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회사에서 은퇴한 후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1억원을 들여 중국 상하이A 증시 상장 주식을 샀다. 주변에선 중국 증시를 신뢰할 수 없다며 A씨를 만류했지만 A씨는 확신이 있었다. 과거 A씨는 1990년대 삼성전자 주식을 5만원에 샀다가 2012년 100만원에 팔아 큰 이익을 남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후강퉁 거래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17일 중국평안보험 주식 1억원 어치를 매수했고 약 한 달 만에 27%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그는 “14억명이 먹고 마시고 쓰는 것들을 만드는 회사들을 연구해보면 제2의 삼성전자, 현대차에 투자할 수 있겠다고 판단이 들었다”며 “이제 막 가입하기 시작한 보험업종, 먹고 마시는 음식료 업종,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인터넷 모바일 쇼핑 관련주들이 눈에 들어와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 간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水+扈港通)’ 거래가 시행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다.
후강퉁은 홍콩에서 중국 본토의 상하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후구퉁(扈股通)’과 중국 본토에서 홍콩 주식에 투자하는 ‘강구퉁(港股通)’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후강퉁 실시로 기존 외국인 투자자 중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얻은 기관투자가들만 중국 본토 A주 투자가 가능했던 중국 본토 A주 투자가 개인에게 열렸다. 중국 개인 투자자 역시 홍콩 주식을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됐다.
후구퉁 투자 대상은 상하이 A주 중 우량주 568개 종목으로 상하이종합지수 시가총액의 90%, 강구통 투자 종목은 대형주 250개로 항셍지수 시가총액의 80%에 이른다.
후강퉁 효과… 중국 증시 상승일로
후강퉁 제도는 중국과 홍콩 증시에 큰 유동성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거래 개시 한 달 가까이 지난 현재 후강퉁 제도 시행 후 중국 증시에는 꾸준히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실제 중국 상하이증시는 후강퉁 시행 후 상승일로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2월 11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38.27%나 급등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매가 가능한 중국 상하이A주도 38.39% 올랐다. 후강퉁 거래가 시작된 11월 17일을 기준으로도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18% 이상 상승했다. 중국 A주는 일일 거래액이 1조위안을 돌파해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제2대 증시로 부상하기도 했다. 주가지수가 중국 증시 시가총액도 급증했다. 중국 증시는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제2대 증시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아시아국가인 일본 증시도 올해 7년래 최고치인 1만8000포인트까지 치솟았으나 연내 상승폭은 10%에 그쳤다. 태국 SET지수와 자카르타종합주가지수(JCI)의 올해 누적 상승폭은 각각 23%와 21.38%로 타이완 가권지수(TAIEX, 7%)와 홍콩 항셍지수(3%)를 크게 웃돌았으나 A주보다는 한 수 아래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1.23% 하락했다.
이런 종목이 수익률 좋았다
지난해 4월 후강퉁 실시 선언 후 상승장을 타기 시작한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 12월 8일 3년 8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12월 9일 이후 조정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폭발적인 성장세인 것은 사실이다.
중국 상하이A지수가 후강퉁 거래 개시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후강퉁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 12월 12일 유안타증권 등에 따르면 후강퉁 거래 개시일인 지난 11월 17일부터 12월 11일까지 후구퉁(외국인 투자자가 상하이A주식에 투자)의 수익률 평균은 14.9%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강구퉁(중국 투자자가 홍콩거래소 주식에 투자)의 평균 수익률은 -3.3%다.
후구퉁 종목 중에는 주해화발실업이 거래 개시 후 94.8% 상승해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주가가 2배 가까이 뛰었다. 방정증권(91.8%), 초상증권(87.9%), 하문국제무역(81.4%) 등이 뒤를 이었다. 수익률 1위부터 10위 사이에 증권주 등 금융 종목이 6개를 차지했다. 거래량 기준으로는 중국 평안보험, 대진철도, 상하이자동차 등이 큰 인기를 누렸다.
강구퉁 종목 중에는 홍방증권(53.7%), 중신증권(33.7%), 해통증권(26.8%) 등이 수익률 상위권을 기록했다.
후강퉁 제도 시행 이후 전 세계 투자자들이 거래한 후강퉁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은 중국평안보험, 중신증권, 귀주모태주, 상하이자동차 등이다.
거래 개시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중국 증시의 상승을 이끈 건 지난 11월 21일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RP(환매조건부 채권) 매매로 단기자금을 조달, 증시에 투자하는 금융사의 투기 행태를 막는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증권사 등에 단기 과열을 막기 위한 창구 지도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등세는 잦아드는 분위기임은 주의해야 한다.
