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최초로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20일 오후(현지시간) 수도 아쉬하바 대통령궁에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장면1 한미정상회담
지난 4월 25일이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가졌던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현 정부 들어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청와대에서 열렸다. 2시간여에 걸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뒤 청와대 회견장에서 양국 정상이 나란히 섰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각각 이날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짧은 설명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회견장 우측에 앉아 있던 한국 기자들과 좌측에 앉아 있던 미국 기자들이 번갈아가며 2~3명씩 질문을 했다. 미국 기자단 중 ABC방송의 조나단 칼 기자는 당시 전 세계가 최고조의 관심을 갖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에 대해 물었다. 세계의 이목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대응조치에 집중된 때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다. 전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될 이슈였으니 당연하다. 신중한 어조로 답변을 시작했다. 그러나 워낙 첨예한 주제인지라 오바마 대통령의 답변은 신중하다 못해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칼 기자는 답답했는지 오바마 대통령이 답변을 하던 중 말을 끊더니 ‘(대통령이 얘기하는)제재조치가 러시아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싫은 기색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이날 미국 기자들은 대통령의 말을 끊기도 하고 심지어 농담조의 질문도 던졌다. 한 기자는 ‘(크림반도를 점령한)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물에 빠진다면 구해줄 겁니까?’라고 묻기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가 하와이 출신이라 수영을 잘 하는 것을 아시는군요. 그렇기 때문에 누가 물에 빠지든 전 뛰어들어가 구할 겁니다. 그게 푸틴 대통령이라도요”라고 재치 있게 답변했다.
기자들은 껄끄러운 질문을 던져댔고 오바마 대통령은 유머를 섞어가며 성실하게 답했다. 대통령이 마치 국민들 앞에서 자신이 ‘벌거벗겨지는 것’이 당연한 의무인 듯 행동했다. 여기에 즉흥적이고 재치 있는 답변을 하는 것이 자신의 권한인 양 말이다.
#장면2 한중정상회담
지난 7월 3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한해 박근혜 정부 들어 두 번째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언제나처럼 2시간여에 걸친 단독·확대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두 달여 전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청와대 회견장의 동일한 자리에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나란히 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10분간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주석은 비슷한 내용으로 8분간 역시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발언했다.
이후 “이상으로 기자회견을 모두 마친다”는 사회자의 말로 기자회견은 ‘끝’이 났다. 두 정상은 인사를 하더니 곧바로 퇴장했다. 기자회견이라기보단 두 정상의 일방적인 ‘낭독’이었다. 기자들은 질문할 기회조차 없었다. 50여 명의 기자단은 ‘병풍’역할만 했다.(청와대 기자단에선 실제 풀(Pool)취재를 담당하지 않으면서 참가해 머릿수만 채워주는 역할을 속어로 ‘병풍’이라고 부른다.) 사실 정상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사전에 예고가 됐었다.
청와대의 설명은 ‘중국의 관례상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제 맞는 말이기도 하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중국 지도자는 생방송되는 가운데 기자들의 자유로운 질문을 받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관제언론이 주도하는 중국에서 인사권자나 마찬가지인 국가정상이 짜인 각본 외에 질의응답을 원치 않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여튼 이날 기자회견은 두 달 반 전 미국정상의 기자회견과 대조적이었다. 특히 이날 기자들은 정상회담이 길어지면서 거의 한 시간 가깝게 기다려야 했다. 양국 정상의 ‘일방적인 낭독’은 TV로 시청하던 시청자들마저 ‘저런 경우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장면3 한-투르크메니스탄 정상회담
“어휴 나는 100미터를 뛰었네. 차를 거기 세우고 들어가라고 눈을 부라리니 대통령 타신 차량 쫓아가느라….”
6월 20일. 이름만큼이나 낯선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했을 때다. 환영행사장에서 때 아닌 대한민국 청와대 경호실 직원들의 ‘달리기’가 시작됐다. 우리 경호실 직원이 탄 승용차를 멀찍이 세우게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경호실 고위직들도 모두 뛰었다. 항의 전에 일단 대통령 경호가 급했다.
이날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카메라 위치도 통제했다. 양국 대통령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의장대 뒤쪽에 서도록 했다. 의장대가 지나갈 때마다 양국 정상은 가려서 찍을 수가 없었다. 물론 기자들의 항의는 안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