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칭한 지 단 4년 만에 연간 거래액 3000억원, 누적 투자금 700억원, 누적 다운로드 650만명을 기록한 패션플랫폼이 있다. 4050세대 어른들의 라이프스타일숍을 표방한 ‘퀸잇(Queenit)’ 얘기다. 총 700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한 퀸잇과 함께 2022년 제철 먹거리 장보기 앱 ‘팔도감’ 서비스를 시작한 ‘라포랩스’의 성장세도 드라마틱하다.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여타 이커머스 플랫폼에 비해 안정적인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711억원, 2023년(478억원)과 비교하면 48.74%나 가파른 곡선을 그렸다. 서울대 동기인 홍주영 대표와 함께 라포랩스를 창업한 최희민 대표는 “4050세대가 원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며 “스타트업이 투자에 성공하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다 쓰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라포랩스는 경쟁보다 고객만 생각한다”고 나름의 비결을 공개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비바리퍼블리카 프로덕트 오너(PO), 하이퍼커넥트 아자르 글로벌 마케팅팀장, SK텔레콤 프로덕트 매니저(PM)를 거쳐 라포랩스를 창업했다.
Q 패션 분야는 이 시기가 가장 바쁘다고 들었습니다. 구매가 는다는데.
A 보통 3~4월과 10~11월이 가장 바쁘죠.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옷 구입이 많거든요. 지금은 막 여름옷이 나오고 봄옷이 한창 피크일 때예요. 올봄은 갑자기 추워지는 경우가 많아서 돌아볼 게 더 많아졌습니다.
Q 대표님이 날씨까지 관여하시는군요.
A 매일 매출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웬만한 것들을 직접 챙기고 있습니다.
Q 퀸잇의 하루 거래액(GMV)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시기에 따라 다른데, 보통 10억원에서 30억원 사이를 오갑니다. 패션은 보통 겨울에 매출 곡선이 가팔라져요. 여름옷보단 겨울옷이 비싸거든요.
Q 퀸잇은 4050세대의 패션플랫폼으로 성장했는데, 고객층을 전면에 내세운 특별한 이유라면.
A 처음부터 4050이 타깃이었어요. 현재 대한민국의 4050세대는 인구수가 900만 명에 이릅니다. 인구수, 소득, 지출 등 모든 면에서 앞선 핵심 연령층이죠. 소비력이 높은 세대를 타깃으로 2020년 2월에 홍주영 공동대표와 저를 포함한 4명이 창업했고, 그 해 5월에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9월에 퀸잇이 나왔는데, 사실 처음부터 패션 분야에 매진한 건 아니었어요.
Q 퀸잇의 시작이 패션은 아니었다?
A 창업 당시엔 약 7개월 동안 보험, 건강 분야를 중심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죠. 그런데 이 분야는 좀처럼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군요. 그러다 패션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2020년은 팬데믹 초입이었잖아요. 백화점이나 매장(오프라인)에서 옷을 입어보고 사던 4050세대가 온라인을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옷이라는 게 특히 여성분들은 10대가 입는 옷을 50대가 입지 않고 50대가 입는 옷을 10대가 입지 않거든요. 연령별 취향이 뚜렷합니다. 10대부터 90대까지 모두가 즐겨 마시는 음료수와는 전혀 다르죠. 10대들은 ‘지그재그’ ‘에이블리’란 패션플랫폼을 썼고, 20~30대는 ‘무신사’를 썼는데, 4050에겐 그들만을 위한 패션플랫폼이 없었어요. 그래서 한 달 반만에 퀸잇을 만들어 출시했더니 곧바로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그때는 급하게 만드느라 온라인을 통한 반품 기능도 없었는데, 저희도 놀랐습니다.
Q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건데, 어떤 과정을 거친 겁니까.
A 소비력이 가장 높은 4050세대를 위한 서비스가 사업 테마여서 창업할 때부터 매주 적게는 10명, 많게는 20여 명까지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1시간 이상 인터뷰를 하다 보니 이분들이 이제 막 온라인에서 옷을 사기 시작했는데, 여타 플랫폼에선 마음에 드는 옷을 찾기가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은 라포랩스 전체 고객의 95%가 40대 이상 여성이죠.
Q 대한민국 4050 여성들이 원하는 패션스타일이라면.
A 우선 품질에 대한 민감도가 10대나 20대보다 훨씬 높아요. 한 벌의 옷을 단 한번만 입더라도 원단이나 박음질이 좋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선호합니다. 또 하나는 10대의 경우 셀럽의 취향이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4050세대 여성은 결혼을 했는지, 아이가 있는지, 직장생활을 하는지에 따라 옷의 취향이 아예 다릅니다. 체형도 44부터 88까지 꽤 고르게 분포돼 있기 때문에 옷을 고르는 게 쉽지 않죠. 그런 어려움을 퀸잇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라포랩스란 사명이 정해진 배경 같은데요.
A ‘라포르’는 심리학에서 서로 마음이 통하고 어떤 일이라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신뢰관계를 의미해요. 고객과의 라포르가 라포랩스의 지향점입니다.
Q 퀸잇과 함께 제철 먹거리 장보기 앱 ‘팔도감’을 운영 중인데, 고객층이 비슷한데요.
A ‘퀸잇의 고객을 위해 다른 서비스를 더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X세대가 자주 찾고 지출하는 분야가 바로 식품이었습니다.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모두 2030세대와 4050세대의 입맛이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팔도감 앱을 이용하면 생산자가 직접 재배한 제철 먹거리를 모바일로 쉽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Q 퀸잇과 팔도감 모두 성장속도가 빠른데, 정작 광고나 마케팅을 본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A 대대적인 마케팅보다 타깃층에만 홍보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일반적인 쇼핑 앱보다 프리미엄의 인상을 주고자 했지요. 4050세대 여성분들이 자주 찾는 소셜미디어(SNS)에 홍보하는 대신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나 카페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포털사이트에도 상품이 노출되지 않는데, 고객이 직접 퀸잇 앱을 이용하는 게 우선이라고 봤습니다.
Q 그러한 점이 성장의 비결인가요.
A 우선 고객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집중했어요. 앞서 말한 홍보나 마케팅도 그렇지만 여타 쇼핑 앱들과 달리 우리 방식으로 투자하며 서비스에 나선 것도 주효했습니다. 무엇보다 독자 개발한 ‘AI 추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어떤 상품을 둘러봤는지 머신러닝으로 실시간 파악해 즉시 추천하는 방식이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퀸잇의 경우 지난 3월 31일에 대대적인 앱 개편이 있었어요. 패션, 뷰티, 리빙, 남성 전문홈까지 멀티홈으로 확장하고 복잡했던 쇼핑 과정을 직관적으로 단순화했습니다.
Q 현재 투자 상황이 궁금해지는데요.
A 누적 시리즈B 라운드까지 진행하며 700억원을 투자받았어요. 지난해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Q 최근 불거진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 사태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데요.
A 결국 퀸잇과 팔도감을 이끄는 두 축은 고객과 셀러에요. 이번 사태도 셀러분들에게 정산해야 할 대금이 지연된 게 문제였는데, 저희는 창업 때부터 운영비와 구매 대금을 철저히 분리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통장이 다릅니다.
Q 올해 목표가 기대됩니다.
A 우선 올해는 매출 1000억원 이상, 또 새롭게 유입되는 4050세대의 취향도 지속적으로 연구해나갈 겁니다. 무엇보다 패션부터 리빙, 관광에 이르는 4050세대의 관심 분야를 퀸잇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입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6호 (2025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