중국 상하이A 증시가 폭등하며 후강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각 증권사들도 새로운 추천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2월 5일 후강퉁 상장 관심종목을 추천하며 중국 도시화와 내수 소비시장 확대 등에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한 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도시화 추세 및 내수 소비시장 확대 등에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상해 상장 관심 종목들에 주목해야 한다”며 “베이징동인당, 귀주모태주, 상하이자동차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전망
지난 12월 9일, 연일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하루 만에 5.8% 급락하자 중국 증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중국 증시는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기 때문. 지난 2007년 중국 증시는 유례없는 폭발적 성장을 했다. 10월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인 6124.04를 찍기도 했다. 당시 국내 투자자들 역시 중국 펀드 등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 상하이종합지수는 1664.93까지 고꾸라졌다.
당분간 중국 증시의 버블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가 40%나 상승했고 12월 들어 거래대금이 하루 220조원을 돌파하는 등 단기 과열징후가 농후한 데다 장중 변동폭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중국 증시는 투자가치가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 증시의 올해 하반기 반등은 일시적인 반짝 장세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 향후 2~3년에 걸쳐 주가 레벨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초기단계로 판단된다는 것. 이는 △시진핑 성장개혁의 강화 △2015년 상반기 주택경기 바닥 통과 △개인·기관·외국인 수급의 긍정적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중국 증시의 환경은 정부정책·주가 매력·수급의 삼박자가 긍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중국 증시의 강세장 전환은 지난 1996년 경험했던 리레이팅 사이클과 2005년 버블사이클의 중간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중국 주식시장이 보유한 강력한 매력은 주가가 여전히 저렴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40%에 달하는 주가상승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익가치 대비한 주가는 과거 10년 평균 대비해서 10% 정도 디스카운트돼 있다.
중국 증시의 수급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개인투자자·기관·외국인의 삼박자 수급이 모두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중국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6년 만에 회귀하기 시작했고 중국 증시의 버팀목으로 중국 보험과 기금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후강퉁으로 촉발된 외국인 투자자 붐은 앞으로 3년 동안 2000억달러에 달하는 외국인자금을 유치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 증권사들도 강세장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초상증권의 경우 내년 상하이 증시가 3200에서 4350포인트 사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도 내년 상하이 증시가 4000~5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그렇다면 후강퉁 투자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기본 방식은 국내 증권 거래와 동일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계좌 개설. 후강퉁 주식 거래를 위해서는 해외증권 매매 전용계좌가 필요하다. 홍콩거래소 회원 증권사와 연계된 국내 증권사에 해외증권 매매 전용계좌를 개설하면 본토 A주에 투자할 수 있다.
계좌를 개설한 후 해당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설치해 거래를 진행하면 된다.
HTS 설치까지 완료되면 다음에 해야 하는 일이 환전이다. HTS상에서도 원화를 위안화로 환전할 수 있고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 다만 위안화를 매수할 때 가격과 매도할 때 가격에 차이가 있는 만큼 잦은 환전은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해당 창에서 종목을 고른 후 매매 버튼을 누르면 거래가 체결되는 방식은 국내 주식거래와 차이는 없다. 그러나 한번 거래 주문이 접수되면 정정주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주문을 취소하고 다시 주문을 넣어야 한다.
매수는 최소 100주 단위로 가능하다. 예를 들어 150주는 매수할 수 없다. 매도할 때는 최소 100주만 넘어가면 몇 주로 팔든 상관없다. 매수한 종목은 당일 매도가 불가능하다. 최소 하루 이상 보유해야 한다. 매수 후 결제까지 하루가 걸리기 때문이다.
증권사 HTS로 보는 중국 주식 시세는 15분 지연된 수치다. 빠른 시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증권사에 추가 비용을 내고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상하이거래소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12시 30분까지 오전장이 열린다. 오후 2시까지 휴장한 후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오후장이 열린다. 또 상하이와 홍콩거래소 중 한 곳만 휴장해도 외국인은 거래할 수 없다.
중국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수수료와 세금 등 제반 비용이 발생한다.
중국 정부는 후강퉁 제도를 통해 A주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 매매차익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 내는 세금이 아니더라도 해외 주식 투자 시에는 매매차익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에 대해 내년 5월까지 국내에 양도소득세 22%를 내야 한다.
A주 투자로 인한 배당수익에 대해서는 10%가 중국에서 원천징수된다. 한국에서는 현재 14%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10%의 배당소득세를 내게 되면 한국에서는 배당소득세 4%에 주민세 0.4%를 더해 4.4%를 더 내야 한다.
거래 수수료는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온라인은 매매금액의 0.3%, 오프라인은 매매금액의 0.5~0.7% 수준이고 최소 수수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