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기차 브랜드의 한국 진출에 대해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국가 브랜드와 자동차 브랜드는 전혀 다르다”며 “이미 친숙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시장 안착이 속도를 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Q BYD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데요.
A 지커 같은 지리자동차의 고급 브랜드도 BYD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시장이 고관세로 막히다 보니 중요한 선진 시장 중 소비자 성향이 까다로운 한국을 공략해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죠.
Q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강점을 꼽는다면.
A 상용차나 승용차 구분 없이 전방위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요. 배터리나 가격경쟁력이 우리보다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Q 기술력에선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A 이미 앞선 분야도 있습니다. BYD는 최근에 ‘슈퍼 e 플랫폼’을 발표하며 단 5분 충전으로 약 400㎞를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어요. 또 LFP나 NCM 배터리 모두 완성도나 가격경쟁력이 높죠. 요즘엔 자동차가 움직이는 가전제품이 됐는데, 그만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자율주행부터 인공지능(AI)에 이르는 기능이 추가돼야 하는데, 이러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은 중국이 우리보다 2~3년이나 앞서 있습니다.
Q 국내 자동차 업계에 가장 시급한 대응책이라면.
A 완성차업체뿐만 아니라 정부의 산학협동 지원이나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구조를 바꾸는 게 정부의 숙제죠. 규제보다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의 정책이 앞서야죠. 법인세나 산업용 전기요금은 2~3년 사이에 2~3배가 올랐어요. 산업 재해와 관련한 형사 처벌조항도 선진국보다 50배나 높은 상황이에요. 글로벌시장의 자국 우선주의에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 쪽으로 공장이 빠져나가면 산업 공동화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됩니다.
Q 업계선 대부분의 중국 브랜드가 국내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A 결국 다 들어올 겁니다. 일부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범위를 넓혀갈 거예요. 예전엔 ‘메이드 인 차이나’란 국가 브랜드가 시장에 정착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국가 브랜드와 기업의 브랜드는 전혀 다릅니다. 이미 BYD나 지커 등의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소비자의 인식 정도가 다르죠. 다만 BYD의 중저가 모델인 ‘아토3’는 싸고 괜찮다는 이미지로 승부하고 있지만 지커는 1억원이 넘는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어요. 그건 다른 문제가 될 겁니다. 가성비란 고개를 넘을 시간이 분명 필요할 거예요.
Q 현대차와 기아의 대응도 관심사 중 하나인데요.
A 일단 중저가 브랜드나 차종이 나와야죠. 기아의 경우 ‘EV3’나 ‘EV4’로는 가격이 너무 높아요. ‘EV1’과 ‘EV2’ 같은 작고 저렴한 전기차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2900만원대의 아토3와 경쟁할 수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