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란 감정은 몸의 염증을 없애며 사람을 더 관대하고 이타적으로 만든다. 그러니 거대한 이벤트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감동을 자주 느끼도록 마음을 열어보자.
웅장한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 한 그룹의 학생들이 있다. 1분 동안 A그룹은 나무를 바라보고, B그룹은 칙칙한 학교 건물을 바라봤다. 그때 누군가 학생들 쪽으로 걸어오다가 발을 헛디뎌 펜을 떨어트렸다. 그를 도와주러 달려간 학생 대부분은 나무를 올려 본 그룹이다. 1분이란 짧은 시간에도 감동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을 작은 존재로 여기며 특권 의식을 내려놓고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연구가 있다.
감동이 주는 이득은 한두 개가 아니다. 첫째, 감동은 몸의 염증을 완화한다. 긍정적인 감정, 특히 감동을 자주 경험한 사람일수록 세균에 맞서 싸우는 단백질인 인터류킨 수치가 낮았다. 인터류킨은 백혈구에서 발견된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인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체내에 염증이 더 많다.
둘째, 감동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호르몬 중 코르티소는 스트레스 수준을 나타내고, 도파민은 이완과 평온의 정도를 보여준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자연과 마주하기 전과 후의 도파민과 코르티솔 수준을 측정하니, 스트레스 수준이 20~30% 낮아졌다.
셋째, 감동은 시간을 벌어준다. 사람은 감동을 경험할 때 그 순간에 빠져들고, 그곳에 온전히 존재하는 경험을 한다. 감동하면 시간이 확장되는 기분이 들면서 여유로워지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양은 어쩔 수 없지만, 감동을 통해 시간의 인식은 바뀔 수 있다.
넷째, 호기심과 학습력이 왕성해진다.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에 압도당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기고 자신을 압도한 게 무엇인지 더 알고 싶어 한다. 호기심은 학습의 전제 조건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인류는 한없이 솟은 산맥과 아름다운 노을을 경외하며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호기심이 되고 더 알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지며 탐구하게 되고 발전했다. 이 외에도 감동을 자주 할수록 더 친절하고 관대해지며, 더 친환경적으로 변한다는 여러 연구가 있다.
어떻게 우리는 자주 감동할 수 있을까? 감동은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웅장한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진 않다. 일상의 작은 실천과 열린 마음으로도 충분히 자주 감동할 수 있다. 우리는 평소에 감동할 기회를 자주 놓친다. 보도블록에 비집고 핀 민들레를 보는 대신, 연인의 깊은 눈동자를 감상하는 대신 고개를 숙이고 익숙한 핸드폰만 들여다보니까.
감동을 위한 가벼운 실천부터 행해 보자. 삶에 감동의 순간을 끌어들이는 방법의 하나가 산책이다. 『걷기의 인문학』 저자인 리베카 솔닛은 걷기가 예측 불가능하고 변덕스러운 것을 탐구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특히 15분 만이라도 문워크(Moonwalking)을 해보자. 마이클 잭슨의 춤이 아니라 ‘야간 산책’을 재미난 말로 바꿔본 단어다. 밤에 공원을 걸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온전히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정신이 예리해지고 오롯이 현재만 존재하게 된다. 한 걸음씩 내디디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해지며 감동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출근 중에 하루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자. 하늘에 단 한번도 감동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퇴근 후에 베란다의 문을 열고 밤하늘의 별과 흐릿한 성운에 빠져들어도 좋다.
감동을 줄 만한 컨텐츠를 일부러라도 찾아 읽어보자. ‘우와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싶은 것들이 가득하다. 테드 강연도 좋고, 유튜브에 올라온 칼 세이건(Carl Sagan)의 ‘창백한 푸른 점’ 영상만 봐도 감동은 바로 찾아온다.
글 김은미 사진 언스플래시
참고 서적 『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 (사라 함마르크란스, 카트린 산드베리 지음)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