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 허가구역은 주거지의 경우 토지 면적이 6㎡(약 2평) 이상이라면 관할 지자체장으로부터 거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아파트 면적에 상관없이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토지 취득일(아파트의 경우 등기일)로부터 2년 동안 실거주가 가능한 사람만 거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계약 허가 신청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대리인이 있을 경우 위임장이 필요하다. 대개 신청 이후 3주가 지나면 거래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공휴일이 끼어 있거나 신청건수가 동시에 몰린다면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강남3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아파트’를 대상으로 했다. 이 때 아파트는 ‘건축법상 아파트’다. 건축법 시행령은 아파트를 ‘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5개층 이상인 주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립주택으로 분류된 한남더힐 4층 이하 동과 타워팰리스 오피스텔 등이 토지거래 허가구역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파트 형태를 띤 신축 빌라도 있어 법적인 정의만 본다면 규제 대상인지 여부가 헷갈릴 수 있다. 이때는 건축물 대장을 발급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강남3구·용산에 소재하고, 건축물대장에 ‘아파트’로 기재돼 있다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이다. 나홀로 아파트도 예외 없다.
이 때문에 오피스텔이나 빌라(다세대·연립), 상가는 원칙적으로 거래허가 대상이 아니다. 다만 3월 24일 이전에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이미 지정됐던 곳은 상가도 허가 대상에 포함되니 꼭 확인해야 한다.
또 매매 계약일이 3월 24일 이전이라면 잔금을 아직 치르지 않았더라도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잠실·삼성·청담·대치동 등 예전에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였던 지역은 2월 13일부터 3월 23일까지 계약한 매물들이 제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에서 주택을 사들이려면 여러 가지 제약이 걸린다. 우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일부터 3개월 안에 잔금을 치러야 한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자금 동원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매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또 가구원 모두가 무주택자여야 거래 허가를 받는 데 유리하다. 주택을 이미 보유했다면 ‘원칙적으로는’ 거래계약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현재 국토부 규정상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자체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 혼란이 더 컸다. 예를 들어 강남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주택 구입 시 1년 내에 매도가 원칙이지만 제한적으로 임대를 허용한다. 서초구는 임대를 허용하지만 그 기간이 6개월로 짧다. 용산구는 지방 주택 거주자에 한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주택 추가 취득 사유를 입증하면 임대를 허용한다. 반면 송파구는 임대가 불가능하다.
이처럼 각 구마다 허가기준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토부와 서울시가 기준 통일에 나섰다. 지금으로서는 거래 이후 6개월까지만 기존 주택의 매매·임대를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는데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다. 또 설령 거래 허가가 나더라도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할 이유를 객관적·구체적으로 소명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대차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아파트라면 토지거래계약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잔금 납부 날짜가 오기 전에 임대차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경우, 즉 남은 계약 기간이 짧다면 예외적으로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때도 잔금 납부일까지 임대차계약이 만료된다는 것을 증빙자료를 통해 소명해야 한다. 특히 현재 임차인에게 ‘묵시적 갱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받아야 차후 문제가 되지 않는다. 2명 이상이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공유지 거래는 지분별로 허가대상면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부부·가족 등 가구 구성원이 공유지분을 각각 취득하는 경우 동일인의 취득으로 간주한다. 취득한 공유지분 면적 전체를 합산해 허가대상 면적 여부를 판단한다는 뜻이다.
아파트와 관련된 대부분 거래가 허가 대상이지만 예외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경매를 통한 낙찰, 청약당첨된 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판매한 보류지를 사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다만 이들 사례도 해당 사안 이후 일어나는 ‘2차 거래’에 대해선 모두 토지거래 허가 대상으로 변한다.
민사집행법에 의한 경매나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공매를 추진했으나 3회 이상 유찰된 아파트를 사들일 경우에는 토지거래 허가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에 따르면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된 경우도 거래 허가대상이 아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안에서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들은 입주하지 않고 바로 전세를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기 때문에 준공 이후 3년이 지나면 입주를 해야하지만, 주변 시세와 차이에 따라 의무거주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래미안원페를라나 디에이치 방배 등이 실거주 의무 대상 단지가 아니었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물량이다. 대개 지분 착오로 조합원 물량이 누락되는 경우나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발생한다. 보류지를 남겨놓는 건 조합 의무 사항이다.
이들 매물은 청약에 제한이 없고 로열층·로열동 매물이 많은 경우가 많다. 정비사업지 조합원일 필요도 없고 청약 가점을 넉넉히 보유하지 않았거나 다주택자여도 상관없다. 보류지 매각 공고는 입주 일정이 임박했을 때 올라오는 게 일반적이다. 관심 있는 단지 몇 곳을 정한 뒤 입주 시점 몇 개월 전부터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홈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다만 짧은 시일 안에 아파트 중도금(30~40%)과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현금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입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밖에 무상증여, 무상상속 등 대가 없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와 천재지변 등에 의한 사유 등은 거래허가 예외 돼상이 될 수 있다.
토지거래 허가제도를 위반했을 경우에는 꽤 높은 수위의 처벌조항이 존재한다.
먼저 거래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계약 당시 공시가격의 30%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거래가 무효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허가 이후 법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이행강제금이 붙는다. 주택을 이용하지 않았거나 방치했을 경우에는 취득가격의 10%,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사례는 7%, 무단으로 이용 목적을 변경했을 때는 5%다.
지자체는 매년 매수자가 토지거래허가 목적대로 이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벌인다. 매년 5월과 7월 사이에 정기조사가 진행되며, 수시조사도 진행해 위반 여부를 확인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거래는 조심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리처분계획을 받으면 입주권으로 거래되는데 이 역시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허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입주권을 구입한 매수자는 2년 안에 철거로 이주하는 경우 실거주 2년 의무를 지키지 못해 벌금 대상이 된다. 이 역시 국토부와 지자체가 실거주의무를 준공 이후로 이어서 지키겠다는 확약서를 받는 방식으로 거래를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정확한 지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수요자들이 진짜 관심 있을 문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매매 가격에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일단 예상할 수 있는 점은 ‘거래절벽’이다.수요층이 대폭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과거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을 때도 그랬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에 따르면 잠삼대청에 규제가 시행되기 이전(2018년 6월~2020년 5월) 4456건이던 잠실동 아파트 거래량은 규제 이후(2020년 6월~2022년 5월) 814건으로 81.7% 급감했다. 같은 기간 청담동(-61.4%)과 대치동(-60.1%), 삼성동(-31.5%) 등도 거래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의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도 운영 효과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후 해당 구역을 포함한 1㎞ 내의 인접 영향권에서는 2년 동안 주택 가격이 9.5% 떨어졌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 2년 이후부터는 집값이 다시 올라 약 4%의 상승률을 보였다. 학군, 교통 등 입지적 강점이 탄탄한 데다 부동산 시장 전반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단기적으로 가격을 누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효과가 미지수라는 얘기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똘똘한 한 채’ 선호, 입주 물량 감소 등이 맞물리며 강남권 등 핵심 입지의 수요가 꾸준한 만큼 강남권 집값은 강보합세가 유지된다는 관측이 많다. 또 수요자의 시선이 강동구·동작구·성동구·마포구·과천시 등 강남권 인접 지역으로 향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