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가입하면 꼼짝없이 길게는 20년간 꼬박꼬박 돈을 내야하는 보험 상품. 건강상태나 교통사고 등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가정을 지킬 안전장치인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기에 꼭 필요한 금융상품이다. 특히 장기적인 투자가 뒤따르므로 가입부터 꼼꼼한 비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가입자 입장에서 어떤 상품의 보험료 대비 효용성이 높은지 비교하기란 쉽지 않았다.
보장수준이 유사한 각 사의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등도 보험료 차이를 비교하기 어려워 보험 설계사의 추천상품에 의지하거나 주변인의 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 9월 1일부터 보험상품 비교공시가 재편되며 비슷한 보험상품의 가격비교가 쉬워졌다. 이번 개편으로 보험 가입자가 쉽게 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도록 ‘보험가격 지수’가 도입됐고, 저축성보험은 적립보험료 항목이 추가돼 보험사가 수수료(사업비)를 얼마나 떼 가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바뀌었다.
보험가격지수는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평균 보험료 대비 해당 상품의 보험료 수준을 %로 보여준다. 기준점인 100을 평균으로 120을 기록하는 상품은 평균보다 보험료가 20%가 높고 80인 경우 반대로 20%가 저렴하다는 의미다. 보험사별로 가격의 ‘상대평가’가 처음으로 가능해진 셈이다. 종전 ‘보험료 지수’는 기준점이 100이 아닌 탓에 해당 상품이 가격 수준을 상대평가하지 못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격의 상대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교공시가 소비자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라면서도 “정확한 사업비 수준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해 아직까지 보험사 위주의 공시”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험료 수준의 상대적인 비교가 가능했지만 무작정 보험료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재무적인 안정성과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한지 상품보장 외에 보험료 자유납입·중도인출 같은 편의기능이 들어 있는지 등도 꼼꼼히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종신보험 보험료 최대 60% 차이, 대면채널 비중 절대다수
주요 보험사의 주요 보험계약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설계사 채널에 치중한 대형 생보사는 보험료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신보험, 정기보험, 암보험 등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고 60%까지 보험료가 높았다. 대면채널보다 온라인채널의 보험료가 조금 낮았지만 상품별로 차이가 편차가 심했다. 통상 사업비 표준체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간편심사 상품이나 실버상품의 경우 보험가격 지수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나 실제 보험가격 지수가 낮은 경우도 많았다.
지난 10월 21일 기준 시판된 주요 종신보험의 가격 지수를 분석한 결과, 40세 남자가 가입 금액 1억원으로 20년 납입상품은 300여 개에 달했다. 이중 가장보험료 수준이 높은 상품은 메트라이프 생명이 판매 중인 ‘(무)Life Cycle 종신보험’으로 평균보다 30% 가까이 보험료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채널에서 판매 중인 이 상품은 가장 저렴한 상품인 ACE생명의 ‘(무) ACE of ACE 변액종신보험 1종(기본형)’에 비해 60%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채널의 판매 비중이 절대적인 종신보험인 만큼 상위와 하위 리스트에 모두 대면채널의 상품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한편 회사규모에 따른 보험료 편차도 찾기 어려웠다. 실제 보험료가 높은 상품들 중에는 중소형 생보사의 상품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또 일반적으로 보험료가 낮을 것이라 인식되고 있는 비대면채널(TM/CM/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상위 순위에 눈길을 끌었다. 6위와 7위를 기록한 신한생명의(무)신한더블Dream종신보험(115.6%)과 동양생명의 (무)수호천사더블종신보험(114.1%)은 비대면채널에서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률 1위 암보험, 40세 기준 두 배 이상 차이 나기도
국내 가입률 1위 암보험의 경우 보험료 차이가 더욱 극심하게 차이 났다. 40세 기준 가입금액 3000만원 순수보장형 상품을 비교한 결과 미래에셋 암플러스보장보험 (무) 1570B는 보험가격지수 81.7%를 기록한 반면 최상위를 기록한 AIA생명의 (무)뉴 원스톱 플러스암보험II(갱신형) [두 번 보장 선택형]2형은 무려 168.2%를 기록했다. 2번째로 비싼 보험료 수준을 기록한 라이나 생명의 (무)플러스 암보험(갱신형)의 경우도 153.9%의 상당히 높은 보험료를 기록했다. 특히 이 상품은 설계사가 판매하는 비대면채널에서 판매함에도 높은 보험료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평균보다 낮은 보험료를 기록한 하위권에는 방카, 비대면채널의 상품이 다수 포진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많이 가입하는 어린이보험의 보험료 차이도 상당했다. 5~30세 만기 가입금액 1000만원 기준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무)라이프플래닛e플러스어린이보험(순수보장형)의 경우 73%를 기록한 반면 현대라이프의 현대라이프ZERO 어린이보험 405무배당의 경우 132.6%를 기록해 보험료가 60% 가까이 차이가 났다. 어린이보험 선두주자로 꼽히는 동양생명의 (무)수호천사꿈나무안심보장보험의 가격 지수는 85.3%로 대면채널상품인데도 가격 경쟁력이 높았고 신한생명이 출시한 어린이 보험은 모두 상위권에 배치된 것이 눈에 띈다.
