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마니아인 철수는 몇 해 전부터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배경으로 한 웹툰 <게임지상주의>를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연재하고 있다. <게임지상주의>는 큰 인기를 끌었고 철수는 1년에 5억원이 넘는 수입을 얻었다. 웹툰의 대성공으로 큰돈을 벌자 철수는 마음껏 리니지 아이템을 구입했고, 작년에는 아이템 구매비용으로만 2억원을 지출했다. 그리고 웹툰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청소, 요리, 빨래 등을 모두 맡겼다. 철수는 리니지 게임 경험을 바탕으로 웹툰 스토리를 창작할 수 있었고, 가사도우미 덕에 웹툰 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으니 그에 소요된 리니지 게임 비용 2억원과 가사도우미 비용 5000만원이 모두 웹툰을 위한 경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무서에 작년 사업소득을 2억5000만원(=5억원-2억5000만원)이라고 보고 종합소득세로 약 7000만원을 신고하였다. 하지만 세무서장은 게임 비용과 가사도우미 비용을 필요경비로 볼 수 없다며 철수에게 종합소득세 약 1억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덜 내는 것을 절세라고 한다. 반면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덜 내는 것을 탈세라고 한다. 절세와 탈세 사이의 애매한 경계를 넘나드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필요경비 처리 문제이다. 유명 연예인으로 대표되는 고소득 개인사업자의 탈세 사건 역시 대부분 필요경비 처리 때문에 발생한다.
개인사업자가 납부하는 사업 관련 종합소득세는 개인사업자의 사업소득금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소득세 계산의 기초가 되는 ‘사업소득금액’이란 ‘총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을 의미한다. 여기서 총수입금액, 즉 사업 관련 수입을 적게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개인사업자가 사업으로 번 돈은 거의 예외 없이 ‘총수입금액’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사업자가 사업과 관련하여 쓴 돈은 일부만 ‘필요경비’로 인정되고, 필요경비로 인정 될 수 있는지는 지출한 돈의 성격에 달려있다.
개인사업자가 거래처에 선물을 한 경우, 그 선물비용이 판매장려금에 해당하면 전액이 필요경비로 인정되지만, 접대비에 해당하면 그중 일부는 필요경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필요경비가 얼마나 인정되는가에 따라 사업소득금액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세금이 매겨지는 구조에서 얼마가 필요경비로 인정되는지는 세액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필요경비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필요경비란 수입을 얻기 위해 소비한 비용을 의미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인 사업자가 수입을 얻기 위해 지출한 모든 비용이 필요경비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신문에 여행 관련 칼럼을 연재하는 작가가 해외여행에 사용한 호텔비, 항공료, 식비 등을 모두 필요경비로 볼 수 있을까?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필요경비인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이에 관해 소득세법은 필요경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납세 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사업자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의미한다면서도 “그러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지출의 경위와 목적, 형태, 액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의하더라도 개개의 경우 어떤 경비가 필요경비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철수 사례를 보자. 먼저 철수가 지출한 게임 비용을 필요 경비로 볼 수 있을까? 유사한 사건에서 철수는 직접 게임을 체험하고 아이템을 구매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온라인 게임을 배경으로 한 웹툰을 창작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며 아이템 구매비용을 포함한 게임 비용이 웹툰 수익을 얻기 위한 경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리니지 게임과 웹툰의 내용이 다르고, 리니지 게임 플레이 없이도 웹툰 창작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철수가 지출한 게임 비용을 철수와 같은 웹툰을 만드는 다른 사업자도 동일한 상황에서 지출하였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즉 철수가 지출한 게임 비용을 필요경비로 보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사도우비 비용은 어떨까? 철수가 가사도우미 덕분에 웹툰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철수와 같이 집에서 작업하는 웹툰 작가들 중에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철수가 지출한 가사도우미 비용은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소득세법은 가사 관련 비용은 필요경비로 보지 않는다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사업과 가사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않기 때문에 사업과 가사에 공통적으로 관련되는 비용을 모두 필요경비로 인정하면 개인사업자가 부당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득세법 기본통칙은 사업과 가사에 공통으로 관련되어 지급하는 금액 중 사업에 관련된 것이 명백하지 아니하거나 주로 가사에 관련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필요경비로 산입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은 철수의 집에서 작업 공간이 차지하는 부분은 일부에 불과한데 가사도우미의 업무는 철수의 작업 공간 외에 철수의 집 전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철수가 지출한 가사도우미 비용은 가사 관련 비용으로 필요경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앞서 본 작가의 여행비용은 필요경비로 볼 수 있을까?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작가가 지출한 여행경비가 주로 신문 기고와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오락을 위한 것인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법원은 사업과 가사(또는 개인 오락)에 공통적으로 관련되는 비용의 경우, 개인사업자가 그 비용이 주로 사업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납세의무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즉 작가가 자신이 지출한 여행비용이 주로 신문 기고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없다. 개인사업자의 지출이 필요경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개인과 과세당국의 생각이 다를 때가 많다. 필요경비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개인사업자가 필요경비에 해당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사업과 관련한 지출 전 세무 상담을 받고 증빙자료를 꼼꼼히 챙기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 없음.
허승 판사
현재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으로 근무 중이며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