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헤드라인의 기사에서 한국의 인구감소 속도를 흑사병보다 심각한 사태에 비유했다. 한 외국 교수는 “한국은 망했다”고 일침을 날렸다. “뭐, 이렇게까지 심하게 지적질을 하나?”싶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결코 심한 게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 소멸의 미래를 예견한 일본은 이미 9년 전에 마쓰다보고서에서 “일본 지자체 절반가량이 소멸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몇 해 전엔 세계 3대 투자가 짐 로저스는 “100년 후 일본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출산율을 보면 일본보다 훨씬 먼저 사라질 판이다. 이미 2019년부터 인구 감소 사이클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출산율 꼴찌이다.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78명(일본은 1.26명)이다.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건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하는데, 심지어 내년엔 이마저도 0.65명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끝 모를 추락이다. UN의 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2080년 한국 인구는 3500만 명, 일본은 8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 예상수치는 최근 더 빨라진 인구감소 속도로 인해 20년이나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해 가장 빠르게 소멸한 국가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산술적인 전망치이다.
하지만, 지난 17년간 28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지원금을 출산 장려 명목으로 쓰고도 문제 해결은커녕, 인구감소가 가속화하는 것을 보면 저출산 흐름을 반전시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인구감소로 인해 경제규모가 쪼그라드는 ‘슈링코노믹스(Shrinkonomics)’가 본격화하면 미래성장산업 육성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이 일본을 ‘축소경제의 시험장’이라고 했는데, 이대로 가다간 한국은 ‘축소경제의 표본’이 될 판이다.
그동안 경험한 바대로, 단순히 퍼주기식 푼돈 쥐어주기로는 실패가 뻔하다. 점점 가시화할 데모크라이시스(인구감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아이 키우기 좋은 보육 환경을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체계화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려면 현재의 미취학, 초중고 교육체계 개편은 불가피하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선, 2030 여성의 70%가 결혼 생각이 없고, 무자녀에 긍적적이라는 답변은 50%나 된다. 낮은 양성평등지수, 가부장적 가족주의, 비혼출산 등 다양한 가족 형태의 배척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의 개혁 또한 동반돼야 한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는 다양한 요인들이 얽히고설킨 고차 방정식이다.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저출산이 뉴노멀인 시대, 출산 장려 대책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발굴하고, 기술혁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대책도 투트랙으로 강구해야 한다. 이민은 물론이고 은둔형 외톨이, 경단녀 등 숨은 인력들도 집 밖으로 나와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할 방안도 시급하다.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그야말로 전 국가적으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국가 대개혁을 단행해야 할 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