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자산가들의 재테크 고려 수단 ‘1순위’였던 꼬마빌딩(건물 연면적 3300㎡ 이하) 시장이 올들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압구정·반포 등 강남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100억원 내외에서 거래되는 등 몸값이 급등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주택 관련 세금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차익을 실현한 다음 꼬마빌딩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 지역 꼬마빌딩 거래량은 2023년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됐다. 주춤했던 매매 가격도 회복 추세다. 하지만 꼬마빌딩 시장이 활발했던 2021년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거래량이 여전히 적고, ‘선행 시장’이라 불리는 경매 시장에서도 여러 지표가 횡보 중이다. 투자 환경이 예민한 만큼 꼬마빌딩 투자에도 전략적 접근이 중요해졌다. 서울 핵심지 위주로 보증금 비율이 높아 초기 투자 비용이 적은 빌딩이나 경매와 급매물부터 관심을 가지면서 시장 흐름을 꼼꼼히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한 때다.
꼬마빌딩이란 일반적으로 연면적 500평 이하, 층수로는 7층 이하 건물을 말한다. 오피스텔과 상가, 중소형 오피스 등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고 도심 지역이나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에 주로 위치한다. 대규모 빌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접근 가능해 자산가들에겐 항상 관심의 대상이다.
기준금리가 1%대 중반 이하였던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꼬마빌딩 투자 열풍은 대단했다. 대출 금리가 낮다 보니 임대료 수익률이 2%대여도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매매금액의 60%까지 대출할 수 있었고, 신용도가 좋은 법인의 경우에는 80~90%도 가능했다. 아파트처럼 1년 이내에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단타족’이 나타나기도 했다.
꼬마빌딩 투자의 장점은 이 밖에도 많았다. 주택과 달리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고, 종합부동산세도 토지 공시지가가 80억원 이하일 경우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꽁꽁 묶었던 아파트 등 주택 분야보다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았던 셈이다.
상황이 바뀐 것은 2022년 하반기였다.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올랐는데 건물 임대료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거래량이 폭삭 주저앉았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2021년 3717건이었던 서울 꼬마빌딩 거래량은 2022년 2156건, 재작년에는 1425건까지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2년 만에 60% 이상이 급락한 셈이다.
금리인상 쇼크가 상당 부분 지나간 후 2024년 꼬마빌딩 시장은 전년보다는 확실히 좋아진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거래량은 2061건으로 전년보다 45% 가량 늘었다. 서울 상업·업무용 빌딩 전체 매매 거래량을 들여다봐도 동일한 추세다.
가격도 다소 회복했다. 매경부동산사업단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중소형 빌딩 가격(3.3㎡당 평균)은 지난해 8824만원으로 2023년(7511만원) 대비 17.5% 올랐다. 2023년 가격이 2022년보다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특히 대형 빌딩보다 꼬마빌딩 투자가 두드러졌다. 50억원 미만 빌딩 거래가 전체 거래의 약 60%를 차지했다.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빌딩까지 합치면 비중은 무려 80% 선을 넘어선다.
이처럼 꼬마빌딩의 인기가 늘어난 데는 단기간에 올랐던 금리가 지난해 소폭 조정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낮아진 금리에 코로나19 이후 상가들의 공실률이 줄어들며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수익이 크게 개선된 점이 자산가들의 매수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3분기 6.31%이던 서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3년 3분기 5.83%, 2024년 3분기 4.94%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전문가들도 꼬마빌딩 시장이 어느정도 바닥을 찍었다고는 판단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회복 추세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서 강남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늘어나 2021년 10.8%에서 2024년 16%까지 늘었다. 지난해 강남구 꼬마빌딩 거래 건수는 모두 327건으로 전년(187건)보다 140건이나 늘었다.
서울서 꼬마 빌딩이 많이 거래되는 상위 6개구(강남 용산 서초 종로 중구 마포)를 뽑아서 봐도 비슷한 경향이 나온다. 이들 6개구의 거래량은 1110건으로 지난해 서울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 전역으로 보면 꼬마빌딩 시장이 침체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상위 지역의 ‘고공질주’가 이어지면서 그나마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경매시장을 봐도 믿을 만한 회복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 경매는 일반 매매시장보다 6개월 정도 분위기를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해 서울 꼬마빌딩 경매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매달 큰 진폭을 보였다. 심지어 지난해 10월에는 낙찰이 한 건도 없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꼬마빌딩은 2021년 상반기에 거래량, 거래금액 모두 정점에 도달했다가 2023년 하락했지만 주택 시장과 달리 가격이 급하게 떨어지진 않았다”며 “시장에선 가격 수준에 대해 여전히 높다는 시각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2022년 초만 하더라도 대출금리가 3% 내외였는데 현재 꼬마빌딩을 대출받아 매입한다면 5%대는 예상해야 한다. 그나마 6~7%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다소 진정된 것이다. 대부분 대출을 일으켜 매입하는 꼬마빌딩은 다른 형태 부동산보다도 금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꼬마빌딩 회복세를 더디게 만든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관세전쟁을 시작했다. 높은 관세는 환율 변동성을 촉발시켜 환율 상승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게 된다.
실제로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치도 보수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 중 5곳이 미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횟수를 0~1회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절반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1회 이하로 예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예민할 때 빌딩 투자는 무엇보다 ‘잃지 않는 투자’가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투입되는 금액이 큰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투자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명확한 입지 분석 없이 섣불리 매수했다간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시점에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우선 비슷한 입지의 매물이라면 보증금 비율이 높아 초기 투자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빌딩이 유리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서울 핵심 상권 내 대로변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대형 빌딩 뒷골목에 있는 꼬마빌딩이나 개발 규제가 완화되는 서울 구도심 꼬마빌딩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관심 있는 지역을 미리 정하고 급매물이 나오는지 모니터링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급매물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과연 얼마까지 하락한 매물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예상 가격선을 정해놓은 후 급매물이 나오면 빠르게 결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면 올해 상반기까지는 추이를 지켜보고 하반기에 움직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매 시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경매 시장이 완벽하게 회복했다는 신호는 주지 못했지만 서울 역세권이나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의 꼬마빌딩은 경매에 나오면 응찰자가 수십 명씩 몰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챙겨야 할 포인트는 건물의 임대수익률보다는 자본 차익을 눈여겨보라는 점이다. 현재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임대수익률이 2%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랑 비교해도 큰 메리트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건물에 투자할 때는 3%대 임대수익을 목표로 하되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건물을 매입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꼬마빌딩 투자를 고려할 때는 겉으로 드러난 수익률을 맹신하지 말고, 반드시 주변 임대시세를 조사한 후에 임대료가 적정한지 확인하고 매입을 해야 안전하다. 건물주가 매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가장 임차인을 내세워서 임대수익률을 일시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상태를 철저히 점검해 유지보수 비용을 보수적으로 설정해 놓는 것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누수 여부 체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임채우 위원은 “당장 임대수익률은 낮지만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료를 높일 수 있고, 해당 지역의 상권이 좋아지면서 자산가치 상승 여력이 있는 곳을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