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 중 하나는 서울 양천구 목동이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개 단지가 정비구역으로 모두 지정되면서 재건축 작업이 본격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고 49층 높이의 아파트가 즐비한 5만 3000여 가구 신도시급으로 탈바꿈하려는 계획이 출발한 셈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는 지난 5월 조합까지 설립됐고, 설계사 및 시공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목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민들 사이에서 드디어 재건축 작업에 들어간다는 기대감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392개 동에 달하는 이곳 초대형 단지는 초등학교 10개, 중학교 6개를 끼고 양천구를 넘어 서울 서남권 주택 시장을 대표한다. 강력한 학원가를 강점으로 내세워 서울 영등포·여의도는 물론 인천·부천·안산·광명·김포 등 수도권 서부 지역의 상류층이 좀 더 나은 주거 환경과 교육 환경을 찾아 들어왔다.
저층(5층) 아파트와 중·고층(15~20층) 아파트가 섞여 있어 14개 단지 용적률이 대부분 110~140%대로, 서울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재건축 사업성이 우수한 편이다. 3종 주거 지역은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임대주택’ 없이도 250%까지 용적률을 올릴 수 있으니 공간을 2배 이상 확대할 수 있다. ‘실거주 가치’와 ‘투자 가치’를 동시에 노리는 사람들이 목동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단지마다 장점과 단점이 명확해 1단지부터 14단지까지는 시공사와 평면, 조경이 모두 다르다. 행정구역은 1단지부터 7단지까지가 목동이고, 8단지부터 14단지까지는 신정동이다. 지하철 5호선이 지나는 오목로를 경계선으로 목동에 위치한 단지는 ‘앞단지’라 부르고, 신정동에 위치한 단지는 ‘뒷단지’라 부른다. 지금까지는 학군이나 학원 쪽에서 우위에 있는 앞단지가 시세를 이끌었는데 재건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뒷단지가 많이 따라왔다.
단지마다 특징, 장점과 단점이 뚜렷해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목동1단지는 9호선 신목동역 역세권이다. 역까지 걸어서 5~15분 거리라 지하철 접근성이 좋지 않은 목동에선 가장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안양천길, 서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에 접근하기도 편리하다. 다만 인근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소음과 환경 유해성에 대한 우려는 늘 문제로 지적된다. 이 같은 단점 때문에 목동 14개 단지 중에선 선호도가 낮았지만 9호선 개통 이후부터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열병합발전소 때문에 난방비 할인 혜택 등을 받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2·3단지는 전통적으로 목동에서도 알아주는 단지였다. 파리공원이 근처에 있고 월촌초, 월촌중, 영도초, 신목중 등 목동에서도 유명한 학교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인근 근린상가에 목동 중심 학원가가 조성돼 있어 걸어서 접근할 수 있다.
목동 1~3단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용도지역 상향 문제였다. 2004년 종세분화 당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결정돼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높이려면 일정 비율 이상을 임대 주택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지난해 서울시와 양천구는 임대주택 대신 1~3단지를 둘러싸고 모두 7.7㎞ 길이의 선형 공원을 조성해 공공기여하는 것으로 종 상향 조건을 바꿨다. 큰 위험 요소가 사라지자 목동 2단지와 3단지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3단지 근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3단지는 종상향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목동에서도 대표 단지로 꼽히는 5단지와 비교됐다”며 “녹지공원으로 공공기여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에 상당히 도움이 될 듯하다”고 밝혔다.
4·5단지는 북쪽으로 목동 중심 학원가, 남쪽으로 현대백화점 목동점 및 CGV, 행복한백화점, 교보문고 등이 밀집한 중심상업지구와 모두 가깝다. 5단지는 용적률이 117%로 목동 14개 단지 중에서 가장 낮다. 다른 지역과 맞붙은 1~4단지와 달리 동서남북 사면이 모두 목동 택지지구로만 둘러싸여 있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자랑한다. 사실상 7단지와 함께 목동 아파트 시세를 이끌었던 단지라 할 수 있다. 4단지는 1382가구로 목동에선 소형 단지로 분류된다. 이곳은 단지 남측으로 국회대로가 지나가는데 최근 이를 지하화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방음벽이 걷히고 공원이 조성되면 7단지·홈플러스와 4단지를 단절했던 보행 동선이 살아나는 셈이라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2029년까지 공원 조성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6단지는 용적률이 139.08%로 목동 아파트 중에선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독보적인 사업 속도를 자랑하면서 재건축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이 단지는 이대목동병원과 경인초, 양정중고가 붙어 있고 일부 가구는 재건축 설계에 따라 안양천 조망도 가능하다. 학세권·병세권·강세권 등 이른바 ‘3세권’ 입지라 실거주 가치가 꽤 높다는 평가다. 또 정비계획에서 마이스(기업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단지로 개발 예정인 목동종합운동장·유수지와 연결하기 위해 국회대로 상부에 입체 보행육교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안양천 인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한 부분도 눈에 띈다.
