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초고가 주택 시그니엘 누가 분양받았나 기업오너·연예인 많아… 3명 중 1명은 현금 구매
추동훈 기자
입력 : 2019.05.31 10:58:51
수정 : 2019.05.31 10:59:19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거시설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가 분양을 시작한 지 만 2년이 지났지만 10채 중 7채는 아직도 팔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시그니엘 레지던스 223개실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해본 결과,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진 실은 61곳으로 전체의 27%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 월드타워동)는 작년 말 발표한 국세청 기준시가 통계에서 ㎡당 914만4000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한 럭셔리 주거시설이다. 2017년 4월부터 분양을 시작한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기준시가 고시 대상에 포함된 지난해부터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주거시설로 등극했다. 고시면적 12만3678㎡에 이르는 이 오피스텔 건물은 총액으로도 1조1309억원을 기록하며 전국 최고 기준시가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기준시가가 가장 높은 오피스텔이었던 서울 강남구 피엔폴루스는 ㎡당 631만5천원을 기록하며 2위로 물러났다.
타워 높이 555m, 지상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는 롯데그룹이 4조20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수직도시다. 국내에선 하늘과 가장 가까운 빌딩으로, 연면적만 80만5000㎡로 축구장 약 115개 크기에 이른다. 내부에는 최고급 주거시설, 최첨단 업무시설 그리고 국내 최고 쇼핑몰이 한곳에 집약돼 원스톱으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주거, 상업, 쇼핑시설이 한곳에 모여 생활 편의성을 높이며 주거복합단지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다.
롯데월드타워에는 국내 최고가 주거상품인 시그니엘 레지던스와 6성급 호텔인 시그니엘 서울이 공존한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숍들을 모아놓은 명품관 ‘에비뉴엘(Aveneuel)’과 쇼핑센터인 ‘롯데월드타워 몰(Mall)’, 관광지의 역할을 하는 ‘서울 스카이(Sky) 전망대’와 ‘아쿠아리움(Aquarium)’이 들어서 있다. 여기에 첨단업무시설을 갖춘 ‘스마트 오피스(Smart Office)’까지 갖춰져 하나의 도시처럼 구성됐다.
분양 관계자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롯데월드타워 내에서 최고수준의 주거공간이라는 가치가 더해져 살고 싶은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향후 투자가치가 매우 높은 만큼 실거주뿐만 아니라 투자용으로도 그 가치를 보고 관심을 가지는 수요자가 많다”고 밝혔다.
층별로 살펴보면 1~12층은 상업시설, 14~38층은 스마트 오피스, 42~71층 시그니엘 레지던스, 76~101층 시그니엘 서울 108~114층 최고급 오피스 117~123층 스카이 전망대로 나뉘어져 있다. 100층에는 하루 숙박료만 2000만원인 시그니엘 서울의 ‘로열스위트룸’이, 85층에는 국내 최고층 수영장이 있다.
특히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국내 최고층 주거상품으로 한강 뷰를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고,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모든 편의시설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입주민은 명품 백화점인 롯데 에비뉴엘을 쇼핑 놀이터처럼 이용한다.
보안시설도 국내 최고수준이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유명연예인이나 재력가들이 몰리는 이유중 하나다.
전용면적 133~829㎡로 3.3㎡당 1억원 안팎의 분양가가 책정된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분양 초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주거시설로 알려지며 프리미엄이 높게 붙은 것에 비해 실적은 저조한 편”이라며 “워낙 고가라 수요층이 제한된 데다 최근 관망세가 짙어진 서울 부동산 시장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전용면적 244㎡ 타입 거실 모습.
▶부동산 불황 여파에 주춤
中·日 등 투자 기대했지만 외국인 소유자는 5명 그쳐
다만 해당 오피스텔이 최소 40억원 이상 하는 만큼 계약시점과 등기시점 간 시차를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양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롯데물산 관계자는 “워낙 고액이라 중도금과 잔금 등을 6개월에 걸쳐 납부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며 “현재 계약이 진행되는 호실까지 포함할 경우 등기건수보다 훨씬 더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고액이라 대출 등 문제로 등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매매된 61개실을 살펴보면, 개인이 소유한 호실은 39개로 이 중 단독 소유가 31개실, 공동 소유가 8개실이다. 공동 소유는 대부분 부부 또는 부모·형제 간 소유로 추정됐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다고 알려졌지만 외국인 소유자는 총 5명에 그쳤다. 나머지 22개실은 법인 명의로 사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소유자 연령별 분포(공유자 포함)를 살펴보면 40대가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가 14명, 60대가 9명 순이었다. 30대 보유자는 총 7명으로 전체의 13%에 달했다. 70대 이상 역시 7명이었다. 그 중 80대 이상 소유자도 2명이나 달했다.
가장 판매금액별로는 40억원대가 23개실로 가장 많았고, 50억원대가 13개실, 60억원대가 10개실 순이었다. 가장 비싼 호실은 89억9300만원(65층)이었고, 80억원대 판매가를 기록한 호실도 7개실에 달했다. 가장 싼 판매액은 42억31000만원이었다.
