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청약 큰 장이 선다.’
최근 꽁꽁 얼어붙었던 분양 시장에 다소 온기가 돌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분위기에 봄 성수기까지 더해지며 5월엔 전국에서 3만여 가구가 분양 시장에 나왔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에서는 아파트 32개 단지, 3만102가구가 공급됐다. 이 중 일반 분양은 1만 9769가구다. 전년 동기 대비 전체 분양 물량은 77%, 일반 분양 물량은 32% 각각 늘어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민영 아파트 분양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계획 물량(41만6142가구)의 73%인 30만 4142가구만 실제 분양으로 이어졌다. 나머지가 모두 올해로 넘어왔다는 뜻이다. 1·3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분양 시장 전망이 좋아지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들 분양 물량이 어느 정도 나오는 모습이다.
분양 단지의 ‘양’도 상당하지만 ‘질’도만만치 않다. 올 하반기에는 반포·청담·방배 등 서울 강남 핵심지는 물론 동작구, 은평구, 서대문구 등 에서도 굵직한 단지가 잇따라 나올 예정이다.
청담동에서는 청담삼익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청담르엘’ 일반 분양이 6월경 진행될 예정이다. 1980년 준공된 이 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최고 35층·1261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전체 물량 가운데 176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이 아파트는 강남의 대표적 부촌인 청담동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다. 지하철 청담역도 걸어서 7~8분 거리이고 삼성동·압구정동 등과도 가까워 실수요자들 관심이 많다.
이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은 한강변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단지 배치도를 살펴보면 소형 평수는 영동대로 라인으로, 대형 평수는 한강변으로 구성됐다. 청담동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가 공급되는 건 2014년 준공된 ‘청담래미안로이뷰’ 이후 처음이다.
같은 시기 방배동에서도 대규모 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방배6구역에서 6월경 ‘래미안원페를라’가 분양될 예정이다. 총 1097가구 가운데 497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으로 배정됐다.
최근 조합원 분양을 신청한 방배5구역(디에이치방배) 역시 올해 하반기 일반 분양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착공 시기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던 만큼 방배6구역 일정보다 조금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체 물량은 3080가구로 방배동 일대 재건축 사업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이 단지는 일반 분양만 1686가구에 달한다. 방배5구역 전용 59㎡ 분양가는 11억~12억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용 84㎡는 15억~16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5구역은 규모 외에 입지도 우수하다. 이수역(4·7호선)과 내방역(7호선) 사이에 위치하고, 2호선 방배역도 걸어서 가기에 무리가 없다. 방배초·이수초·이수중 등 학교도 주변에 상당히 많다. 강남 테헤란로까지 직선으로 연결하는 서초대로를 끼고 있어 도로 교통도 좋다. 6구역은 5구역보다 규모가 작지만 입지는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내방역과 이수역 사이에 있고, 서문여중·서문여고와 가깝다. 방배동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반포동과 잠원동에서도 각각 신반포 15차(래미안원펜타스)와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가 올해 가을 이후 분양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반포15차는 전체 641가구 가운데 263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으로 풀린다. 신반포4지구에서는 3307 가구 가운데 236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래미안원펜타스는 재건축 이후 규모 (641가구)는 작은 단지다. 하지만 입지로 보면 반포대교 서쪽의 내로라하는 단지들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포 주공1단지 1·2·4주구와 아크로리버파크에 둘러싸인 이 아파트는외국인 학교인 덜위치칼리지, 서울 강남권의 유일한 사립 초등학교(계성초) 등을 끼고 있다. 반포중과 가깝고, 길 하나를 건너면 세화여고와 세화여중이 있다. 9호선 신반포역도 바로 앞에 있다.
이 아파트는 기존 5층 아파트 시절 중대형 평형(146~217㎡)으로만 구성돼 있어 재건축 사업성이 꽤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비업계에선 현재 이 지역 ‘대장’인 래미안원베 일리보다 오히려 뛰어나다는 얘기도 나오는 만큼 재건축 이후 고급화에 얼마나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분양가는 래미안원베 일리(3.3㎡당 5760만원)보다 높은 6000만원대 초반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전용107㎡, 137㎡, 191㎡ 등 서울 강남권선 보기 어려운 대형 평형이 분양돼 눈길을 끈다.
신반포 메이플자이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 래미안원베일리와 함께 ‘반포 대 장주’로 거론되는 사업지다. 신반포 8·9 ·1 0 ·1 1·1 7 차, 녹원한신, 베니하 우스 등 7개 아파트와 상가 단지 2개를 통합했다. 시공사인 GS건설은 단지 남쪽 반포자이와 함께 거대한 ‘자이 타운’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경부고속도로 입체화 등 미래 개발 호재도 꽤 있다. 이 단지는 특히 한강이 보이는 스카이브리지가 특징이다. 단지 내 2개 동(210동·211동) 옥상을 다리로 연결하 는 스 카이브리지에는 커뮤니티시설도 들어선다.
