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생각나는 두 가지를 꼽자면 누군가에게는 호빵, 투자자들에게는 배당주가 아닐까. 외투를 꺼내 입어야 할 날씨와 함께 배당투자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년 오는 시즌이지만 올해는 특히 기대감이 다르다. 지난 6월 사상 처음으로 금리와 배당수익률 간 역전 현상이 일어났음은 물론 기업들이 조세문제로 인해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을 준비하고 있다. 놓치면 아까운 호(好)시절 어떻게 보내야 할까.
‘최악의 금리환경’ ‘6년 내내 박스권의 주가’ ‘기업들의 배당 여력 증가’.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배당이 종목 선택의 한 축이 되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는 상당히 뛰었다. KOSPI는 2011년 이후 박스권 흐름을 지속했지만 고배당 주식의 경우 2013년 이를 상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이후 배당수익률이 높은 20개 종목의 누적 주가 상승률과 종합주가지수를 비교해 보면,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의 상승률이 61%로 22% 상승에 그친 종합주가지수보다 3배 가까운 수익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성장성이 정체되고 배당수익률은 낮아졌지만 저금리에 대한 대안으로 코스피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한국은 상장기업의 85% 이상이 12월 결산법인이며, 배당금 지급 역시 12월 말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4분기가 배당주 투자에 적기인 이유다.
한편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은 수익을 기록한다는 명제는 정설로 굳어져가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코스피 영업이익이 2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기업들의 배당 여력이 많이 증대된 상태다. 아울러 올해까지 기업소득 환류세제 적용으로 배당 증액 기대감이 남아있는 점도 배당주 투자에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인세 피하자” 기업들 배당 확대
올해 배당주를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세금이다.
‘초이노믹스(Choinomics)’로 불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세제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고배당주식의 세율을 14%에서 9%로 경감한 배당소득 증대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3대 패키지로 구성됐다. 2017년까지 적용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영향으로 지난해 배당을 못한 기업들이라도 올해엔 배당을 많이 할 확률이 높다.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따라 기업이 한 해 이익의 80% 이상을 투자·배당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미달 금액의 10%가 법인세로 추가 징수된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에 공제 항목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과세를 피하기 위해서 2016년에 투자 확대·배당 확대·종업원 임금 인상의 공제 항목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2014년 당시 세법개정안이 나오자 기업들은 당장 2015년 투자를 급격하게 늘릴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정책당국은 2015년과 2016년 회계연도를 합산해 과세키로 결정했다. 즉 2015년에 배당, 임금, 투자가 부족했어도 2016년에 이를 늘리면 세금을 피할 수 있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소득환류세제 영향으로 지난해 배당이나 투자를 충분히 하지 못한 기업은 과세를 피하려 올해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2015년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환류세제를 피하기 위해 배당을 실시했을 가능성이 있어 올해 배당 증액 기대가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공제 총액을 달성하기 위해 배당금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동양, 제일기획, 한화손해보험, 무학, 알루코 등이 꼽힌다. 또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혜택을 받기 위해 최근 3년 연속 배당을 늘려온 기업의 경우 올해도 배당 증액을 기대해볼 수 있다. 염 연구원은 “3년 연속 배당금을 늘려왔으며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으로는 골프존유원홀딩스, 메리츠종금증권, 두산, 동양생명, 기업은행, 대신증권 등”을 꼽았다.
▶외국인 선호하는 우선주 노려볼까
배당에 유리한 우선주는 보통주와 비교해 의결권이 없고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3년 이전까지 장기간 저평가된 바 있다. 이후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2015년까지 강세를 보이다 올 들어 다소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의 경우 우선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보통주 대비 평균 21%p 가량 높을 정도로 외국인의 우선주 선호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난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저평가된 우선주는 외국인 자금 유입과 저금리에 따른 배당 프리미엄 증가로 적정 가치를 찾아가는 중”이라며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 외국인이 우선주 지분율을 높여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부족한 우선주는 그 특성상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지수와 같은 글로벌 지수에 편입될 때 모멘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6월 LG생활건강우는 MSCI 스탠다드 지수에 편입됐는데 편입 전 외국인 지분율은 69.80%였으나 10월 중순 현재 76%까지 증가했다. 곽병열 연구원은 이에 대해 “배당수익률이 매력적인 우선주로는 대신증권우, NH투자증권우, 최근 영업이익이 개선된 우선주로는 SK이노베이션우와 LG우 S-Oil우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테마 사라진 배당주
과거 배당성향이 중요한 지표
과거에는 주로 통신을 비롯해 기반 산업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배당을 많이 주는 경향이 강해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혔다. 그러나 이들은 배당률이 높은 대신 성장성이 낮아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때문에 배당주가 시장의 중심 테마로 자리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반산업이나 통신주 외에 다양한 분야의 상장기업이 유망 배당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업의 영업이익 증대와 함께 배당 여력이 높아져 분기 배당 등 다양한 형태의 배당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즉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선택 폭이 넓어진 셈이다. 이러한 경우 과거 배당성향이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몇 년간 배당성향과 올해 영업이익률을 비교해보면 배당수익률도 대략 예상이 가능해진다.
한편 전문가들은 배당수익률 외에 시황 변화를 염두에 두고 종목 고르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11~12월은 연말 배당투자를 위한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해야 할 시기일 수 있지만 배당 인덱스 투자성과는 되레 시장 전체 대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이는 2011년 이래 계속 반복됐던 실적 불확실성의 영향과 10월 이후 매도 선회 징후가 뚜렷했던 외국인 수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소위 얘기하는 ‘찬바람 불면 배당주’라는 관습적인 접근보다 미시적인 분석을 통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황과 실적 회복이 전제되는 현 장세 주도주 가운데 과거 미국 금리 인상 리스크 당시 내성을 보였던 고배당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연구원은 “또 12월 미국 금리 인상이 연말 시장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변모한 상황에서는 관련 리스크 완충 여부도 연말 배당투자 준비에 중요한 체크 포인트”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통화정책 변화 리스크 영향이 컸던 기간 중 평균 주가 등락률이 시장수익률을 앞서는 종목군을 추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