7단지는 목동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목동오거리, 5호선 오목교역·목동역에 접해 있다. 단지 규모가 2550가구로 목동 14개 단지 중에서 두 번째로 큰 데다 용적률도 124.76%로 뛰어나다. 가장 넓은 평형이 30평대에 불과해 예전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단지 주변에 하이페리온 1·2차와 트라팰리스 등 고급 주상복합이 들어서면서 단숨에 핵심 단지로 떠올랐다.
이 아파트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오목로를 사이에 두고 단지가 두 개로 쪼개져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 공람을 마친 정비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재 731~734동이 위치한 땅을 공공기여받아 중학교 등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계획대로 마무리될 경우 단지 배치 측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목동8단지는 7단지와 마찬가지로 현대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목동예술인센터 등 오목교역 일대에 집중된 편의시설을 이용하기가 상당히 편한 입지다. 진명여고가 걸어서 접근 가능하다. 다만 저층 아파트 없이 중·고층으로만 이뤄져 있어 용적률이 높다는 게 단점이다.
9단지 아파트는 서울남부지검, 서울남부지법을 끼고 있어 목동에선 ‘법조단지’로 불린다. 2030가구로 뒷단지 중에선 중심 역할을 하던 곳이다. 이 단지는 2020년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해 사업을 다시 재개한 후 다른 단지들을 따라붙고 있다.
9단지 옆에 붙은 10단지는 2호선 지선 신정네거리역이 동별 위치에 따라 5~10분이면 걸어서 접근 가능하다. 신서초, 양명초 등이 주변에 있고 2160가구 대단지다.
11단지와 12단지는 목동 신시가지단지 중 가장 외곽에 있다. 김포공항을 오가는 비행기 소음에 노출된 데다 11단지의 경우는 생활권이 목동보다는 구로구 고척동에 가까워 동일 평형 기준 아파트 가격이 다른 단지보다 낮았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매매가격은 저렴한데 대지 지분이 다른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11단지와 12단지는 27평(공급평형) 기준 대지 지분이 각각 70.6㎡와 67.3㎡로 14개 단지 중에서 1·2위다. 20·27평 등 소형 평형만 있는 점도 시세에 눌림목으로 작용했지만 주민 의견 모으기가 쉬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강점이 됐다.
13·14단지는 2호선 지선 양천구청역이 가깝다. 14단지는 목동 아파트 중에선 유일하게 3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다.
재건축 이후에는 5000가구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로 탈바꿈한다. 일부 가구는 재건축 이후 안양천 조망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3단지 역시 2280가구로 규모가 크다. 두 개 단지는 직선거리로는 오목교역에 가깝지만 버스를 이용하면 신정교 방향에서 한 정거장이면 갈 수 있는 신도림역(1·2호선)이 접근하기 더 쉽다.
다만 기존 용적률이 13단지는 161.25%, 14단지는 145.76%로 다른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목동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방통행 도로다. 4~6차로 일방통행 도로가 곳곳에 깔려 있어 보행자에겐 유리하지만 운전자에겐 쉽지 않은 지역이다. 지금도 이 일대는 택시기사들이 별로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2022년 통과시킨 ‘지구단위계획안’에는 목동 도로 체계에 일방통행방식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 있다. 다만 재건축 이후 교통량 증가를 감안해 주요 도로 폭을 넓힌다는 계획은 포함됐다. 현재 4차로인 목동아파트 일방통행 도로를 5차로로 만들고 주변 도로인 목동중앙로, 중앙로32길, 목동로8길 등도 1개 차로씩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목동신시가지 1~14단지 아파트가 재건축되면 가구 수가 현재의 2배 가량인 5만 3000여 가구까지 늘어난다.일각에서 이 정도 도로 용량으로 늘어난 인구를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목동 아파트의 또 다른 단점은 지하철 접근성이다. 일대를 지나는 지하철 역이 5개라지만 양천구청역과 신정네거리역은 2호선 지선역이라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9호선 신목동역도 북쪽에 쏠려 있어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단지는 사실상 1단지밖에 없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전철 목동선을 들고 나왔다. 2019년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청사진까지 공개했다. 신월동~당산역 10.87㎞ 구간에 12개 정거장이 설치되는데 화곡로입구교차로, 신트리공원, 오목교역, 한가람고교, 당산역 등을 경유하는 방안이었다.
문제는 목동선이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목동 지역 재건축 이후 전망이 반영되지 않았고, ‘ㄴ’자로 꺾인 노선이 경제성 측면에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는 사업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 이른 시일 안에 목동선을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예비타당성조사 지침상 노선의 대대적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난항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또 목동 재건축과 개발 계획이 초창기 단계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견이다. 특히 재건축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돼도 조합 구성, 사업시행·관리처분 등 각종 인허가와 분양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비구역 지정부터 새 아파트 입주까지 ‘걸림돌’ 하나 없이 순탄하게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10~15년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각종 규제도 걸림돌이다.
우선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모두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갭투자’(전세를 끼고 사는 매매)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10·15 대책’으로 양천구가 투기과열지구로 다시 지정되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항이 부활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도 겹겹이 쌓여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실거주하면서 투자 가치도 노린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섣불리 매수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손동우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