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상태로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IT 업체들이 손목 위를 정조준하고 있다. 각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IT기업들이 웨어러블 신제품을 내놓으며 스마트워치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웨어러블 손목시계 ‘갤럭시 기어’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경쟁자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6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I/O)에서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IT기업들이 공개한 웨어러블 워치 신제품만도 LG전자의 ‘G워치’와 삼성전자 ‘기어 라이브’, 모토로라의 ‘모토360’ 등 3종이나 됐다.
여기에 이미 스마트 워치를 내놓은 소니 화웨이 퀄컴 페블 등과 올 가을 내놓을 예정인 애플을 포함하면 10여 종에 달하는 스마트 워치가 소비자들의 손목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웨어러블 시장은 적도 없고 아군도 없는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구글이 모바일, 노트북에 이어 차세대 최대 먹거리인 웨어러블 시장에서도 OS로 점령하겠다는 전략을 앞세워 웨어러블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구글 I/O에서는 구글의 웨어러블 기기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웨어’와 함께 이를 적용한 삼성전자 ‘기어 라이브’와 LG전자 ‘G워치’가 차례로 소개됐다.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한 웨어러블 워치 제품들의 핵심기능은 음성인식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주로 쓰였던 일반적인 터치보다는 우리 신체에 늘 접촉하는 웨어러블 기기의 기능을 특화시키기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이들은 구글 나우, 구글 보이스 등 구글의 음성기능이 최적화돼 사용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뉴스나 쇼핑 정보 등 특화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케이 구글(OK Google)’이라는 간단한 음성 명령으로 기기를 활성화해 알람 설정, 일정 업데이트 등도 할 수 있다.
기어 라이브와 G워치는 퀄컴 스냅드래곤 400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4GB(기가바이트)의 저장공간, 512MB 기본 램 등 기본 사양은 유사하고, 생활 방수·방진 기능 등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기어 라이브는 타이젠 OS를 탑재한 ‘기어2’나 ‘기어 핏’과 비교해 카메라, 음악기능은 축소해 더 단순해졌다. 1.63인치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심박센서를 장착해 심박 정보를 바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LG전자가 선보인 첫 스마트 손목시계인 G워치는 디자인, 배터리, 호환성 측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1.65인치 LCD 스크린을 채용했고, 테두리 주변에 버튼이 없이 세련된 직사각형 디자인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24시간 내내 화면이 꺼지지 않는 ‘올웨이즈 온’ 기능은 언제든지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 웨어러블 기기로는 대용량의 400mAh(밀리암페어) 배터리를 탑재해 기어 라이브(300mAh)보다 오랜 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는 기어 라이브가 조금 작지만 해상도가 더 높다.
G워치는 지난 7월 8일 정식 출시됐다. 가격은 기어 라이브가 199달러(약 22만4000원)로, G워치 가격인 229달러(약 26만9000원)에 비해 30달러 저렴하다.
레노버에 인수된 모토로라도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의 스마트워치 ‘모토360’ 디자인을 공개하며 웨어러블 시장공략에 나섰다. 모토360은 직사각형 모양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다른 제품들과 달리 원형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스트랩(시곗줄)도 가죽 소재를 사용해 전통적인 아날로그시계와 가장 닮았다는 평가다. 이 제품 역시 음성인식 기능 ‘오케이 구글’이 제공돼 음성 명령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라이어 론 모토로라 웨어러블 총괄은 “모토360은 프리미엄 시계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안드로이드 진영이 대거 신제품을 선보인 가운데 애플도 첫 스마트 시계인 ‘아이워치’를 10월께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올 하반기 소비자들의 손목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은 당분간 4파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크기와 디자인을 다양하게 세분화한 제품 여러 개를 동시에 내놓을 예정이다.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하고 기존 스마트 시계와 차별화하기 위해 건강과 체력을 점검하는 10여 개의 센서를 장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ABI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약 5400만 대 규모에 머물렀던 웨어러블 시장 규모는 2019년에는 4억50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패션과 헬스 면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웨어러블 기기는 몸에 착용하는 제품이고, 일종의 패션 아이템이기 때문에 멋진 디자인은 필수다.
아울러 웨어러블 기기는 혈당, 혈압 등 자신의 건강 정보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 구글, 애플 등은 진작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오영아 DMC미디어 팀장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스마트 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기기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마트워치 생태계를 빠르게 장악한 구글·애플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도 내비치고 있다. 스마트워치 가격이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싸기 때문에 단말 업체들이 물건을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는 것과 달리 구글·애플은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빅데이터’ 장사 원천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IT업체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고 있지만 그게 최종 목표는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진짜 큰 시장은 어디에 있는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