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29일 경기 고양지방법원 경매법원은 응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면적 40㎡짜리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주상복합 1층 상가에 응찰하기 위해서였다. 이날이 첫 번째 경매인 이 경매 물건에는 무려 99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이 상가의 감정가는 3억7900만원. 하지만 응찰자들의 경쟁이 과열된 끝에 이 상가는 감정가의 133.5%인 5억599만원에 낙찰됐다. 이 상가에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09만원의 헤어숍이 입점해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경매에 참가한 한 응찰자는 “이 상가는 현 수준의 임대료를 받는다고 해도 수익성이 높은 편이고 1층 소형 상가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면서도 “요즘 경매물건이 적은 편이라곤 해도 이 상가 낙찰가율이 130%를 넘어 놀랐다”고 말했다.
# 지난 9월 28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가양6단지 39.6㎡ 아파트 감정가는 2억2600만원이었다. 그러나 76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의 134%인 3억222만원에 낙찰이 이뤄졌다. 국토교통부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아파트 같은 평형은 지난 9월 2억5400만~3억900만원에 매매됐다. 낙찰자는 시세보다 최고 5000만원 비싸게 경매에서 아파트를 낙찰받은 것이다.
최근 부동산 경매 시장에 광풍이 이어지고 있다. 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을 뜻하는 낙찰가율이 100%를 훌쩍 넘는 사례도 이젠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수도권 주거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91.3%에 육박한다.
지난 8월 87.9%보다 3.5%p 상승한 수치고 지난해 9월 84.4%에 비해서는 7%p가량 올랐다. 반면 저금리로 가계연체율이 낮아지면서 부동산 경매 물건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경매 진행건수 감소는 응찰 경쟁률을 높여 낙찰가를 높이게 되고, 높은 낙찰가율은 경매 투자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낙찰가율 100% 넘는 물건 속출
경매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90.1%를 기록한 지난 9월 전국 주거시설 낙찰가율로 전달보다 2.7%p 올랐다. 이는 2001년 1월 경매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낙찰가율이다.
이전까지 전국 주거시설 평균 낙찰가율이 90%를 넘은 것은 2007년 3월(90.09%) 한 번뿐이었다. 수도권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91.3%를 기록했고, 지방에서는 제주도가 117.3%로 2년째 100% 이상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업무상업시설도 낙찰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월 전국 업무상업시설 낙찰가율은 71.3%를 기록해 전월대비 4.4%p 상승했다. 이는 지난 7월 73.7%를 기록한 이후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낙찰가율이다.
서울에서는 최근 경매업계에서 가장 화재가 된 물건인 ‘구 린나이 사옥’이 지난 9월 438억1300만원에 낙찰돼 이달 최고 낙찰가격을 기록했다. 과거 린나이 사옥으로 쓰였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사루비아 빌딩은 채무자가 사옥 매입 이후 호텔로 리모델링을 하던 중 공사가 중단돼 지난 2014년 5월 처음 경매에 나왔다. 감정가는 611억940만원에 달았지만 3번의 유찰을 거친 끝에 지난 9월 6일 감정가 71.7%에 낙찰됐다.
입찰 당시 2위 낙찰액은 약 361억원으로 1위와는 77억원 상당의 차이가 났다. 구 린나이 사옥 낙찰 결과 서울 낙찰가율은 전월대비 9.1%p 오른 79.7%를 기록했다. 한편 업무상업시설이 불과 5건만 낙찰된 제주도는 낙찰가율이 109.2%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전국 토지 낙찰가율은 53.2%에 불과했다. 지난 9월 전국 토지 낙찰물건 중 총 감정가 5000억원대의 40%를 차지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감정가 1925억원대 토지가 412억원에 낙찰된 결과다. 그러나 기흥구 토지 낙찰 건을 빼면 낙찰가율은 72.9%로 오른다. 70% 초반에서 안정적인 낙찰가율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토지에서도 제주도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다. 제주도는 162.9%의 낙찰가율을 기록했고 광주 143.8%, 울산 108.7%, 대구 105.5% 등이 100% 이상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경매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저금리로 경매물건이 줄어 낙찰가율이 치솟고 있다. 사진은 경매법정.
▶저금리로 연체율 하락해 경매물건은 줄어
낙찰가율이 오르는 것은 법원경매 진행건수가 최근 최저치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전국 법원경매의 진행건수는 9379건이었고, 이중 3933건이 낙찰됐다. 지난달 진행건수는 지금까지 역대 최저 기록이었던 지난 7월 9381건보다도 적은 수치다.
