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버진갤럭틱’, ‘블루오리진’, ‘원웹’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우주 신시장을 개척하는 선구자이며 둘째, 민간 기업이라는 것이다. 군사, 안보, 국가 위상을 목적으로 국가 주도의 올드스페이스 시대에서 신시장 개척을 위한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컨텍(Contec)은 뉴스페이스 시대에 발맞추어 우주 산업의 지상 분야에서 요구되는 솔루션 대부분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2002년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나로우주센터 연구원 등으로 근무한 이성희 대표가 2015년 1월 창업한 우주 분야 전문 스타트업 기업이 컨텍이다. 주로 위성 자료를 수집, 처리,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플랫폼화하여 일괄적으로 제공하고 관제 임무를 위한 지상 시스템을 설계, 구축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을 포함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61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한 컨텍은 총 누적투자 746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국내 최초의 고해상도 민간 위성 발사도 준비하고 있는 컨텍은 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해 하반기 IPO 추진을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2022년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가 정의된 궤도에 진입해 성능검증 위성을 분리하면, 이후 위성의 위치 및 상태정보는 위성의 궤도에 따라 설치된 위성 지상국과 교신을 수행한다. 누리호에서 분리된 성능검증 위성은 항공우주연구원이 운영하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첫 번째 교신이 이루어졌다, 이후 알래스카 우주지상국(Ground Station)에서 두 번째 교신이 이루어졌다. 극궤도로 운용되는 성능검증 위성은 계속해서 컨텍의 알래스카 지상국 및 유럽의 지상국을 통해 위성에 명령 송신 및 데이터(위성의 상태정보) 수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성희 컨텍 대표는 당시 “이번 발사는 국가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따라 우리나라 발사장에서 우리나라 발사체로 우리나라 위성을 올린 최초의 쾌거라 더욱 의미가 깊다”며 “뉴스페이스 시대에 발맞추어 국가의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가진 민간 기업이 지속해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우주 산업 생태계가 더욱더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컨텍은 누리호 발사 이후 국내외(제주, 북미, 유럽)에 설치된 자체 지상국을 통해 전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위성데이터 직수신 및 데이터 처리를 수행했다. 누리호 탑재체인 성능검증 위성과의 교신을 위하여 해외 글로벌 지상국 3곳(알래스카, 스웨덴, 아일랜드)을 지원하기도 했다. 컨텍이 담당한 지상시스템은 우주 산업에서 없어선 안 될 한 축이다. 아무리 성능 좋은 발사체를 개발하고, 많은 위성을 쏘아 올려도 위성을 관제하고 신호를 받아줄 지상국이 없으면 위성은 ‘우주쓰레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컨텍은 창업 초기에 나로호 우주센터의 5개 지상국을 관리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맡아 개발했고, 이를 업그레이드해 지상국 통합 제어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후 컨텍은 위성 데이터 수신을 위해 ▲한국(서울·제주) ▲미국(알래스카) ▲말레이시아 ▲호주 ▲핀란드 ▲오만 등 11개국에 13개 지상국을 구축했다. 올해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포르투갈에도 지상국을 구축할 계획이다.
로켓의 재활용, 3D 프린팅을 활용한 제조 공정 개선 등 우주 산업의 핵심기술이 발달하면서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발사체 1㎏당 발사 가격을 살펴보면 2016년 1.4만달러(아틀라스 5호)에서 2020년 2000달러(팰콘 9호)로 줄었다. 스페이스X는 팰콘 9호를 개발하면서 발사체에 재사용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여 로켓의 효율성을 높였다.
위성을 발사하는 비용이 감소하면서 저궤도 소형 위성을 중심으로 위성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기존 인공위성은 관측 범위가 넓지만 무겁고, 발사궤도가 높아 비싼 것이 특징이다. 반면 최근의 소형 위성은 인공위성 대비 관측 범위가 좁지만 발사 비용이 저렴하고 운행하는 궤도가 낮아 전파 지연이나 이미지 해상도 측면에서 중대형 위성 대비 오히려 우위에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이나 초저지연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은 다수의 소형 위성을 활용하기 위해 위성의 발사 빈도를 높이고 있다.
통신, 자료 수집,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목적의 민간업체 소형 위성의 수가 늘어나며 위성 정보를 송·수신하는 우주 지상국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위성이 관측하는 수많은 정보에 대한 적시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위성 운행 궤도에 맞추어 적절한 지상국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위성이 가져오는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를 처리하고 활용하는 방법 또한 차별성을 지니게 됐다. 컨텍은 수신된 위성 영상을 AI·딥러닝을 적용하여 보정하고 분석해 위성 데이터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신기술로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도시 관리, 항만시설 감시, 재단·재해 분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전 세계 우주 산업의 경향이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변화하고 있어서 다운스트림 영역에서 사업성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컨텍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민간 상업용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시아 내 자체 지상국을 보유한 위성 기관들은 있지만 대부분 자체 위성의 데이터를 수신하기 위한 지상국을 가지고 있을 뿐, 컨텍처럼 전문적으로 다른 위성 사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컨텍은 전 세계 주요 지점에 많은 지상국을 보유하고 있기에 적시에 위성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컨텍의 경쟁력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현재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기업이나 국가기관의 90%가 해외 쪽이다. 미국의 아마존과 스페이스X, 스웨덴의 SSC 등이다. 최근에는 세종특별자치시와 부산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컨텍의 다음 목표는 자체 위성 확보다. 초소형 위성을 확보해 운영하면서 데이터를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소형 발사체 개발 업체들을 위한 민간 상용 발사장을 구축할 방침이다.
올해에는 자체 위성을 발사하고 위성 운용 및 활용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보유한 위성과 지상국 인프라를 기반으로 광통신 지상국 서비스, 통합 위성 관제 시스템 우주 상황 인식 서비스, 위성 영상 판매 사업 등 신규 사업을 확대하여 가치사슬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 세계 다른 지역에 자체 지상국을 확보하고 잠재 고객에 대한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우주 산업 다운스트림 전 분야의 사업을 수행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유진형 연구원은 “성장하는 글로벌 우주 산업에서 컨텍과 같이 다운스트림의 모든 제품을 일괄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경쟁사는 없다”며 “컨텍은 세계 시장을 선점해 고객을 만들고 우주 데이터를 축적하며 이를 토대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