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자가 가입하는 금융상품 중 보험만큼 복잡한 것도 없다. 월 보험료가 몇 만원 수준이어도 가입기간이 길게는 수십 년, 평생이므로 한 번에 수천만원짜리 계약을 하는 셈이다. 그만큼 상품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도, 대부분은 쉽게 생각하고 가입한다. 보험 관련 민원이나 고객 불만이 생기는 것은 이런 이유가 크다.
설계사가 자세하게 설명한다 해도 가입자가 꼼꼼하게 약관 등을 챙겨봐야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그동안 소비자 상담 내용을 모아 사례집을 냈다. 다양한 상담 사례 중 알아두면 좋은 상식을 Q&A로 정리했다. 사례집 전문은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 인터넷 보험 비교 사이트와 보험사 다이렉트보험 중 어느 보험료가 저렴한가.
▷보험료 비교 후 가입까지 할 수 있는 사이트는 주로 ‘보험 대리점’이 운영한다. 설계사 모집수당이 포함되므로, 일반적으로 다이렉트보험보다 보험료가 높은 편이다. 다만 차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오른 일부 다이렉트회사의 보험료가 비쌀 수도 있다. 개별 회사 다이렉트 사이트에 일일이 접속하기 번거롭다면,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보험다모아’ 사이트(협회가 운영)를 추천한다.
▶ 쏘카 같은 카셰어링 운전을 오래 했는데, 이 경력을 인정받아 보험료 할인이 되나.
▷ 카셰어링 경력은 인정받을 수 없다. ‘자동차보험 운전(가입) 경력 인정제도’에서 인정하는 운전 경력은 군 운전병 복무, 관공서·법인·운전직 근무, 해외 자동차보험 가입, 택시 버스 화물차 공제조합 가입, 가족 등 차보험에서 추가 가입 경력 인정 대상자이다.
▶ 10년 전 암 치료 후 완치되었는데, 이 사실을 보험사에 알려야 하나.
▷ 계약자는 중요한 사항을 회사에 알릴 의무가 있다. 이를 ‘고지의무’ ‘계약 전 알릴 의무’라고 한다. 청약서상 질병 고지 의무사항에는 최근 5년 이내의 진단, 치료, 수술 등과 최근 1년 이내의 추가검사(재검사) 등이 있다. 10년 전 암 치료 후 5년 이전에 완치됐고, 1년 이내에 추가 검사도 받지 않았다면 알릴 의무가 없다.
▶ 건강검진에서 갑상선결절을 발견한 것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했는데.
▷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려면 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례에 따르면, 검진 때 갑상선 결절을 발견했으니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경과 관찰만 필요하다고 안내받은 경우, 이를 알리지 않았다 해도 고의나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 배우자가 몰래 내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서명도 대필했다.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나.
▷ 계약자가 자필 서명을 하지 않은 경우 3개월 이내에 계약자가 취소할 수 있다. 단 보험료를 돌려받으려면 배우자에게 위임한 적이 없어야 하고, 체결 뒤에도 계약자 본인이 이를 인정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약자 본인이 보험료를 장기간 냈다거나, 계약 내용을 바꿔달라고 요청했을 때, 보험금을 수령했을 때에는 무효를 주장하기 어렵다.
▶ 설계사 설명과 약관 내용이 다르다. 이 경우 보상이나 계약 취소가 가능한가.
▷ 약관 중요 내용이 다를 경우 계약 성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취소할 수 있다. 단 중요한 내용이어야 하고 그 내용을 설명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3개월이 지나서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설계사 잘못을 입증할 수 있다면, 계약자는 설명 들은 내용대로 보상해줄 것을 보험사에 주장할 수 있다.
▶ 타사 설계사 권유로 기존 암보험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했는데 조건이 더 나쁘다. 기존 계약 살릴 수 있나.
▷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새 상품에 가입하도록 한 경우 새 계약을 ‘승환계약’이라고 한다. 이는 보험업법에서 금지하는 영업행위다. 기존 계약 소멸 후 6개월 이내에 이전 계약을 부활시키고 새 계약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계약자가 새 상품 가입 시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 또 피보험자와 보장 범위가 비슷해야 하고 기존계약이 신규 체결 전후 언제 소멸했는지 등 보험업법에 따라 승환계약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 2년간 해외주재원으로 나간다. 차를 쓸 일이 없는데 보험 갱신을 안 하고 둬도 되나.
▷ 면제 신청을 해야 한다. 6개월 이상 2년간 비울 경우 해당 자동차 등록업무 관할 지자체장의 승인을 받아 가입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고, 보험사에 해당 기간 잔여보험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자동차등록번호판은 해당 기관에 보관해야 하고, 운행 중지 기간 동안 차량을 운행할 수 없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작년에 사고가 나서 자차 처리했는데 200만원 한도 내였다. 그런데 올해 보험료가 30%나 올랐다.