▶우량체, 비흡연 상품 비교는 어려워
보험가격 지수 외에 개별보험료 파악해야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공시실에 ‘보험가격 지수’를 확인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보험상품별 사업비 상대평가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우량체나 비흡연체 등 보통사람보다 질병 노출 위험이 적은 사람이 가입하는 상품은 보험가격 지수에서 빠져 있어 더 보험료를 할인 받는 사람의 보험가격 지수를 알 수 없다. 우량체는 체격이나 혈압 등이 회사가 정한 일반적인 사람보다 좋은 사람 즉, 질병 노출 확률이 더 적은 사람을 의미한다. 비흡연체는 말 그대로 비흡연자를 말한다. 대략적인 보험료 수준은 가격 지수 비교를 통해 파악이 가능하지만 개별상품별 특약이나 산출 기준은 개별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또한 개인사정상 필요한 주계약 보장을 따져볼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직장생활이 불안정한 경우 소득을 상실했을 때 소득을 보장하는 상품이나 보장금액이 체증하거나 체감하는 상품 등 각각의 주계약이 다르다.
▶수수료 개념의 사업비 높은 저축성보험은?
저축성보험의 적립금과 적립률도 공개
이번 보험가격 지수 도입과 함께 저축성보험의 적립률도 함께 공개됐다.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면 수수료 성격의 사업비를 빼고 공시이율로 분리해 보험료가 적립되는데 이 적립금을 5년, 7년, 10년으로 나눠 공시한다. 즉, 사업비가 적어야 적립금액도 높아지고 수익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공시결과 변액보험 10년차 기준 120%를 웃도는 펀드들도 많았지만 적립률이 100%를 넘지 못하는 ‘부실상품’도 상당수였다. 한화·흥국·동양·교보생명의 대표 상품(한화생명 플랜UP변액적립보험(무)(1종), (무)재테크변액유니버셜보험Ⅱ, (무)수호천사리셋플러스변액유니버셜보험, (무)교보변액적립보험Ⅲ) 등은 10년 동안 보험료 2400만원을 냈더라도 적립보험료가 원금을 밑돌았다.
저축성보험의 적립비율은 보험계약 때 교부되는 보험 안내장 등에도 표기되는 만큼 가입자의 경우 꼼꼼하게 확인해 ‘보험 갈아타기’의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기존에는 해지환급금 예시표만 있었기에 보험사에서 해지할 때는 떼는 해지공제가 반영된 금액을 가늠한다든지 실질적인 적립금 수준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안내되는 적립비율을 미리 살필 수 있어서 조기에 해지하면 어느 정도 손실을 보게 될지 파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손쉬운 보험가격지수·적립률 확인 방법!
생명보험협회(www.klia.or.kr)나 손해보험협회(www.knia.or.kr)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상품비교 공시 정보’에서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등 여러 보험사 상품 정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보장성보험 비교 항목에 추가된 보험가격 지수는 보험사 평균 보험료 대비 해당 상품의 보험료 수준을 보여준다. 보험가격 지수 100 이상으로 나오면 평균보다 비싸다는 뜻이고, 100미만으로 나오면 평균보다 저렴하다는 뜻이다. 저축성보험 비교 공시에는 해지환급금 예시표만 게재된 것에 납입 보험료 대비 적립금 및 적립률 항목이 신설됐다. 저축성 보험은 매달 납입하는 보험료에서 설계사 수당 등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금액이 적립된다. 따라서 초기수익률은 대체로 저조해 5년 이내로 중도 해지했을 때 환급금이 원금에 미치지 못한다. 보험 가입을 앞두고 있다면 가입 전 미리 공시를 통해 저축보험 납입보험료 대비 적립금 수준을 파악해 가입단계부터 민원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가령 조건이 비슷한 저축성보험 A와 B 중 A의 실제 적립률은 90%, B는 110%라면 소비자는 적립률이 더 높은 B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