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물의 양도 늘렸다. 10년간 총 6회, 19종의 제과를 대상으로 증량을 실시했다. 나머지 7개 주요 식품회사의 경우 제품 증량은 10년간 평균 0.9회, 1.7종이다. 이 회사 홍보를 담당하는 장혜진 상무는 “사회 전반적으로 ESG 운동이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오리온은 윤리경영의 일환으로 가격 동결,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서 “이는 제과업계에서는 최초의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행동이라고 자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허 부회장은 “이런 것들이 기업 이미지 홍보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에게 품질 좋고 값싼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업의 본질을 추구하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편의점에 가면 많은 상품들이 ‘1+1’ 같은 대폭적인 할인 행사를 한다. 오리온은 이것도 거의 없앴다. 일시적이고 과도한 할인 행사를 지양하고 연중 내내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가성비를 제공하는 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건 POS(Point of Sales; 판매시점정보).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어떤 제품을 얼마나 많이 사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특정 상품의 판매가 늘어나면 생산계획을 조정해 재고를 늘린다. 반대의 경우엔 영업팀이 판매처와 함께 제품 매대 진열 위치를 조정한다. 즉각적인 시장 반응을 파악하니 과도한 가격 할인이나 비효율적인 판촉 활동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반품률의 하락으로 나타났다. 2015년 3.4%였던 반품률이 작년엔 0.2%. 그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그다음 수순은 원재료 통합구매. 한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법인별로 따로 구매하던 원부자재를 헤드쿼터인 한국 법인 글로벌 구매팀에서 총괄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조치인 것 같지만 그동안 분절된 오리온 조직에서는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허 부회장의 뇌리 속에 업의 본질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자리 잡은 계기는 신세계 입사 초기 시애틀에 소재한 코스트코(Costco) 연수 때였다. 그 당시 세계 27위 유통기업인 코스트코는 1등 기업 월마트가 ‘매일 낮은 가격(Everyday Low Price)’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울 때 ‘매일 최저 가격(Everyday Lowest Price)’을 목표로 삼았다. 젊은 샐러리맨 허인철을 감동시킨 건 최저 가격을 실천하는 행동이었다. 그 당시 충격을 이렇게 말한다.
“정말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겁니다. 상상 초월입니다. 바이어가 상품 가격을 책정할 때 마진을 14%로 정해놨죠. 그 이상 비싸게 팔지 않는다는 약속이죠. 판매관리비는 매출액의 9%대로 책정해 놓습니다. 비용은 그 이상 안 쓴다는 거죠. 최저 가격을 실천하려면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건 저비용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거죠. 소위 LCO(Low Cost Operation)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별도의 창고를 두지 않고 매장 내 높은 랙(Rack; 선반)을 설치해 랙의 상위 부분을 창고로 활용합니다. 또한 팔레트를 그대로 진열하면서 물류와 인건비를 절감합니다. 출입구도 하나인데 이는 광열비를 절약하기 위한 방편이지요. 매장 내 진열 또는 보관하는 품목(Stock Keeping Unit) 숫자도 4000개를 유지합니다. 재고 부담을 줄이는 거죠. 한국 할인점은 통상 7만~8만대니 20분의 1 수준입니다. 코스트코 본사에 가면 회장과 수석부사장들이 공동 비서 한 명을 씁니다.
특정 상품을 구입할 경우 그 업계 1, 2위 업체와 거래를 합니다. 구매력(Buying Power)과 상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죠. 벤더를 두지 않고 직거래를 원칙으로 합니다. 그래야 싸게 구입하니까요.”
이렇게 해서 코스트코는 높은 바잉파워 → 저렴한 가격 → 매출증대 → 높은 바잉파워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30년 만에 월마트에 이어 전 세계 2등 유통기업으로 자리 잡은 비결이 여기에 있다.
