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라이프 & 싱글 비즈]Part 1 싱글, 싱글을 만나다…지금보다 더 행복해진다면 커플 “OK”
입력 : 2012.12.03 17:39:43
수정 : 2012.12.26 18:17:07
남자는 중견기업 과장이다. 입사한 지 7년째인 올 초에 승진했다. 동기들보다 늦은 승진이지만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직장생활이란 선배들의 충고에 몸조심 마음조심을 되뇌고 있다. 입사 이후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이 반복되는 탓에 직장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한 그는 6년째 독수공방이다. 어느덧 30대 중반, 혼자 살고 있지만 공사가 다망한 일상에 외롭거나 슬플 겨를 없이 하루가 짧다.
여자의 삶은 말 그대로 FM이다. 아니 그랬었다.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해 휴학 없이 졸업,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세상을 다 얻을 것 같았던 그 시절, 그녀는 또 하나의 결단을 내렸다. 부모님의 만류에도 독립해 자신만의 공간을 꾸렸다. 내년이면 싱글라이프 11년차를 맞는 베테랑이자 골드미스다. 두 사람이 만나 30대 중반, 혼자 사는 삶의 희로애락에 대해 시시콜콜한 수다를 나눴다. 둘 다 훤칠한 외모임에도 사진촬영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유인 즉 “나이 들어 혼자 사는 걸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만큼 쿨하지 못한 사회에서 노출이라니” “혼자 사는 걸 전국적으로 자랑하는 건 지구인이 아니라 화성인 아닌가” 등으로 요약됐다.
남 이제 12월이니 또 다시 연례행사가 시작될 것 같은데…. 새해에 명절까지, 일가친척 잔소리 시즌이다. 35세까진 여기저기 소개해준다는 곳도 많았는데 37세를 앞두고 있으니 소개팅 주선도 많이 줄었다.
여 남자의 30대 중반과 여자의 30대 중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30대 중반을 앞둔 나로선 소개팅은 가뭄에 콩 나는 일이다. 선보란 얘긴 수도 없이 들었는데,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은 왠지 거북스럽다.
남 30대 중반인 남자들이 소개팅 대상 아닌가.
여 글쎄… 다 그렇진 않겠지만 요즘 남자들이 어디 그런가. 소개팅 주선을 받으면 어떤 사람이냐가 아니라 몇 살이냐를 먼저 물어본다. 게다가 요즘은 SNS나 카카오톡에 노출된 사진을 보고 외모까지 파악하고서야 약속을 잡으니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30대 중반 이상 남자들은 연애보다 결혼에 대한 강박이 은근히 심한 것 같다.
남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여자는 안 그렇다?
여 여자도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주변에는 결혼보다 마음이 맞는 이와 만남이 우선이다.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 노처녀라 불리지만 평생 같이 살 사람을 쫓기듯 만나서야, 그건 아니지 싶다. 그렇다고 연애가 우선이냐? 꼭 그렇지도 않다. 지금까지 별 불편 없이 살았는데 뭘.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면 몰라도 억지로 만날 생각은 없다.
남 주변의 성화가 만만치 않을 텐데.
여 잔소리 시즌이 시작된다고 했는데, 내 주변 친구들은 그 시기가 해외여행 시즌이다. 설 연휴나 추석 연휴는 싱글들만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 상품을 이용한다. 친구 두어 명이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적당히 즐기고 쇼핑하고선 돌아온다. 몇몇은 한 달에 20만원씩 1년 만기 적금을 들기도 하고 내 경우는 연말 성과급 중 일부를 여행경비로 쓰고 있다. 그건 오롯이 나를 위한 투자비용이다. 아, 또 몇몇은 그 기간이면 호텔로 직행한다. 요즘은 연휴만 되면 싱글패키지가 나오더라고.
