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 국내리스크 등 2017년 국내 경제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저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 속에 다수의 석학들과 기관들은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을 2%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세부산업으로 들어가 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주력산업 수출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우리나라 기업은 10개 중 서너 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전망을 어둡게 했다.
국내 주요 경제·산업 연구기관은 2017년 우리 경제는 해외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일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수는 소비심리 둔화와 구조적 요인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산업별 부침이 예년보다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각 국내 유력 경제연구기관들의 전망을 통해 개별 산업별 기상도를 살펴봤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 활동이 소폭 확장되는 모습이 나타나며 산업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증감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제조업 생산증감률이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경기가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경제성장률이 정체되는 원인은 무엇보다 수출부진을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경제발전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수출에서 우리나라는 2015년에 이어 2016년 또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민간소비 약화 등 내수부진으로 전반적인 성장률은 정체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전 세계 보호무역 확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수출시장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세계 무역시장에서 글로벌 공급과잉·세계수요 변화·해외 생산 확대·보호무역 강화·미국 트럼프 정부 등 5개 대외 변수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비관세 무역장벽 강화 등도 국내 산업 회복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내년에도 글로벌 공급과잉은 조선과 철강·정유·섬유·가전·정보통신기기에서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회복기 ‘반도체’·최대실적 ‘정유’ 예상학점 ‘B-’
각 연구기관들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 철강, 기계 업종은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건설과 석유화학 업종은 후퇴기에 접어들고 조선업은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먼저 2017년 ICT 분야에 대해 국회예산처가 발표한 ‘2017년 중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2017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초과공급 등으로 인한 장기간의 부진에서 벗어날 관련 설비에 대한 투자도 소폭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 및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며 “해외 생산 확대, 글로벌 업체 간 경쟁 심화, 스마트폰 시장 성숙화 등 성장세는 제약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 해외 생산 확대, 글로벌 업체 간 경쟁 심화, 스마트폰 시장 성숙화 등은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으로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고유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지난 2011년의 기록을 넘어 영업이익 7조원 고지를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원유 수출국의 감산 합의와 정제 마진의 회복세,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 등 대외적인 변수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중장기적으로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 중장기적으로 정유업계의 호황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따라 제조업 지표가 개선되는 분위기 속에서 석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아울러 석유화학제품 시장의 호조도 정유업계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세계적으로 정제 설비의 확대에 의한 생산량에 비해 석유 수요 증가량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중국 등 인프라 투자 중심으로 유효수요의 증가 등을 감안할 경우 정제 마진 약세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미국 셰일오일 증산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한 석유 수출국들이 합의한 대로 실제 감산에 돌입할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어 국제유가 변동이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증가·경쟁심화 안갯속 ‘자동차’
미약한 회복세 예상되는 ‘철강’ ‘C-’
자동차 업계의 경우 미국 경기회복 지속, 신흥국의 회복세 등으로 생산과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신흥국의 점진적인 회복과 미국 경기 회복 등으로 2017년 자동차 수출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생산도 플러스로 전환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산업은 생산 증가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자원수출 신흥국의 경기 회복, 인도와 러시아 소비 심리 개선 등이 자동차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EU의 성장 정체, 중국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브렉시트 등의 경제 리스크 상존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수요 회복은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수출에 비해 내수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 내수 활성화 지원 정책 종료에 따른 수요 축소, 국내 경기 부진 지속 등으로 내수 판매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철강산업의 경우 중국 과잉공급의 문제가 다소 완화되면서 철강 가격 상승 및 수출회복이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큰 폭으로 개선되며 불황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인다.
김수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생산 및 재고·출하는 2016년 이후 불황 국면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재고·출하 사이클상으로도 회복을 나타내고 있다”며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평균 수출단가가 하락하는 추세였으나 3/4분기부터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중국 철강 수급개선으로 평균 수출단가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수요산업이 불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어 기반산업인 철강 산업 경기는 미약한 회복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은 SOC 예산 축소로 인한 공공부문 수주 감소와 주거용 건축부문 공급과잉으로 민간부문 수주도 둔화세로 전환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먼저 공공분야의 경우 2017년 SOC 예산이 전년대비 8.2% 감소한 21.8조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의 수주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이후 민간 부문의 대규모 토목수주 증가와 공기업의 부채 문제 부각 등으로 인해 민간 부문과 공기업의 토목공사 발주가 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다만 경기 활성화 등을 위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SOC 예산이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공공·토목부문 수주액 급감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민간분야 역시 정부 규제 강화 등의 원인으로 주택시장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에 크게 증가한 주거용 건축부문 과잉공급 물량의 해소가 지연되면서 2017년 민간·건축부문 수주액은 둔화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한진몬테비데오호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외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
▶‘조선’·’해운’ 2018년까지 우울 ‘F’
해운업은 지난해에 이어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국적 1위, 세계 7위의 선사인 한진해운은 청산 위기에 직면했고, 또 다른 대형 해운사인 현대상선은 글로벌 해운동맹인 2M에 정식 승선하는 데 실패하면서 사실상 물류 변방국으로 추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이하 산은)에 따르면 올해 해운업의 설비투자액은 올해 2조6970억원에서 내년 1조3520억원으로 무려 49.9% 줄어들 전망이다. 설비투자액은 건물·기계 등 고정자본에 새로 투입되는 자금을 말한다. ‘미래 생산능력의 원천’으로 불릴 만큼 업황 개선 여부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산은이 조사 대상으로 분류한 12개 전체 업종(제조업 7개, 비제조업 5개) 중 내년도 설비투자액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7개 업종(제조업 3개, 비제조업 4개) 가운데 가장 큰 수치다. 조선업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수주침체,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극심한 불황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부터 시작된 생산 감소세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침체 장기화로 조선업(선박 및 보트 건조업) 생산지수는 2016년 1분기에 일시적인 증가세로 전환된 후 다시 하락 반전하는 모습을 나타났다(2016년 3분기 기준 -6.2%). 선박 수주에 있어서도 국내 조선사들은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렸으며 수주 잔량도 급감한 상황이다. 신규 수주 규모는 2016년 10월까지 누적으로 1.2백만 CGT10를 기록하여 전년동기 대비 약 85% 감소세를 보였다. 선박 수출 분야에 있어서도 2017년에도 감소세가 예상된다. 2016년에 부진하였던 선박 수주가 2017년 선박 수출에 영향을 미쳐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