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선강퉁(홍콩과 선전 거래소 교차거래)이 시행되는데 선전에 투자하는 ETF가 있나요?”
요즘 자산가들 사이에서 글로벌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삼성증권이 개최한 글로벌 ETF 세미나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투자자들이 몰렸다. 강의를 들으며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에서 대입 수험생 못지않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탈피하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글로벌 ETF로 눈을 돌린 것이다.
ETF는 기본적으로 기초 자산의 가격 움직임을 그대로 추종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국내 증시에도 해외 ETF가 상장돼 있지만, 해외증시 특히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는 홍콩H지수 같은 해외 주가지수뿐 아니라 금, 채권, 통화, 부동산 등 훨씬 다양한 자산 가격을 추종하는 ETF가 상장돼 있다.
예컨대 금값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될 때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NYSE 금광업주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는 식이다. ETF는 펀드와 달리 개별 종목처럼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가격을 확인하고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소액으로 다양한 업종별, 테마별로 분산투자할 수 있어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가 적은 개인 투자자들이 활용하기 좋다.
글로벌 ETF에 투자하는 방법은 일반 해외 주식과 같다. 계좌 개설부터 매매 주문까지 미국에 상장된 ETF는 미국 주식처럼, 홍콩에 상장된 ETF는 홍콩 주식처럼 거래하면 된다. 계좌를 개설해 돈을 입금하면 해당 국가 통화로 환전해서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ETF와 달리 환율을 고려해야 하는데, 해당 국가 통화 대비 원화가 약세로 간다면 주가가 오르더라도 오히려 손해를 볼 위험이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연내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 강세가 예상되면서 미국에 상장된 ETF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ETF도 국내 ETF와 마찬가지로 ETF 이름에서부터 운용사, 투자 전략까지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ETF 이름에는 가장 앞에서부터 운용사, ETF가 추종하는 지수나 상품, ETF 전략순으로 적혀 있다. 예를 들어 ‘iShare U.S Financial’은 iShare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영하는 미국 금융주를 추종하는 ETF다.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는 BULL(상승)/BEAR(하락) 혹은 2X, 3X같이 수익률의 몇 배를 추종하는지를 함께 표기한다.
▶글로벌ETF 매매차익 양도소득세 적용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자산가들에 인기
특히 자산가들 사이에서 글로벌 ETF가 인기인 이유는 수익의 250만원까지 비과세이기 때문이다.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 22%가 적용된다. 또 글로벌 ETF의 매매 차익은 양도소득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내야 하는 자산가들은 해외증시에 상장된 ETF에 투자했을 때 최고세율 41.8% 대신 22%만 내면 돼 유리하다.
다만 글로벌 ETF에서 분배금이 지급될 경우에는 해외주식 배당금과 마찬가지로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되며,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대상이 된다. 종합소득세에 민감하다면 해외 ETF를 거래하기 전에 거래하려는 상품의 운용 구조와 함께 과거 배당내역 등을 미리 살펴보는 게 좋겠다.
국내 증시에도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하는 ETF가 상장돼 있는데,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에 투자할 때는 다른 금융 상품처럼 매매차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만 비과세 해외주식투자 전용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증시에 상장된 주식 현물을 60% 이상 투자하는 ETF만 비과세 대상이라 국내 상장된 해외 ETF 중에서 투자 대상이 15개 정도로 제한적이다.
▶시장변화에 따른 글로벌ETF 투자전략
글로벌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자산군, 지역별로 다양한 ETF에 분산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정기적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 시장 변화나 이벤트를 감안해 특정 자산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ETF에 접근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현재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급격한 유럽연합 탈퇴)와 유럽 은행의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 중국 경기둔화 우려 및 위안화 약세, 원유 감산 합의와 유가 전망 등에 주목하는 분위기”라며 “이에 상응하는 글로벌 ETF에 관심을 가져 보라”고 조언했다.
최근 하드 브렉시트 우려로 영국의 파운드화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향후 파운드화의 강세 전환 가능성에 투자를 원한다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FXB ETF에 투자하는 식이다. 반대로 파운드화의 추가 약세를 전망한다면 영국 증시에 상장된 인버스 ETF를 활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최근 위안화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향후 강세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 CYB나 CNY ETF에 베팅할 수 있다.