▷ 작년 사고만으로 깎이는 ‘사고내용별 점수’는 0.5점에 불과해 사고로 인한 할증은 없다. 직전 3년 및 1년간 사고 건수를 기준으로 10개 그룹화해 사고다발자 보험료는 할증되고 무사고자 보험료는 할인되는 구조다. 질문자의 경우 10년간 무사고여서 작년에는 89.1의 요율을 적용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번에는 108.6의 요율을 적용받아 보험료가 약 22% 인상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기본보험료와 차량연식 변경 등의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차사고로 상대방과 과실비율을 다투고 있다. 피해자인데 70 대 30인 경우와 80 대 20인 경우 보험료 할증 차이가 있나.
▷ 2017년 9월 이후 사고부터 과실비율 50% 미만 피해자는 할증을 완화해주고 있다. 과실 50% 미만 피해자는 최근 1년 사고 1건은 사고내용 점수 산정 시 제외하며, 사고가 잦다면 점수가 가장 높은 사고를 제외(3년간 할인은 적용 안 됨)해준다. 30%든 20%든 과실비율에 따른 할증은 동일하다.
▶ 배우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합의금과 손해배상금, 종신과 상해사망보험금을 받았다. 상속세를 내야 하나.
▷ 종신보험과 상해사망보험금의 경우 상속인이 보험료를 낸 것이 아니라면 상속세 부과 대상이다. 다만 가해자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받는 형사합의금은 과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유족이 가해자 측 보험사로부터 받는 민사상 손해배상금도 상속세 대상이 아니다.
▶ 기존에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이 있는데, 회사에서 단체 실손을 이중으로 들고 있다.
▷ 실손보험금은 중복으로 지급되지 않으므로 1개만 유지해도 충분하다. 이 경우 직장에 다닐 때에는 개인 계약을 중지하고 단체실손으로 보장받다가, 퇴직 후 개인실손 계약을 살릴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보장이 중복되는 종목만 중지할 수 있으며 단체실손계약이 끝난 후 1개월 내에 기존 개인실손 재개를 신청할 수 있다. 무심사로 계약을 다시 살릴 수 있는데, 재개 시점에 보험사가 판매 중인 개인실손이나 판매 중지 직전의 개인실손으로 선택할 수 있다.
▶ 현재 단체실손만 있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개인실손보험에 따로 가입해야 할까.
▷ 단체실손에 5년 이상 가입한 임직원이 퇴직 등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1개월 이내에 직전 단체보험이 가입된 보험사에 개인실손으로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 직전 5년간 보험금을 200만원 이하로 수령하고 10대 질병 치료이력이 없는 경우 무심사로 전환 가능하다. 전환 상품은 해당 보험사 판매 상품 중 기존 단체실손과 동일 또는 가장 유사하게 적용된다. 보장 금액이나 내역을 추가하려면 인수심사를 따로 받아야 한다.
▶ 실손보험료가 계속 오른다고 4세대 전환하라는 안내가 오던데, 어떻게 다른가.
▷ 전체적인 보장 범위는 비슷하다. 질병 및 상해로 인한 입원과 통원의 연간보장한도도 기존과 유사한 1억원(급여 5000만원, 비급여 5000만원) 수준이다. 실손 적자 주범으로 지목되는 ‘비급여’ 청구를 특약으로 분리한 것이 특징이다. 도수치료와 영양제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은 과잉이용 방지를 위해 보장을 제한한다. 차보험 같은 할증제도 생겼다.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에 따라 보험료가 할증된다. 100만~150만원일 때에는 100% 할증, 150만~200만원은 200% 할증, 300만원 이상은 300%가 할증된다.
▶ 4세대 실손은 보장금액이 줄고 많이 이용하면 할증되니 단점만 있는 것 아닌가.
▷ 가장 큰 장점은 기존 실손보험 대비 보험료가 최대 70% 저렴하다는 점이다. 급여 항목의 경우 불임 관련 질환(습관성 유산, 불임, 인공수정 관련 합병증 등), 선천성 뇌질환(보험가입 당시 태아인 경우) 등 보장 범위가 확대됐다. 암이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 환자 등 의료취약계층은 보험료 차등 적용에서 제외된다. 보험금 지급 이력은 매년 초기화된다. 예를 들어 2021년 보험금을 많이 받았을 때 2022년 보험료는 최고 300% 할증되지만, 2022년에 받은 보험금이 없다면 2023년에는 할인을 받을 수 있다.
▶ 2010년 가입한 실손이 15년이어서 곧 만기다. 재가입할 때에도 고지의무가 있나.
▷ 실손 만기 후 재가입은 기존 상품을 판매한 보험회사가 재가입 당시 판매 중인 실손에 새로 가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의 질병에 대해 별도로 고지할 필요가 없고, 보험사가 재가입을 거절할 수도 없다. 다른 보험사에 가입하려면 재가입이 아닌 ‘신규가입’이고, 새 계약 때처럼 병력과 치료 이력을 고지해야 한다.
신찬옥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