총 2678가구(일반 분양 578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도 연내 분양을 목표로 잡고 있다. 잠실에선 18년 만에 나온 새 아파트 단지다. 단지는 한강변은 아니지만 교통의 요지에 위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지 바로 앞엔 서울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이 자리했다. 5~10분 걸어가면 9호선 한성백제역, 2호선 잠실나루역, 2·8호선 잠실역 등 3개역을 이용할 수 있어 ‘쿼드 역세권’ 단지로 불린다.
또 ‘공(원)세권’ 입지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도 강점이다. 단지 건너편에 올림픽공원이 있다. 일부 가구는 집에서 올림픽공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공원뷰’도 가능할 전망이다. 또 걸어서 10분 거리에 한강공원과 석촌호수, 성내천 등도 있다.
비강남권에선 이문1구역(래미안라 그란데)과 이문3구역(이문 아이파크자이)이 최대 기대주다.
이문로를 사이에 두고 이문1구역과 마주 보는 이문3구역은 이문·휘경 뉴타운에선 핵심이다. 사업지 규모가 15만7942㎡로 이문·휘경뉴타운 가운데 가장 크다. 1호선 외대앞역 역세권이고, 단지 북쪽에선 신이문역도 걸어서 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4321가구 중 전용 20~139㎡ 1641가구를 일반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이문3구역에는 다소 밀리지만 이문 1구역도 입지가 좋은 편이다. 한국 외국어대와 맞닿아 있고 서쪽으로는 천장산을, 북쪽으로는 의릉을 뒀다. 다만 의릉 주변이어서 층수 제한에 걸려 아파트를 8층까지만 올릴 수 있다. 총 3069가구 중 일반 분양 물량은 921가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문1구역과 3구역은 성북구 장위 자이레디언트 분양가(3.3㎡당 2834만원)와 비교해 다소 높은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문1구역은 조합장 기소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최근 휩싸여 사업일정이 늘어질 위험이 있는 점이 부담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9개 혐의로 이문1재정비촉진구역 조합장 정 모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문1구역 비상대책위원회는 조합장이 피고인이 된 만큼, 조합 이사회 및 대의원회가 정 조합장의 직무 수행을 즉시 정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은13구역(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과 연희1구역(연희SK뷰), 상도 11구역(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도올해 분양을 준비 중이다. 연희1구역은 가재울뉴타운에 붙어 있고, 경의중앙선 가좌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서부선이 내년 착공해 2028년 계획대로 개통한다면 명지대역도 이용할 수 있다. 홍은13구역과 상도11 구역은 지하철역에서 약간 멀다는 점이 단점이다. 각각 409가구, 771가구가 일반 분양 시장에 나온다.
이들 단지는 원래 지난해 일반 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곳이다. 그러나 사업 계획이 연기되면서 대부분 일정이 밀렸는데 올해는 상당수가 일반 분양할 것으로 전망된다. 둔촌주공 사례처럼 분양 일정이 계속 늦춰지면 이자비용 등 때문에 조합원 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선 광명뉴타운 분양 물량이 눈에 띈다. 광명은 전화번호 앞자리 가 ‘02’로 시작하는 만큼 ‘준서울권’으로 분류된다. 광명뉴타운은 북측 구역 기준으로 서울 양천구 목동까지 직선거리가 1㎞에 불과하고, 안양천을 넘어가면 영등포·구로·금천구와 곧바로 이어진다. 1960년 이후 서울 서남권은 공장 단지가 들어선 데 비해 광명시는 대규모 주택가로 개발돼 주거 여건이 더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3년 지하철 7호선이 광명 중심부에 뚫리면서 강남까지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됐고, 목동 학원가도 차로 15분 거리라 ‘맹모(孟母)’들의 수요도 꾸준하다. 여의도·서울역 등 서울 핵심지역과 연결되는 신안산선 등 교통 호재도 기대된다.
이 지역에선 5월 광명1구역(광명자이더샵포레나·3585가구)이 이미분양했다. 광명4구역(광명센트럴아이파크·1957가구)과 광명2구역(베르몬트로광명·3344가구), 광명5구역(광명자이힐스뷰·2878가구)도 올해 안에 잇따라 공급될 예정이다. 2구역에서는 726가구, 4구역과 5구역은 각각 425가구, 639 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1구역과 2구역은 지하철역에서 다소 멀지만 규모가 크다. 4구역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광명사거리역에서 가장 가깝고 평지라는 사실이 장점이다. 5구역은 광명동초등학교를 끼고 있는 ‘초품아’ 아파트로 변신 가능한 부분이 매력으로 평가된다. 분양 가격은 전용 84㎡ 기준 9억~10억원대이던 광명자이더샵포레나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서울에서도 강남권과 비강남권을 가리지 않고 유망 단지가 분양 시장에 쏟아지면서 ‘수싸움’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 수(청약예금과 부금 제외)는 약 386만 명에 달한다. 분양업계에선 이 가운데 실제로 청약에 나설 수 있는 실수요자는 20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시장을 지켜보며 청약통장을 아껴놓고 있는 무주택자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게다가 올해 4월부터는 전용 84㎡ 이하 평형에서도 추첨제가 부활 하기 때문에 1주택자도 분양 시장에적극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부동산부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