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야 대선주자 간 경쟁도 눈길을 끈다. 전 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은 역대 정부마다 명운을 가를 정도로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기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수도권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4기 신도시 건설로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4월 자신의 SNS에 “교통이 편리한 곳에 4기 신도시 개발을 준비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에게 쾌적하고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적었다.
부담 가능한 주택 유형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초기 목돈이 적어도 분양이 가능한 여러 주택 제도를 거론한다. 뉴홈 나눔형이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등이 확대 공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관심인 입지와 관련해서는 지난 정부가 지난해 11월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총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일부인 5만 가구 공급 계획만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경기 고양 대곡지구, 의왕 오전왕곡지구, 의정부 용현지구가 그 대상이다.
정부는 나머지 3만 가구에 대해선 올해 상반기 안에 수도권 그린벨트를 추가로 더 풀어 공급하겠단 입장을 보였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미 어느 정도 후보지가 추려지고 상당히 발표 준비가 됐을 해당 입지를 4기 신도시로 명명하지 않겠냐는 전망인 셈이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에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및 공공임대 비율 단계적 확대’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에 4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공공임대주택 건설 비중이 늘어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식 선거 책자엔 ‘재개발·재건축 규제 합리화와 지원 확대’란 공약도 담겼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 재정비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는 그간 민주당 정권이나 지자체장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에 무게를 실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다만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공공기여가 필요하단 입장은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재건축·재개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규제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 후보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비롯한 세금 문제는 아예 부각하지 않는 선거 전략도 편다. 세제 등 규제를 활용해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려다가 집값이 크게 오르는 사태가 벌어진 문재인 정부 때와는 접근법을 다르게 가져간 셈이다.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위주로 바뀌고 있단 점을 고려한 공약도 있다. 월세 세액공제 대상자와 대상 주택 범위를 늘리겠다는 약속이다. 현재는 무주택 세대주이면서 연소득 8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기준시가 4억원 이하 주택을 임차할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여러 공약도 제시했다. 먼저 이 후보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임기 안에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을 건립하겠단 의지다. 이른바 ‘5극 3특’ 제도도 추진한다. 5극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5대 초광역권을, 3특은 제주·강원·전북특별자치도를 뜻한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을 겨냥한 주택 공약을 폭넓게 내놓았다. 먼저 청년과 신혼·육아부부를 위한 주택을 매년 20만호 공급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임기 5년간 100만호를 공급하겠단 것이다. 주거비 지원도 포함됐다.
이른바 ‘3·3·3 청년주택 공급’ 공약이다. 결혼하면 3년, 첫 아이 낳으면 3년, 둘째 아이 낳아도 3년. 이렇게 총 9년 간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택을 매년 10만호씩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주택에 대해, 어떻게 주거비를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대학가에 ‘반값 월세구역(존)’을 지정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기도 하다. 수도권 GTX역사 주변에 있는 공공 유휴용지에 기숙사를 건립할 수 있는지도 살필 방침이다.
재건축·재개발 신속 추진을 공약화한 건 김 후보도 마찬가지다. 각종 규제를 면제하는 한국형 화이트존을 도입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이 후보와 달리 김 후보는 재초환 폐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세제 개편에 대한 공약도 김 후보의 차별점이다.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고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폐지하겠다는 게 골자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비수도권 주택에 대해선 취득세를 면제하겠다는 것도 주목된다. GTX 모델을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장해 전국급행철도망을 구축한다는 공약도 있다. 수도권·부울경권·대구경북권·충청권·광주전남권으로 묶어 초광역권 메가시티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후보도 GTX 건설 확대에 적극적이다. 이 후보는 수도권 외곽과 강원까지 연장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인천과 경기, 강원을 경강선으로 연결하고 경기 북부 접경지까지 KTX와 SRT를 연장 운행하는 공약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생애주기에 맞춘 부동산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생애주기 맞춤형 세금 감면에 나설 계획이다. 사회초년생이 생애 최초로 집을 사면 취득세를 50% 감면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신혼부부가 결혼 후 7년 이내에 전용 59㎡(약 25평) 이하 주택을 취득하면 취득세와 양도세도 감면한다. 자녀가 2명 이상 있는 가구는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20억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나아가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오래 산 주택을 팔 때는 세금 공제를 확대해줄 방침이기도 하다.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전용 59㎡ 주택 물량을 집중 공급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대폭 부여하는 내용의 공약도 제시했다. 해당 면적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게 이유다.
[이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