상황이 이러자 경매 투자자 사이에선 “경매 물건 씨가 말랐다”는 하소연이 흘러져 나온다. 그렇다면 법원경매시장에서 물건이 이렇게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저금리 영향을 지목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각각 0.24%, 0.25%로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2013년에는 0.81%, 2014년 0.53%, 지난해 0.3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저수준으로 금융권 대출금 미상환으로 발생하는 신규 경매 물건이 크게 줄었고, 전세난으로 인한 주택 매매 수요와 수익형부동산 수요가 몰리면서 기존 물건 유찰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경매 진행건수 감소로 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를 나타내는 낙찰률은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 전국 경매 낙찰률은 각각 42.0%, 41.9%를 기록했다. 특히 8월 기록은 지난 2003년 6월 낙찰률이 42.6%를 기록한 이후 최고 기록이었다. 매물 부족과 고낙찰가율 현상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지옥션 빅데이터 분석 결과 경매개시일부터 진행건수가 잡히는 첫 번째 경매까지 평균 7개월 이상이 걸린다”면서 “지난달 연체율이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앞으로 7개월간 신규 경매 물건 공급이 크게 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난 9월 경매 진행건수 저조 현상에는 추석연휴로 인한 법원기일 감소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런 계절적인 영향을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경매 총 진행건수는 13만 건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설혹 13만 건이 경매 진행된다고 해도 역대 최저 기록이었던 지난해 15만2506건의 85%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물건은 줄고 있지만 경매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 수도권 주거시설 평균 응찰자 수는 7.8명으로 1년 전 6.7명보다 평균 1.1명 증가했다.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부동산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획득할 가능성이 있는 경매에도 관심이 느는 것.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내 집을 저렴하게 구매하겠다”는 목적으로 경매장을 찾는 실수요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경매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경매 진행 물건 감소 추세인데 최근 부동산 열기와 경매 대중화 등으로 경매 참여 열기가 높아지다 보니 낙찰가율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높은 낙찰가율은 ‘부동산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경매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그렇다면 왜 감정가의 100%가 넘는 가격에도 낙찰이 이뤄지는 것일까? 경매 절차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통상 실제 경매 물건 감정은 입찰이 이뤄지기 6~7개원 전의 시세를 반영한다. 그 사이 시세가 올랐다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을 받더라도 현재 시세에 비해서는 낮은 가격에 물건을 획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높은 낙찰가율 낙찰은 투자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만큼 수익성 보완을 위한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
(좌)지난 9월 6일 감정가 611억940만원의 71.7%인 438억1300만원에 낙찰된 서대문구 창천동 구 린나이 사옥, (우)낙찰가율이 높아지면서 낙찰받은 단독주택을 상가주택으로 개조하는 등 적극적인 자산 가치상승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은 신촌 상가주택 골목.
▶토지·업무상업시설 등 시야 넓혀야
높은 낙찰가율 속에서 경매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매 전문가들은 경매 종목 시야를 넓힐 것을 조언한다. 낙찰가율이 전 종목에서 상승한 것은 맞지만 90%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인 것은 주거시설에 한정돼 있다. 9월 기준 전국 상업시설 낙찰가율은 71.3%, 토지는 72.9% (용인 기흥 토지 낙찰건 제외 시)로 주거시설 낙찰가율에 비해 낮다.
또 특수조건이 붙은 유치권, 법정재산권 등 물건 등은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이런 물건에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창동 연구원은 “2014년 이전에 경매로 나왔다가 소송 등 문제로 최근 다시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들은 대개 2년 전 당시 기준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낙찰가율을 120% 이상 잡아도 요즘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리모델링, 개축 등을 통해 자산 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상업시설을 낙찰 받아서 리모델링 후 좋은 임차인을 구한다거나 아파트 인테리어를 개선해 임대료 수준을 높이거나, 단독주택을 상가주택으로 개조하는 등 낙찰 물건에 대한 자산가치를 올리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경매 시장이 이미 정점을 지나 꺾이는 추세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은현 소장은 “경매시장은 부동산 시장의 일부라 부동산 시장 움직임의 영향을 받는데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해 거품론이 나오고 있고,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월 96.0%에서 9월 92.7%로 떨어져 경매 열기는 7, 8월의 정점에서 떨어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낙찰가율 하락이 예상된다면 목표 낙찰가율을 낮춰 잡는 게 유리한 법. 경매는 실질적으로 낙찰 물건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하기까지 낙찰일부터 3개월 이상 소요돼, 3개월 이후 시세를 예상하고 목표 낙찰가격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은현 소장은 “수도권 소형아파트의 경우 현재 낙찰가율이 98% 수준인데, 실수요자라면 목표 낙찰가율을 96% 정도로 잡는 등 목표 낙찰가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