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장에서 가끔 보이는 장면이 있다. 회사 경영진이 상법이 정한 절차에 반해 보너스를 받았다가 나중에 그 돈을 돌려줘야 하는 경우이다. 회사 경영진은 회사가 세무서에 납부한 세금까지 포함한 전액을 돌려줘야 할까? 아니면 실제 받았던 금액만 반환하면 될까? 이는 원천징수제도와 관련된다.
원천징수란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자(원천징수의무자)가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지급받는 자(원천납세의무자)가 부담하는 세액을 과세관청을 대신하여 지급하는 제도이다. 소득세법은 국내에서 이자소득, 배당소득, 근로소득 등의 소득을 지급하는 자는 일정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회사가 근로소득을 지급할 때에는 원천징수의무자로서 일정한 소득세를 공제하고, 그 공제한 세금을 세무서에 납부해야 한다.
회사는 상대방에게 원천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만 지급하면 된다. 다만 세금을 공제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그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때이고, 그 전에 미리 공제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회사가 이사에게 보수 5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소가 제기한 경우, 법원은 원천징수를 고려할 필요 없이 5억원 전액 지급 판결을 내린다. 대신 회사는 그 판결에 따라 이사에게 실제 보수를 지급할 때 소득세 1억원을 공제한 4억원만 지급하면 된다.
회사가 원천징수할 세액이 1억원인데, 실수로 1천만원만 공제해 국가에 납부하고 이사에게 나머지를 지급했다면, 회사는 이사로부터 9천만원을 돌려받아 국가에 납부할 수 있다. 다만 회사는 국가에 늦게 낸 9천만에 대한 가산세를 부담해야 한다.
만약 정당한 원천세액이 1억원인데, 회사가 1억 5000만원을 공제해, 그 전액을 세무서에 납부했다면 어떨까? 대법원은 국가에 대한 환급청구권이 원천납세의무자(박사장)가 아닌 원천징수의무자(중형전자)에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다69294 판결). 이사는 회사를 상대로 5000만원을 더 달라고 청구할 수 있고, 회사는 국가에 납부했다는 이유로 5000만원의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다. 대신 회사는 국가를 상대로 5000만원의 세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사례를 보자.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퇴직금이나 퇴직위로금도 보수에 포함되고, 형식상 보수가 아닌 해직보상금에도 상법 제 388조가 유추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박사장이 받기로 한 특별성과급 역시 상법 제388조의 보수에 포함되므로 중형전자가 박사장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하다. 또한 대법원은 비록 대주주가 승인이나 지시를 했어도 주주총회 결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중형전자의 박사장에 대한 특별성과급 지급은 상법 제388조에 반하여 무효이고, 박사장은 특별성과급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그렇다면 박사장이 반환해야 할 금액은 얼마일까? 중형전자가 세무서에 1억원에 대한 환급청구권은 중형전자에 있다. 따라서 박사장은 원천징수세액을 제외하고 실제 지급받은 4억원만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면 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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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 판사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현재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