의 지방 없이 단백질만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질소 독성의 위험도 지방이 상쇄해 준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연구결과일 뿐 이러한 주장에 반기를 드는 전문가들도 존재한다. 조 전문의는 “동물성지방 함유된 포화지방을 과다 섭취할 경우 지방간 위험을 높이고,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일으키며,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과 비만, 지방간, 담석증,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까지 샐러드와 과일스무디로 요기하는 점심 식사가 버터로 요리한 달걀프라이 한 접시보다 허리둘레와 심장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논쟁은 시작됐고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오랜 기간 정설로 받아들여진 지방의 누명이 완전히 벗겨지게 될 경우 우리의 식탁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도 있다.
▷Mini Interview | 조수현 중앙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
지방·탄수화물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칼로리 조절
1. 최근 유행하는 고지저탄 다이어트법이 성행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의학적 소견은?
현재까지 여러 다이어트법이 나왔는데 근본적인 것은 칼로리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칼로리를 지속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포만감을 느끼면서 효과적으로 체중감량을 하기 위한 다이어트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과거 유행했던 황제 다이어트인 ‘앳킨스 다이어트’처럼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이다. 황제 다이어트는 저탄수화물 고단백식사로 이와 다른 점은 지방에 초점을 둔 것인데 우리 몸에 탄수화물이 없으면 간에서 지방산을 이용하여 케톤을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이용을 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는 비슷한 원리다. 단지 지방을 제한하지 않고 먹는 것이지만 배부른 만큼만 양질로 먹으라는 것이지 무조건 많이 먹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자연 그대로 먹으라는 뜻이고 탄수화물을 15% 이하로 제한하여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 같이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에는 부작용도 많이 생기고 조금이라도 탄수화물을 더 많이 섭취하게 되는 경우에는 더 심한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부작용으로는 초반에 에너지 결핍 증상으로 두통과 감기 같은 증상, 힘이 없고 기분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심하면 우울감이 심해질 수 있다.
그 외 케톤혈증에 의한 탈수, 변비, 입 냄새, 미네랄 부족 등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심혈관위험요소의 개선이 있다고는 하나 심장질환을 야기한다는 보고도 있으며 신장질환, 암 등이 올 수 있다. 또한 당뇨환자에게는 급격한 저혈당 증상이 올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2. 트랜스지방 등의 가공지방과 동물성지방이 각각 몸속에 미치는 영향은?
동물성지방에는 포화지방 함량이 많은데 포화지방을 과다 섭취할 경우 지방간 위험을 높이고,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과 비만, 지방간, 담석증, 암 등을 유발한다.
트랜스지방은 액체 상태의 불포화지방에 수소를 첨가하여(부분경화) 생성되는 고체 상태의 가공지방으로, 포화지방처럼 체내에서 ‘나쁜 콜레스테롤(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의 수치까지 낮춘다.
트랜스지방은 지방조직 내에 축적되어 지방 대사를 원활하지 못하게 하며 비만, 지방간, 담석증, 동맥경화증,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과 암, 당뇨병, 알레르기 증상 등이 발병할 수 있다.
3.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로 일어날 수 있는 질병은?
비만으로 야기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지방간, 담석, 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4. 탄수화물과 지방 등 필수영향소의 섭취 가이드라인의 변화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50%, 단백질 15~20%, 지방 20~25%’로 균형을 맞추며 전체 칼로리를 줄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