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미식 행사인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이 지난 3월 26일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렸다.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은 미쉐린 가이드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식 평가 가이드. 전 세계 27개 지역에서 셰프·식당 경영자(34%)와 음식 평론가(33%), 미식가(33%) 등 1080명의 선거인단이 18개월 내 방문한 식당 중 10위까지의 순위를 선정해 제출하면,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가 집계한 후 산정한다. 2013년에 시작된 이 행사는 아시아 주요 관광도시를 거쳐 올해는 국내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됐다. 서울시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주관한 이 날 행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에는 바비큐부터 발효음식까지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참으로 많다”며 “선정된 식당들에 축하 인사를 전하고 서울을 구경하며 돈도 많이 쓰시라”고 웃으며 바람을 전했다.
윌리엄 드루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콘텐츠 디렉터는 “아시아 19개 도시의 다양한 레스토랑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며 “올해는 8개의 뉴 엔트리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올해 아시아 1위 베스트 레스토랑에는 일본 도쿄의 ‘세잔(Sezanne)’이 이름을 올렸다. 포시즌스 호텔 도쿄 7층에 자리한 이곳은 다니엘 캘버트 셰프가 일본 현지의 최상급 식재료로 클래식함이 돋보이는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요리 외에도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빈티지 샴페인 컬렉션, 수제 스파클링 와인, 빈티지 퀴베 등 다양한 주류를 경험할 수 있다. 2022년 17위로 데뷔한 후 지난해 2위, 올해 베스트 레스토랑의 타이틀을 얻게 됐다.
2위에 오른 레스토랑 ‘플로릴레지(Florilege)’도 일본 도쿄에 자리했다. 도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아자부다이 힐즈의 프렌치-재패니즈 퀴진으로 이름 높은 곳이다. 특히 가지, 버섯, 콩 등 식물성 재료를 사용한 메뉴가 주목받고 있다. 2018년 2개의 미쉐린 스타를 획득했다.
3위를 차지한 태국 방콕의 ‘가간 아난드(Gaggan Anand)’는 동명의 셰프가 인도 음식 문화를 선보인다. 이미 너무도 유명한 가간의 일대기는 넷플릭스의 ‘셰프의 테이블’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풍부한 인도 요리의 유산을 분자요리 등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한 20여 가지의 코스요리가 이 레스토랑을 수년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오르게 했다.
4위는 홍콩의 ‘더 체어맨(The Chairman)’이 주인공이다. 전통적인 광둥 요리를 내는 이곳은 2021년 1위에 오른 홍콩 최고의 맛집이다. 바삭한 숙성 장어와 꽃게찜 요리가 첫손에 꼽히는 메뉴다. 재료가 고급스럽진 않지만 독특한 요리법으로 맛을 더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레스토랑을 창업한 셰프 대니 입은 올 행사에서 광둥요리의 인식을 바꾼 공로를 인정받아 아이콘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됐다.
뒤이어 5위에 오른 중식당 ‘윙(Wing)’도 홍콩의 보석 같은 레스토랑이다. 지난해 순위보다 무려 32계단이나 껑충 오르며 대한항공이 후원하는 ‘순위 상승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홍콩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비키 챙 셰프가 이끄는 이 레스토랑은 프랑스-중국 스타일의 요리로 명성을 얻었다. 챙 셰프는 연구를 통해 중국 요리를 독학했다고 알려졌다.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는 10위 안에 도쿄 3곳, 오사카 1곳(‘라 시메’)이 포함되며 일본 레스토랑 4곳이 선정됐다. 태국의 방콕도 ‘가간 아난드’를 비롯해 ‘누사라’ ‘슈링’ 등이 각각 6위와 7위에 오르며 총 3곳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1~50위 순위에는 총 4곳의 국내 한식당이 선정됐다. ‘밍글스’(13위), ‘세븐스도어’(18위), ‘온지음’(21위), ‘모수’(41위) 등이 주인공. 그중 밍글스와 온지음, 모수는 지난해에도 30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 행사에 앞서 발표된 51~100위에 ‘이타닉 가든’(62위), ‘본앤브레드’(64위), ‘솔밤’(65위), ‘권숙수’(89위), ‘알라 프리마’(91위) 등 5개 레스토랑이 순위권에 들었다. 베스트 10에 선정되진 못했지만 100위권 안에 한식당이 9곳 포함된 셈이다.
밍글스
한국의 장과 다양한 허브, 재철 식재료를 활용해 아시안 창작요리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초창기부터 뚜렷한 한국적 색채를 기반으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문 강민구 셰프는 전복 배추선, 어만두 등 독특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67길 19 2층|02-515-7306
세븐스도어
일곱 번째 문을 의미하는 세븐스도어는 김대천 셰프가 인도하는 미식의 여정을 표현했다. 그는 한식의 특징인 발효와 숙성을 주제로 자신만의 노하우와 정성을 담아 요리에 쓰일 재료를 준비한다. 맛의 5가지 표현과 요리의 주제인 발효와 숙성 그리고 셰프의 감각, 이 7가지 테마의 어우러짐은 미식의 즐거움을 기대하게 한다.
서울 강남구 학동로97길 41 4층|010-9660-3011
온지음
온지음은 ‘올바른 방법으로 창조하는 것’이란 의미의 우리말이다. 경복궁 돌담길의 전통미와 현대적인 주택가가 멋스런 곳에 자리한 이곳은 식문화 연구소이자 한식 레스토랑이다. 조선 왕조 궁중 음식 이수자, 조은희 방장과 박성배 연구원 그리고 이들이 이끄는 젊은 팀원들이 한식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뚜렷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음식에서 한식의 뿌리를 깨달을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효자로 49 4층|02-6952-0024
모수
2017년 개업한 이후 지난해 미쉐린 3스타에 오른 ‘모수’는 올 1월 일시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다. 모수를 이끄는 안성재 셰프는 오는 6월경 같은 동네에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다. 모수는 이번 행사에서 50개 레스토랑 셰프들이 선정한 ‘셰프들의 선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 셰프는 “아시아에서 50위 안에 드는 것인 만큼 1~50위 모든 셰프에게 영광스러운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안재형 기자 · 사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제공]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