그는 이런 것들이 기업의 진짜 실력이라고 본다. “어떻게 양질의 제품을 만드느냐, 그리고 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면 얼마나 낮은 원가로 만드느냐, 이건 모든 제조업의 기본입니다. 배를 만드는 것도, 비행기를 만드는 것도, 자동차를 만드는 것도 원리는 같습니다. 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1994년 11월 문을 연 1만8600평 규모의 오리온 청주 1공장. 한국 매출의 50%를 담당하는 이 공장에서 오리온의 간판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초코파이가 생산된다. 총 3개 라인이 있다. 그래봐야 전 세계적으로는 7분의 1. 나머지 18개는 모두 외국에 있다. 중국에 8개, 베트남에 3개, 러시아에 5개, 인도에 2개. 이렇게 전 세계 21개 라인에서 초코파이가 만들어진다.
대부분 생산 공장이 그렇듯이 외부인에겐 공개를 엄격히 제한한다. 이곳에도 투어 코스는 없다. 위생 절차를 철저하게 거쳐 공장에 들어서면 다른 곳과는 달리 기계가 주는 기본적인 냄새에 더해 약간은 달달한 과자 냄새가 난다.
파이를 만드는 기본은 빵과 같다. 필수 요소는 세 가지. 물, 소금, 밀가루. 여기에 달걀, 설탕, 물엿, 쇼트닝, 바닐라 향 분말 등을 혼합해 반죽을 만들고 이 반죽을 적당한 원형 크기로 떠서 오븐에 놓는다. 이걸 시트라고 한다. 시트는 두 장이 필요하다. 이 사이에 마시멜로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트의 지름은 44mm. 이게 오븐을 통과하면서 구워지는데 그러면 기본적으로 비스킷이 된다. 이때 비스킷이 부풀어 오르면서 지름은 68mm로 커진다. 이걸 ‘기지’라고 한다. 오리온이 지난 2012년 9월 독창적으로 만든 2m짜리 광폭 오븐 위를 기지들이 군인들이 열병식을 하듯이 한 열에 24개씩 횡대로 지나가고 그 위에선 노즐이 내려와 마시멜로가 얹혀진다(샌딩 공정). 마시멜로는 젤라틴과 설탕을 혼합해 만든다. 가장 중요한 건 수분 함량. 오리온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최적의 수분 함량을 계산해냈는데 그게 13%였다. 첫 번째 열에 마시멜로를 샌딩하면 두 번째 열은 그냥 지나간다. 그 지나간 2열의 기지를 집어 1열에 포개면 파이가 된다. 그러고 나면 이제 남은 공정은 초콜릿 코팅. 연한 갈색의 과자에 초콜릿이 입혀지면 전체가 진한 고동색의 초코파이가 완성된다. 구두 닦듯 광도 내는데 이건 예쁘게 보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처음 공장에서 나온 초코파이를 시식하면 어떤 맛이 날까? 우리가 시중에서 사 먹는 초코파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기본적으로 비스킷이 파삭파삭하다. 이유는 아직 비스킷과 마시멜로 사이에 수분 평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이를 위해 48시간의 숙성이 필요하다. 공장 내에는 이를 위한 별도의 창고가 있고 이곳의 온도는 섭씨 21~26도를 유지한다.
넬슨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누적 판매량 한국 내 1등. 2조 2500억원어치가 팔렸다. 2등이 1971년 탄생한 농심 새우깡인데 근소한 차이다. 아마 올해 기준으로 다시 통계를 뽑으면 새우깡이 앞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해외 판매까지 합친다면 초코파이가 단연 1등. 러시아에서는 그야말로 독보적 제과이며 중국, 베트남 판매도 한국보다 많다. 참고로 작년 한 해 동안 러시아에선 1년에 16억 개가 팔렸고 중국은 10억8000만 개, 베트남은 7억 개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한국은 4억 2000만 개. 그리하여 초코파이 판매는 전 세계적으로 40억2000만 개. 금액 기준으로는 약 5830억원이다.
(다음 회차에서 이어집니다.)
[손현덕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