반면 달러 인덱스는 유로화, 파운드화의 약세와 연내 기준금리인상 가능성 확대 등으로 인해 강세가 진행되면서 달러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들이 플러스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유 관련 ETF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원유 및 에너지 선물 ETF뿐 아니라 브라질, 러시아 등 정유기업 비중이 높은 국가 관련 ETF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구체적인 원유 생산량 감축을 결의해 유가가 추가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진다.
선강퉁(홍콩·선전 거래소 간 교차거래) 시행이 임박하면서 선전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개인들은 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개별 종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 투자가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김형도 중국남방자산운용 퀀트투자팀장은 “특히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선전 SME보드와 차이넥스트지수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차이넥스트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현재 NH투자증권의 ‘QV CHINEXT ETN’이 유일하며, 글로벌 ETF 중에서는 홍콩에 상장된 ‘CSOP SZSE ChiNext’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VanEck Vectors ChinaAMC SME-ChiNext EFT’는 SME보드와 차이넥스트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ETF다.
연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데 변동성 지수(VIX)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에는 아직 변동성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없지만 해외에는 VIX ETF 투자가 활발하다. 통상 증시 하락 시 변동성 지수가 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VIX ETF는 헤지용으로도 적합하다. 유동완 연구원은 “다만 VIX ETF는 수익률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보다는 전문투자자에게 적합하고 포트폴리오 투자의 일부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 글로벌ETF 세미나(선강퉁)
▶글로벌ETF는 수수료 인하 전쟁 중
최근 글로벌 ETF시장에서는 수수료 전쟁이 치열하다. 이달 초 글로벌 1위 ETF 운용사인 블랙록은 ‘iShares Core’ 시리즈 ETF의 보수를 일제히 내렸다. iShares Core S&P 500 ETF(IVV)의 운용보수는 0.07%에서 0.04%로 낮아져 뱅가드가 운용하는 Vanguard S&P 500 Index Fund(VOO)의 0.05%보다 낮아졌다.
미국 대표 채권 ETF인 iShares Core U.S. Aggregate Bond ETF(AGG)는 0.05%로 낮췄다. iShares Core Emerging Markets(IEMG)의 보수도 0.02%p 인하돼 가장 규모가 큰 신흥국 ETF인 Vanguard Emerging Markets(VWO)보다 낮아지게 됐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수수료 ‘제로’를 두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ETF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ETF의 가장 큰 강점은 액티브 펀드 대비 낮은 보수와 투명한 운용 전략이다. 다양한 자산의 가격 흐름을 전망해서 직접 베팅할 수 있다. 특히 펀드매니저들이 맡겨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들의 수익률이 저조해지면서 글로벌 ETF가 유용한 재테크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은퇴 자금의 운용이 중요해지면서 글로벌 ETF를 활용할 여지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ETF 투자 시 유의할 점
ETF에 관심 많은 투자자들은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투자하면서 고수익을 노린다. 하지만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장기로 보유했다가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다.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일간 수익률을 추종한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3배짜리 레버리지 ETF를 투자했다고 했을 때 누적 수익률이 올랐다고 해서 해당 ETF가 3배의 수익률을 추종하진 않는다. 일간 수익률을 추종하기 때문에 중도에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면 수익률이 하락했을 때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상승이나 하락 추세가 강할 때 활용해야 한다. 매수한 다음에 장기적으로 보유해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추세 없이 등락을 거듭하는 변동성 장세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원유나 천연가스 같은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에 투자할 때는 롤오버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선물에 투자하는 ETF는 선물 만기가 돌아오면 근월물을 팔고 원월물을 사는 포지션 이월이 진행되는데 이때 가격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한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원월물의 가격이 근월물보다 비쌀 경우(콘탱고 상황)에는 실제 원유 현물의 가격 상승세보다 ETF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이 비용은 시장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우며 운용보수처럼 매번 고시되지 않는다. 레버리지 상품일 경우 이 같은 롤오버 비용이 더욱 확대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대될 때 전문가들은 원유나 원자재 ETF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수혜 종목인 정유기업 ETF에 투자하거나 수혜국인 브라질, 러시아 관련 ETF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홍융기 KB자산운용 상무는 “원유 가격이 올라갔을 때 원유 생산 기업의 경영 성과가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정유기업 주가가 유가 상승분뿐만 아니라 기업의 미래가치까지 반영해 더 많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유가가 하락했을 때 더 크게 떨어질 위험도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