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온도가 매년 상승하면서 기후변화를 막을 테크놀로지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 정부가 이산화탄소 발생을 막고자 각종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데다 더 이상 늦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부터 탄소중립기본법을 실시한 상태다. 그동안은 업체당 5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도 동시에 에너지 소비량이 200테라줄(TJ=에너지 단위) 이상인 업체만 목표 관리업체로 지정했는데, 이제부터는 온실가스 배출량만 갖고 관리업체를 지정하는 점이 다르다. 목표 관리업체로 지정되면, 온실가스 배출량과 목표 달성 여부 등이 매번 공개되기 때문에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 상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물리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4분의 1이 국경을 넘는 상품에서 생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는 ‘기후클럽’ 결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공해를 없애려는 국가들의 클럽인 기후클럽을 결성해, 공해를 일으키는 수출 국가에 대해 3% 관세를 부과하자”는 목소리다.
기후·탄소·청정 기술을 포괄하는 C-테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수요는 공급을 창출한다. 이산화탄소 규제 정책이 쏟아지면서 이산화탄소를 잡아내는 직접공기포집(DAC·Direct Air Capture) 테크놀로지들이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이산화탄소포집을 뛰어넘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럭스멘이 직접공기포집 기술과 이산화탄소 재활용 테크놀로지를 집중 분석한다.
매년 4000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고 있는 카브픽스의 탄소포집 시설.
▶“CO₂ 직접 잡아라” 후끈한 직접공기포집 기술
지구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해결하는 가장 최고의 방법은 잠자리채로 잠자리를 잡듯이 탄소를 직접 잡아내는 것이다. 이른바 직접공기포집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영역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 중 하나다. 현재 대표적인 직접공기포집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탄산염으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여 지하로 보낸 뒤 땅 밑에 있는 현무암에 분사시키면, 이산화탄소를 탄산염으로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일반적으로 기체인 이산화탄소는 매우 오랜 세월에 거쳐 고체로 바뀐다. 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백악기~시신세 기간(약 1억4600만~4000만 년 전) 대기 중에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16배 높았다. 하지만 그 많던 이산화탄소가 사라진 것은 세월의 힘이었다. 마그네슘이온이 풍부한 민물과 이산화탄소를 머금은 바닷물이 혼합작용을 일으켜 돌로 변해간 것이다. 지질학에서는 이를 탄산염화 과정이라고 부른다.
이런 아이디어에 주목해 대대적인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카브픽스(Carbfix)라는 프로젝트다. 아이슬란드 대학,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미국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카브픽스 프로젝트는 현재 스위스 친환경 설비업체인 클라임웍스와 손을 잡은 상태다. 탄소포집 장치를 아이슬란드 헬리샤이디에 완공한 것이다. 시설의 이름은 오르카(Orca)다. 매년 4000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이곳에서 잡아낸다. 지열 발전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공기를 포집하고 순수 이산화탄소만 추출해 카브픽스가 만든 특수 용액에 섞어 지하 땅속 깊숙한 현무암에 분사한다. 분사된 이산화탄소는 2년에 걸쳐 돌로 굳어간다. 자연 상태에 비해 놀랍도록 빠른 속도다.
물론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포함한 기업들과 8000명에 달하는 후원자들이 이미 4000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포집비용을 지불했지만, 여전히 후원 성격이 짙다. 그만큼 수익을 검증 받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오르카가 잡는 탄소의 양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1년 치 탄소 분량의 고작 3초 수준에 그치고 있다. 톤당 처리 비용이 600~800달러이다 보니, 국제 탄소 거래 가격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적어도 탄소를 직접 잡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현실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카브픽스 프로젝트는 비용을 2030년까지 톤당 200~300달러, 2035년까지 100~150달러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전기차와 태양광이 시장 초기에는 정부 보조금으로 성장했듯이, 탄소포집장치도 앞으로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4개 지역에 탄소포집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35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현재는 카브픽스뿐 아니라 클라임웍스와 글로벌서모스탯, 카본엔지니어링 등이 탄소포집 시장에 뛰어들었다.
농부들이 무탄소 질소 비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니트리시티가 현장에서 시설물을 구축하고 있다.
▶“잡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뜨는 재활용 기술들
이처럼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직접 잡아 없애는 기술이 중요한 까닭은 단순히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기후변화가 재앙적인 미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소속된 과학자들을 설문한 바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로 인해 남은 생애 동안 재앙적인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는 답변이 무려 82%에 달했다. 또 거주지를 고르거나 자녀를 낳을 때 기후변화를 고려한다는 응답도 각각 41%, 17%에 달했다. 미국 기후변화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3도 상승할 경우 미국 펜타곤, 영국 버킹엄 궁전과 세인트폴 성당,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이 잠길 것이라는 경고도 들려오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테크놀로지는 올해 들어 재활용 기술로 거듭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은 이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인 에어 컴퍼니(Air Company)는 태양열 전기로 작동하는 증류기를 개발해 이산화탄소 보드카를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재활용 기업이다. 인근 에탄올 공장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한다. 먼저 이산화탄소를 냉각하고 가압하고 액화한 뒤 탱크에 담아 보드카 공장으로 이송한다. 이후 물(H₂O)을 전기분해해 수소(H₂)와 산소(O₂)로 분리하고, 산소는 대기 중에 방출한다.
