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상속세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서 계산한다. 상속세 과세표준은 기본적으로 ‘상속재산의 가액’에서 ‘상속공제액’을 뺀 금액이다. 여기서 상속공제란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일정 금액을 차감해주는 제도로 세법이 그 사유와 액수를 정하고 있다. 자녀 수, 상속인의 나이 등과 무관하게 5억원을 공제해주는 일괄공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최대 30억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배우자 상속공제가 있다. 생존 배우자에게 과다한 상속세를 부과하면 생존 배우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생존 배우자가 받는 상속재산은 부부가 함께 일군 공동재산의 분할이라는 측면도 있다. 이에 세법은 배우자 상속공제액을 높게 정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 의하면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은 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30억원을 한도로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공제할 수 있고, 실제 상속받은 금액이 없거나 5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5억원을 공제할 수 있다.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일 경우에 상속세율은 10%에 불과하지만, 30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상속세율은
무려 50%이다. 상속재산이 많은 때에는 배우자 상속공제
액이 얼마냐에 따라 상속세가 10억원 넘게 차이날 수 있다. 배우자 상속공제는 큰 절세효과 때문에 실무상 자주 문제된다. 과거에는 배우자 상속공제를 활용한 상속세 및 증여세 회피 시도가 있었다. 앞 사례에서 아들이 꼬마빌딩을 단독으로 상속하는 것으로 아내와 아들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였다면, 상속세는 얼마일까? 아내가 상속받은 금액이 없기 때문에 배우자 상속공제액은 5억원이다. 일괄 공제액 5억원을 공제하더라도 상속세 과세표준이 40억원이어서 상속세는 약 15억원이 된다.
아내와 아들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지 않고 법정상속분대로 상속을 받으면 상속세는 얼마일까? 아내는 30억원을 상속받았으므로 배우자 상속공제액은 30억원이 된다. 여기에 일괄공제액 5억원까지 공제하면 과세표준이 15억원으로 줄어들어 상속세 역시 약 4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시기의 제한 없이 자유로이 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여 상속세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후에 아들이 꼬마빌딩을 단독으로 상속받는 것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면, 상속세를 11억원가량 적게 내면서도 아들이 꼬마빌딩을 단독으로 상속받을 수 있다.
현행 세법은 이러한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5억원을 초과하여 배우자 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내에 배우자의 상속재산을 분할(등기·등록·명의개서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등기·등록·명의개서 등이 된 것에 한정한다)하여야 한다”는 상증세법 제19조 제2항이 대표적이다. 법원은 위 규정을 ‘재산의 물권변동에 등기 등이 필요한 때에는 그 등기가 마쳐야 5억원을 초과한 배우자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그에 따라 상속재산이 부동산인 경우에는 일정 기간 내에 배우자 명의로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른 등기’를 마쳐야 5억원을 초과하여 배우자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지 않고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을 받으면,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이 30억원이라도 배우자 상속공제액으로 5억원만 인정된다.
만약 법정상속분과 동일하게 상속받는다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고, 그에 따라 배우자가 꼬마빌딩 중 3/5 지분을 상속받았다는 등기를 하여 배우자 상속공제액으로 30억원을 공제받아 상속세를 납부한 후 아들이 꼬마빌딩을 단독으로 상속받는다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다시 하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상증세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아들이 꼬마빌딩 3/5 지분을 증여받는 것으로 간주되어 증여세가 부과된다(매경럭스멘 2024년 1월 칼럼 참조).
그렇다면 사례와 같이 피상속인이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등기를 마쳐주기 전에 사망함에 따라 상속인들이 매수인에게 바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에는 어떠할까? 상속인들은 부동산등기법에 따라 상속등기 없이 바로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줄 수 있는 경우에는 상증세법 제19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두44061 판결은 상속인들이 상속등기 없이 매수인에게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주는 것이 부동산등기법상 허용되더라도 5억원을 초과한 배우자 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상증세법 제19조 제 2항에 따라 협의분할을 원인으로 한 등기를 마쳐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상속인들은 약간의 등기비용을 절약하려다가 1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더 내게 된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 없음.
허승 판사
현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부장판사)에서 근무 중이며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2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