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1살이 된 김정철 씨는 지난 4월 경기도 구리시에 165㎡의 대지를 샀다. 그 흔한 개발호재 정보에 혹한 것도 아니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내 집이 갖고 싶었다. 우선 토지담보대출로 잔금을 치른 김씨는 지인에게 건축가를 소개받아 7월부터 평생 살 내 집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씨는 “더 이상 아파트 전세에 연연하고 싶지 않았다”며 “아파트 값이 오를 만한 별다른 호재가 없다지만 사려고 보니 비싼 건 여전해 서울 외곽에 내 집을 짓자고 결심했다. 최근 건축가와 일대일 맞춤형으로 집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투자가 아닌, 평생 살 내 집을 직접 지으려는 이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재테크에 별다른 도움도 안 되는 데 굳이 아파트를 사야 하나’, ‘비싼 아파트 대신 내 가족이 오래도록 살 수 있는 집이 없을까’ 등의 심리가 주택 인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국토연구원이 국민 1590명을 대상으로 ‘현재 및 미래(30년 뒤) 거주 희망 주택’을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아파트 거주자는 64.1%, 단독주택은 14.7%에 달했다. 하지만 30년 후 미래에도 계속 아파트에 거주하겠다는 의사는 28.7%로 낮아진 반면 단독주택은 41%로 증가했다. 타운하우스나 테라스하우스에 살겠다는 응답도 0.4%에서 15.8%로 높아졌다. 가구와 설비를 갖춰 몸만 들어가면 되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선호도 또한 0.1%에서 5.9%로 크게 증가했다.
이용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래에는 소득 증가와 함께 1인, 2인 가구가 보편화되면서 단독주택 등 주택 유형이 다양화될 것”이라며 “대규모 획일적인 아파트 위주에서 친자연적 단독주택 등 자연회귀적 생활공간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지 지분이 적은 아파트는 시세가 떨어지고 있지만 토지 지분이 높은 단독주택은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심리에 매입을 고려하는 문의도 적지 않다. 일례로 지난 2006~200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3㎡당 500만원 대에 분양한 하남시 단독주택 용지는 최근 700만원 중반대까지 시세가 오르기도 했다.
마켓 3.0시대, 일대일 맞춤형 집짓기
건축계 일각에선 이른바 ‘일대일 맞춤형(Bespoke)’ 서비스가 건축분야에서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마켓 3.0시대에 건축분야도 이미 소비자의 개성을 100% 반영해 설계와 시공이 이뤄진다”며 “이젠 숨길 것도 숨을 수도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누군가 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으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다른 이들의 집짓는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고 비교적 명성이 깨끗한 업체에 설계와 시공을 의뢰한다는 것이다.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비교적 젊은 30~40대 건축주들의 의뢰가 늘고 있다”며 “자기 개성이 강한 1970년대 이후 X세대들이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를 바라보는 시기에 거주에 대한 의식이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과연 내 집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 도심과 외곽의 집은 각각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아파트 시세와 더불어 수익형부동산 또한 내리막길을 걷는 것일까. 지금부터 ‘내 집 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