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부동산 대표주자’로 꼽히는 상가·오피스 시장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른바 ‘11·3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을 비롯한 아파트 시장의 전반적인 투자 열기가 잠잠해지면서 갈 곳 잃은 여유자금이 수도권·신도시 상가·오피스 시장을 기웃거리고는 있지만 양극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수천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마이너스 웃돈 내지는 할인분양 등이 내걸리기도 한다.
법조타운 완공 앞둔
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송파문정지구
▶송파문정 지하점포 웃돈 1억
동부지방법원·검찰청 등이 자리 잡는 법조타운을 비롯해 오피스텔과 업무시설, 동남권유통단지·컬처밸리 개발이 이어지는 송파 문정지구 역시 올해 2월 법조타운 완공을 앞두고 기대감이 돌고 있다. 컬처밸리와 접해 지하철과 지하로 연결되는 한 상가·오피스 빌딩의 경우 지하층 점포에 웃돈이 1억원 정도 붙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초기에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분양받은 후 전매투자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1층 전용 50㎡형의 경우 웃돈 1억5000만원을 불러도 팔려는 사람이 없다”며 “분양가가 높아서 수익률이 당장 4.5% 수준인 건물들도 향후 6%를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금천 일대 상가 시장도 활기를 보인다. 지난해 10월 21일 견본상가 문을 연 독산동 ‘마르쉐 도르 애비뉴’의 경우 195개실 모집에 8000여 명이 몰리면서 40 대 1의 평균 경쟁률(최고 980 대 1)을 기록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1층을 기준으로 3.3㎡당 분양가가 평균 2900만원 선에 전용33㎡형이 3억~4억3800만원으로 총 액수만 보면 오피스텔과 아파트의 중간 정도”라며 “10월 즈음부터 정부가 서울 아파트 시장 개입 의지를 내비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 앞서 분양한 인근 상가의 경우 웃돈 호가가 4000만~1억원을 오간다”고 말했다.
금천 일대는 최근 개통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를 비롯해 내년 착공예정인 신안산선 외에도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등이 이어지는 데다 독산동 일대 옛 도하부대 이전부지가 4500여 가구에 이르는 미니신도시로 개발 중이다. 인근 공군부대 부지(12만 5000㎡) 역시 금천구과 SH공사가 IT 연구개발 단지인 ‘사이언스 파크’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서울 강서 마곡·금천 등 일대 상가·오피스 시장은 5000만~1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업계에 따르면 마곡의 경우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9호선 마곡나루역 인근 초역세권 상가·오피스에는 7000만~1억원 가량의 웃돈이 붙었다. 발산역 2번출구 앞에서 분양하는 한 상가·오피스의 경우 이달 8일 오피스 사전예약을 시작하자 이틀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올해 마곡지구 일대 상가 분양가(1층 기준)는 3.3㎡당 4500만원 선으로 2~3년 전에 비해 1000만원가량 올랐고 오피스의 경우 1000만원 선으로 같은 기간 100만원가량 높아졌다”며 “특히 전용면적 33㎡ 남짓한 섹션 오피스는 아파트보다 자본금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지난 12월 연말을 즈음해 개인 투자자들이 문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보통은 소규모 회사에서 실입주 차원에서 분양을 받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마곡지구에는 올해 입주하는 LG사이언스파크(2017년 올해 1차·2020년 2차 입주 예정)를 비롯해 에스오일, 이랜드, 롯데, 넥센 등 70여 개의 기업이 둥지를 틀 예정이다.
▶행정타운 이전 지연 광교신도시 공실우려
반면 위례와 광교 일대 상가·오피스 시장은 숨을 죽이는 분위기다. 위례의 중심상업지구 트랜짓몰을 비롯해 위례중앙역 인근 상권은 웃돈이 4000만~5000만원가량 떨어진 데다 무피(웃돈이 붙지 않은 경우) 상가 매물도 적지 않다.
위례신도시 C공인 관계자는 “다들 괜찮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다르다”며 “인기가 높은 1층마저 임대 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가 공실이 이어지다보니 1억원을 넘나들던 분양권 웃돈이 대부분 1억원 미만”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영통 광교 역시 경기도청을 비롯한 행정타운 이전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이 잠잠해졌다. 올 초에만 해도 경기도청 신청사의 광교 이전이 올해 6월 착공 예정이었지만 사업이 미뤄질 공산이 커지면서 부지는 빈터로 남아있다.