전체 평균 판매가는 59억1700만원으로, 대출을 전혀 받지 않은 매매거래는 20개실에 불과했다. 전체 61개실 기준 평균 대출액은 26억9076만원으로 실제 투자액은 1개실당 33억1467만원이었다. 대출액 비율은 45%다.
대출을 끼고 매입한 41개실을 따로 떼어내 살펴보면 전체 평균구입액은 57억1800만원이었고 그중 대출액은 38억7200만원에 달했다. 대출액 비율이 68%로 전체 평균보다 20%p 이상 늘어났다. 실제 투자금액은 17억45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대출을 한푼도 끼지 않은 20개실은 평균 63억원의 금액을 완납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낙 고액 주거시설이다보니 대부분 소유자들이 대출을 끼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일반적인 아파트가 아닌 만큼 대출액도 상당히 크고 비율도 높은 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인 명의로 시그니엘 레지던스를 구입한 사람들의 73%는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송파구 거주자가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초구가 9명, 강남구가 5명 순이었다. 4번째로 많은 소유자 주소지는 성동구였다. 서울을 제외할 경우 경기도가 4명, 부산이 3명 순이었다. 지방에서는 대전, 대구, 강원도, 전북에 주소지를 둔 개인 소유주가 각 1명씩 있었다.
여러 채를 갖고 있는 소유자도 일부 있었다. 전북 익산시 소재 반도체부품 제조사 K사는 법인 명의로 총 4채를 보유했다.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인 일본인 N씨는 개인 명의로, 또 계열사인 일본기업 명의로 1채씩 보유해 총 6채를 갖고 있는 셈이다. 해당 법인과 전직 대표가 6개실이나 달하는 시그니엘 레지던스를 매입한 것은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실제 해당 기업 홈페이지에는 본사 위치를 서울 롯데월드타워로 두고 있다.
개인 중에선 제약업계 한 중견기업 회장이 2채를 보유했다.
그 외 가수 김준수 씨가 개인 명의로 1채를 사들였고, 배우 조인성 씨는 부친이 운영하는 법인을 통해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알려지지 않은 유명인들과 사업가들이 상당수 구입했으며 향후 이러한 투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도 많은 자산가들이 이를 사기 위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악화된 부동산 경기를 반영하듯 평균 판매가는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다. 계약일 기준 2017년(총 30개실)의 3.3㎡당 판매가는 1억880만원이었다. 2018년(총 30개실)엔 9787만원으로 1000만원가량 낮아졌다. 2017년에 가장 비싸게 팔린 호실은 3.3㎡당 1억2286만원(55층)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거래된 호실(51층)의 3.3㎡당 판매가는 8663만원에 불과하다. 최고가를 기준으로 하면 4000만원가량 낮아진 셈이다.
다만 아직 거래가 진행 중인 매물도 많고 등기 시까지의 시차를 감안하면 계약 진행은 순조롭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워낙 고액이다보니 거래를 위한 절차 진행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만큼 매년 그 거래 실적은 나아질 수밖에 없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에도 이를 구입하기 위한 문의가 상당히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등기까지 시간차가 있을 뿐 실제 계약율은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3.3㎡당 거래가는 점차 하락하는데 이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시장 경기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판매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에는 시그니엘 레지던스와 같이 호텔을 표방하는 브랜드 레지던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슈퍼리치들은 가장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자 거주공간으로 브랜드 레지던스 사업에 적극 관심을 표명하고 투자에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거문화를 원하는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그 상승세 또한 계속될 것으로 업계 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앤드류 해링던 AHV 박사는 “고급호텔 고객들이 호텔보다 브랜드 레지던스를 더 선호하는 추세”라며 “서비스 및 편의 수준은 고급호텔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독립적인 거주성과 편의성이 강화된 점이 우선적인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보다 창조적인 공간에서 나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받으며 휴일 같은 삶을 누리고 싶어하는 욕구에 브랜드 레지던스가 부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가장 흥미로운 부동산 투자 분야이자 최고급 주거문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바 있다.
▶최연소 거주자 1987년생
혼자 두 채 보유한 경우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시그니엘 레지던스’를 비롯해 현재 분양에 나서는 부산 해운대의 ‘엘시티 더 레지던스’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대표 부촌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두 곳 모두 같은 건물 내에 있는 6성급 시그니엘 호텔이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다.
제주도 역시 롯데관광개발이 시행에 나선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역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녹지그룹’이 공동시행하고 중국건축(CSSEC)이 책임시공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타워 8~37층에 위치할 전 객실은 55m 이상에 위치해 한라산과 바다전경을 전부 볼 수 있는 파노라마뷰를 확보했고 호텔 레지던스는 대부분 계약이 마무리돼 일부만이 분양물량으로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럭셔리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는 브랜드 레지던스 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국내 시장에서도 이러한 고급 주거시설이 본격화되는 시기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며 “향후 이러한 럭셔리 주거시설 시장은 점차 성장을 거듭해 부동산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