반면 수소는 CO₂와 함께 반응기에 주입한다. 반응기는 CO₂와 H₂를 섞어 에탄올(C₂H5OH)·메탄올(CH3OH)·물(H₂O)을 만드는데, 에탄올과 메탄올이 끓는점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술의 원료만 추출해 낸다. 이는 보드카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보드카 한 병을 만들면 이산화탄소 1파운드(0.45㎏)가 사라진다는 것이 에어 컴퍼니의 설명이다.
가격은 약 65~79.99달러 선이다. 또 미국 일리노이에 있는 바이오테크인 란자테크(LanzaTech)는 중국 철강 공장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CO)를 포집해 재활용하고 있다. 일산화탄소가 연소돼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이전에 포집하는 것이 다른 기업과의 차이점이다. 일산화탄소에 미생물을 투입해 에탄올로 전환하고 이를 재활용한다.
에어 컴퍼니(Air Company)는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해 보드카를 생산하고 있다. 보드카 한 병당 이산화탄소 1파운드(0.45㎏)를 제거할 수 있다.
옷감의 일종인 폴리에스터는 디카르복시산과 알코올을 활용해 만드는데, 이때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한 에탄올을 주입한다. 란자테크의 이산화탄소 폴리에스터는 이미 일부 의류 브랜드에서 사용 중이다. 자라(Zara)는 앞서 파티드레스에 해당 재료를 사용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기술을 선보인 란자테크는 SPAC(기업인수목적법인)인 AMCI와 18억달러 규모로 합병 예정인데, 올해 3분기 나스닥에 종목명 LNZA로 상장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에선 또 다른 실험이 진행 중이다. 바로 이산화탄소를 가공해 항공유를 만드는 것이다. 하늘을 누비는 항공기는 매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전체 발생량의 2.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트웰브(Twelve)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미국 공군으로부터 150만달러를 지원받아 이산화탄소 재활용 항공유 개발을 테스트 중이다. 전기와 물을 사용해 낮은 온도에서 이산화탄소를 분해하고, 해당 혼합물에 수소를 추가해 항공유의 원료가 되는 메탄올이나 등유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제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라”
이산화탄소 재활용 테크놀로지와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은 제조 기술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생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방식들을 속속 연구 중이다. 스웨덴 기업 H2 그린 스틸(H2 Green Steel)은 화석 에너지 없이 강철을 생산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스웨덴 북부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철강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런 방식으로 2030년까지 500만 톤에 달하는 녹색 강철을 생산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시멘트 제조 산업도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솔리디아 테크놀로지(Solidia Technologies)는 탈탄소 시멘트 제조 방법을 개발 중인데,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콘크리트를 양생하려고 한다. 이산화탄소 제거는 물론 물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포르테라(Fortera)도 이산화탄소를 시멘트로 양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류 브랜드 자라(Zara)는 란자테크가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해 만든 원단을 사용한 파티드레스를 선보였다.
이뿐 아니다. 제조업을 넘어 농업에서도 이산화탄소 저감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 스타트업인 니트리시티(Nitricity)는 농부들이 농장에서 곧바로 무탄소 질소 비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질소 비료 제조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니트리시티는 물과 공기에 전기를 가해 질산을 만들고 이를 비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물론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이용하는 ESG 테크놀로지들이 어제오늘 나온 것은 아니다. 덴마크 산업단지 칼룬보르에서는 정유소, 제약사, 화학업체, 시멘트 공장 등 각종 기업들이 서로 먹이사슬 관계를 이루고 버리는 폐열 폐수 폐자재를 원자재와 에너지원으로 서로 주고받고 있는 생태산업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ESG 시대를 맞아, 이러한 기술들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한다면, 재무적인 수익까지 거둘 수 있다.
실제로 ESG 뉴스는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에런 윤 교수진이 트루밸류랩(Truvalue Labs)과 협업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에너지·헬스케어·통신·금융·소비재 등 각종 분야에 걸쳐 3126개 기업을 분석했더니, ESG 뉴스가 중요하면서도 긍정적일 때 해당 기업의 주가는 뉴스가 나온 날 평균 0.6%포인트 정도 시장 상승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ESG 테크 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 기사가 5개 이상일 경우, 회사의 주가는 시장에 비해 평균 2.17%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 대응은 이제 불가역적 방향이 됐다. 따라서 한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부서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인 역량 투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