나를 위한 투자가 우선남 역시 골드미스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여 직장생활 10년차가 넘어 생기는 여유겠지. 결혼한 친구들은 남편에 아이에 지출비용이 많지만 싱글인 나로선 내가 우선이니까. 남자도 마찬가지 아닌가.
남 남자들끼리 해외여행에 나서는 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주말에 취미생활을 공유하긴 한다. 싱글인 친구들과 골프나 등산에 나서는 게 또 하나의 재미지. 월급 받아 부모님 용돈 챙겨드리고 몇 군데 보험이나 적금으로 빠져나가고 나면 결혼한 친구들보다 여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주중에도 한 잔 할 일이 있으면 거나해지는 것보다 골프존 같은 곳에서 가볍게 한잔하며 게임하는 게 코스가 된 것 같다.
여 벌써 노후를 대비하는 건가.
남 벌써라니. 내 미래에 대한 대비인데 소홀히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건 골드미스들이 더 확실하다던데.
여 사실 보험이나 적금은 기본이지. 남자들 중에는 30대 중반이 되도 ‘결혼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면서 오늘 벌어 오늘 쓰는 이들도 있던데, 여자들이 볼 때 그런 남자들은 아무리 멋져도 돌아서면 뒷담화 대상이다.
남 그러고 보니 몇 년 전부터는 생활하기도 편해진 것 같다.
여 어떻게 알았는지 요즘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싱글을 위한 이벤트가 진행된다는 브로슈어가 자주 집으로 날라온다. 빅데이터의 위력이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건가.
남 예전엔 혼자 옷을 사러간다거나 장을 보는 게 뻘쭘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매장에서 적극적으로 챙겨주더라고. 그런 불편함이 전혀 없는 걸 보면 싱글을 대하는 전략이 달라진 것 같긴 하다.
여 그러게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1인용 가전이나 생활용품이 쏟아져 나온 것 같은데 얼마나 유용한지. 마트에서 파는 과일이나 식재료도 1인용으로 나눠놔서 먹고 입고 쓰는데 별 불편함이 없다. 요즘 재래시장으로 가자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가격 면에선 그러고 싶은데 한번 사는 양이 내겐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마트를 이용할 때도 있다.
남 난 반값 TV나 스마트폰 도킹 오디오를 유용하게 쓰는데, 여자들은 어떤가.
여 우선 캡슐커피머신이나 무선청소기는 다들 있는 것 같고, TV는 ‘고장 나면 어쩌나’란 생각에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 같다. 요즘은 1인용 세탁기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다.
일과 결혼, 그건 경중 없이 중요한 일남 간혹 커리어우먼의 결혼 부담에 대한 얘기가 들리기도 하던데.
여 아직 우리 사회는 여자의 사회생활에 대한 시선이 평등하지 않다. 누군가 내 경우만 그렇다고 말한다면 반박하고 싶은 생각조차 없다. 여성임원이 많지 않은 건 차치하더라도 정년퇴직하는 분들 중에 여자 선배를 찾아 볼 수 없으니. 결혼과 육아가 어쩔 수 없는 족쇄란 말도 많은데, 남자와 여자가 서로 분담하지 않고선 살 수 없는 사회가 21세기 아닌가. 일과 결혼은 경중 없이 중요한 일이다. 여자라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남자보다 작을까.
남 남자들의 시각이나 생각도 많이 바뀐 게 사실이다. 집안일이나 육아는 분담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니. 오히려 남자들은 결혼 이후 출산에 신경 쓰는 이들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여자의 나이에 민감한 건지도 모르겠다.
여 최근에 한 친구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종합병원에서 출산했는데 산모들 나이를 보곤 깜짝 놀랐다던데. 30대 중반이 가장 많았고 40대 초반 많게는 50대 초반까지 있었다고. 초혼연령이 높아지면서 초산연령도 높아진 게 사실이다. 뭐, 상대방이 그게 부담이라고 해서 세월을 거스를 수도 없는 것이고. 그건 패스(웃음).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