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29년. 경제 대공황으로 미국의 주식시장은 급락했고 경제는 혼란에 빠졌다. 미국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 투자정책(뉴딜정책)과 통화확장정책을 함께 펼쳤다. 그 결과 1933년 25%였던 실업률은 1937년 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뉴욕 다우지수는 1932년 7월 8일 저점을 찍은 뒤 371%나 상승했다.
1936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의 7대 의장으로 취임한 매리너 에클스는 이에 경기가 과열됐다고 판단해 1937년 한 해 동안 지급준비율을 세 차례에 걸쳐 50%나 올리는 등 서둘러 출구전략을 추진했다. 첫 번째 지준율 인상 때는 여전히 미국 경제가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두 번째 인상 때부터는 분위기가 변했다. 증시는 40% 폭락했고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후 Fed는 부랴부랴 해결책을 내놨다. 단기채를 팔고 장기채를 사들이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와 지준율 인하 등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을 연이어 사용했다.
하지만 이미 꺾인 경기는 살아나지 못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야 겨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 사건을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라고 부른다.
▶에클스의 실수는 반복될까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 사건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연일 호조로 발표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원들의 매파적 발언 수위 역시 높아지면서 연내 미국의 두 번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도 10월 11일(현지시간)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65%에서 75%로 상향 전망했다. 이에 따라 주요 1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추종하는 WSJ 달러 인덱스는 10월 11일 88.28을 기록하며 지난 3월 중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의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 물론 1930년대와는 달리 지금은 매우 느린 속도로 금리 정상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거라는 기대는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에 따라 관련된 금융상품들이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중 뱅크론(Bank Loan)이 있다.
뱅크론은 투자등급 미만(S&P기준 BBB-미만)에 속하는 기업들이 기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 금융기관 등을 통해 조달받는 변동 금리부 선순위 담보 대출 채권을 뜻한다.
채권, 채무라는 전통적인 1:1 관계의 대출이 아니라 상업은행(Commercial Bank) 또는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 설계 관리를 맡아 조성하며 은행, 연기금 또는 금융기관이 연합하여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의 기업 대출이다. 담보를 조건으로 대출 계약이 이뤄져 이자 및 원금 상환에 대해 여타 채권에 비해 선순위이며 변동금리를 적용 받는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고정금리이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은 상승하는 구조를 갖는다. 하지만 뱅크론은 변동금리를 적용받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상승한다고 해서 가격은 일반적으로 변동되지 않는다. 또한 타 채권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투자하기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대출채권으로 투자대상이 한정되어 있어 유동성 우려가 있고 환매기간이 길다는(11~14일) 단점도 갖고 있다.
▶물가상승 기대심리 채워줄 채권형 펀드
또 다른 대안으로는 물가채 펀드가 있다. 금리 인상은 경기가 호전되고 물가가 상승할 때 취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역시 커질 수 있어 물가채 펀드를 일부 편입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펀드로는 ‘이스트스프링물가따라잡기’ 펀드가 있다. 이는 물가채 편입비중을 20~100%로 조절하여 물가상승에 따른 자산 실질가치 하락을 방지하는 펀드다. 시중금리의 상승에 대비해 국채선물 매도거래와 이자율 스왑거래 등을 이용하여 펀드의 목표 듀레이션(금리 민간도)을 2.5년 수준으로 낮추되 시장상황에 따라 최소 0.5년에서 최대 4.5년까지 효율적으로 조정한다.
경제 회복이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에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는 투자등급 이하의 회사채로 구성된다. 하이일드는 고등급 우량기업들이 아닌 만큼 시중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됐을 때는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과거 경기 회복이 일어났을 때 해당 기업들의 재무상황이 개선되고 부도율이 떨어지면서 평가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 경험이 있다. 즉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하이일드 채권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펀드로는 ‘AB글로벌고수익’ 펀드가 있다. 이는 고수익 투기등급 회사채와 정부 및 법인이 발행한 신흥국 채권에 투자한다. 미국을 제외한 단일 국가 비중을 최대 20%까지만 투자할 수 있어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단 한 종류의 채권에 투자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고 싶을 때는 다양한 종류의 채권에 배분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과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플러스’ 펀드가 있다. 이 상품은 30여 개국 400개 이상의 글로벌 채권에 분산투자하여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한다. 2006년 설정 이후 연 환산 수익률은 8%가 넘고 금융위기 때도 손실을 기록하지 않는 등 과거 금리 인상기에도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위험채권과 안전채권의 적극적 자산 배분을 시행해 2013년 테이퍼링(양적완화 출구전략) 이슈로 시장금리가 급격히 변동할 때도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채권형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미국 금리가 높아지더라도 자산배분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비록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미국 국채 외에 다른 여러 종류의 채권들이 있고, 미국 금리가 올라갈 때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는 채권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회사채 부도율이 낮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영향도 함께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 금리 인상을 마냥 두려워하기 보단 다양한 채권자산에 적절히 분산투자해 위험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미국 금리 인상이 있더라도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