이에 따라 이른바 ‘행정타운 프리미엄’을 기대했던 광교 일대 상가 시장에서는 공실 문제가 불거졌다. 광교신도시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지난 2015년 문을 연 한 스트리트형 상가는 시행사가 상권관리를 위해 직영 임대 방식을 내세우면서 월 500만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가게가 입점하는 등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임대료 인하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위례와 광교는 ‘베드 타운’으로 굳어지는 경우 상가 투자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가·오피스 시장 분위기가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항아리 상권’(한 동네의 상권이 특정 장소에 한정돼 소비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곳)에 앞서 업무·상업지구가 조성되는 지역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항아리 상권으로 꼽혔지만 신분당선 개통 등을 통해 상권이 판교 일대로 흡수된 광교를 비롯해 위례 역시 잠실 일대 상권으로 흡수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수도권 개발사업지의 경우 상권이 자리 잡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며 “위례와 광교처럼 개발 호재가 미뤄지는 식의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파 법조타운 푸르지오시티 투시도, 평균 4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독산동 ‘마르쉐 도르 애비뉴 상가’ 조감도
▶상가·오피스시장 양극화 더 뚜렷해질 듯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유년(丁酉年) 올해에도 수익형부동산인 상가·오피스 등에 대한 투자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개는 우선 지난해 11월 3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관리방안’이 주택시장에 집중되면서 반사효과로 투자자들의 유동자금이 상가분양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신규 택지지구 공급 중단과 상업용지 비중 감소로 상가 공급이 줄어들면서 희소성이 부각될 것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근거로 든다.
전문가들은 지난 연말 상가 시장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6년 지난해에는 137개의 상가가 분양시장에 나왔지만 이는 2015년(219곳) 대비 37% 감소한 물량이다. 택지지구 공급이 이미 감소세에 있는 데다 시행·시공사들이 분양보다는 회사가 직접 운영해 수익을 내는 방식을 택한 것이 주된 배경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마곡과 수도권 위례·동탄2신도시 등 인기 신도시·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물량이 줄어들면서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 공급됐다. 유형별로는 근린상가 45개에 이어 단지 내 상가 43개, 복합형상가 39개, 복합상가 5개, 테마상가 5개 순으로 공급됐다.
권역별로는 전체물량의 61%가 수도권에서 공급됐지만 2015년(68%)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동탄2, 삼송, 미사지구 등 주요 택지지구 상가 분양이 진행되긴 했지만 물량이 많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특정 지역에 공급이 집중되기보단 수도권 전역에 공급이 분산됐다.
이 때문에 택지지구 내 상가가 ‘귀하신 몸’으로 인기를 끌었다. LH 단지 내 상가는 지난해 23개 단지에서 총 134개 점포(특별공급 제외)가 공급되며 3년 연속 공급 감소세가 이어졌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에서 10개 단지, 지방에서 13개 단지가 공급됐다. 수도권은 별내, 동탄2, 위례 등 경기에서만 입찰이 진행됐고 지방은 강원, 경북, 대구 등 혁신도시 중심으로 공급됐다.
하지만 모두 유찰 없이 주인을 찾았고 평균 낙찰가율은 190%에 이르렀다. 점포당 평균 내정가격은 3.3㎡을 기준으로 1253만원이지만 평균 낙찰가격은 2707만원으로 더 높았다. 단지별 평균 낙찰가격이 높았던 단지는 경기도 시흥목감A5블록(4188만원), 위례A2-4(4,127만원) 등으로 특히 수도권 택지지구 내 단지가 높은 가격에 팔려 나갔다.
한편 상가 분양 수는 감소했지만 대규모 상가 비중은 늘었다. 점포 수가 100개 이상인 대형 상가가 전체 공급 상가(137개) 중 20개로 15%였는데 이는 상가 공급이 많았던 2015년(12%)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스트리트형과 테라스형 등 상가 공급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중요한 가격을 보면 작년 공급된 상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217만원으로 2015년 대비 12%가량 하락했다. 상가 공급이 감소한 데다 분양가가 비교적 높은 서울과 주요 택지지구 공급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평균 분양가 수준이 내려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역별로는 3.3㎡를 기준으로 수도권이 2252만원으로 2015년 대비 17%가량 낮은 가운데 특히 서울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2301만원으로 지난 2015년(3291만원) 대비 30%가량 낮은 수준에서 공급됐다.
지난해 시장에 비추어 내년 시장을 보면 특히 상가는 전반적으로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단지 내 상가 분양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분양은 입주 1년 전부터 진행되는데 2017~ 2018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공급이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게 근거다.
김민영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정부의 11·3대책에 따른 반사효과와 상업용지 품귀 현상 등으로 상업용부동산의 인기는 2017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 대내외적인 변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상가시장이 소비경제와 맞닿아 있는 상품임을 고려한다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규모 상가는 배후 수요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소비력을 필요로 하므로 차별화된 업종 경쟁력을 확보해 외부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점포 간 업종 구성 및 콘셉트 매칭 및 주력 업종의 전략이 배후수요 및 주요 타깃군에 적합해야 집객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주목을 받는 상가들의 경우 상가 규모보다는 특정 점포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해당 상가 활성화로 흐름이 이어진다는 점도 상가 업종 구성에 힘을 실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연금형 부동산의 투자성향도 짙어지면서 자산가들이 상가·오피스 투자를 하는 경우 까다롭게 접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