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김(48) 부장은 2007년에 한국 주식 펀드, 중국 펀드, 브릭스 펀드 등 당시 유행하던 펀드에 목돈을 투자했다. 그 이후 주가 하락과 금융위기로 한때 손실이 40%에 달하다 2009년에 원금 회복이 되는 상품부터 환매를 시작했다. 이제 원금은 거의 회복됐지만 주가가 워낙 상승하고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도저히 투자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상황에 처한 이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제대로 투자해 자산관리에 성공하려면 유행에 따라 투자하는 자세를 피하고, 변화무쌍한 가격 움직임을 정교하게 예측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결국 효율적으로 구축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성공적인 자산관리란 사실을 다시 되새겼으면 한다.
주식투자 전략 다시 세워야
최근 금리가 상승기조로 돌아서는 듯하지만 여전히 3~4%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대한 우려로 부동산 가격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제약조건이 강하다. 주식 가격마저 단기간에 급등했으니 2011년 투자 전략 수립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년 만 예측해서 투자하기보다는 5년 이상 멀리 보면서 투자 전략을 수립하면 마음 편히 쉽게 답을 구할 수 있다.
첫째, 중장기 자산배분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자신의 총자산을 주식, 채권, 부동산, 현금이라는 네 가지 자산으로 구분하고, 각 자산별 장기적인 구성비를 정하는 것을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자산구성(통계청 2006년 가계조사)은 평균적으로 부동산 80%, 주식 5%, 채권과 현금 15%다. 세계적으로 볼 때 높은 비중의 부동산 투자와 낮은 금융자산 비중이 문제가 된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인 한국에서 과거 고성장 시처럼 부동산에 많이 투자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장기적으로 부동산을 총자산의 40~50% 수준으로 줄이고, 주식을 20~30%, 채권과 현금을 20~30% 확보하도록 자산 구성비를 변경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위험이 가장 큰 주식에 대한 투자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고령화, 저금리 시대에 주식에 대한 투자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주식은 워낙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인덱스 펀드 투자, 국내외 분산투자, 적립식 투자와 같은 이중 삼중의 위험관리 장치를 갖추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적립식 투자는 주가의 등락과 무관하게 최소한 5년 이상 유지해야 하며, 목돈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거치식 투자는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6대 4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해외 투자 시에는 글로벌 펀드, 이머징마켓 펀드와 같이 잘 분산된 상품을 이용한 간접투자가 효과적이다. 주식 종목에 대한 직접투자는 전체 주식 투자자금 중 일부분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셋째, 투자 목적을 명확하게 세우고 투자 상품과 계좌를 구분해야 한다. 우리 투자자들을 보면, 자녀 학자금, 노후 자금, 부채 상환 자금 등이 투자 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 투자 목적별로 계좌를 분리해서 투자 기간, 목표 수익률, 위험 한도 등을 구분해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후 자금의 경우 퇴직연금, 개인연금, 변액연금과 같은 연금 전용 상품을 이용해 최소한 10년 이상 은퇴 시점까지 꾸준하게 투자해 가야 한다. 연간 단위로 정교하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수익률을 낮게 만들고 위험성을 높게 만드는 잘못된 투자 방법이다.
넷째, 핵심 상품과 위성 상품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금융 상품을 구성하도록 한다. 투자자들이 접하는 투자 상품에는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안정적인 인덱스형 상품이 있는가 하면, 시장 상황과 별도로 급격한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는 공격적인 상품이 있다. 전자의 안정지향적인 상품을 핵심 상품(Core Portfolio)이라고 하며, 후자의 고수익 추구형 상품을 위성 상품(Satellite Portfolio)이라고 한다. 주식투자 자금을 100이라고 하면, 핵심 상품에 80을 투자하고, 위성 상품에 20을 투자하도록 상품을 구성하면 가장 기본적인 포트폴리오가 된다. 주식의 경우 인덱스 펀드, ETF(상장지수형 펀드), 대형주 펀드, 글로벌 펀드 등을 핵심 상품으로 볼 수 있으며, 주식 직접투자, 중소형주 펀드, 각종 테마형 주식 상품, 이머징마켓 펀드, 중국 펀드 등을 위성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이상의 네 가지 투자 원칙을 잘 고수한다면 또 다시 금융위기와 같은 시장 폭락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효율적으로 장기간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 연간 단위로 정기예금의 1.5~2배 정도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안심하고 투자에 나서기란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2007년을 되돌아보면 미래가 확실하게 예측될 때 오히려 투자 위험은 커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금처럼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 상황 속에서는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차라리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탄탄하게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